[르포]IBM 메인프레임 생산 현장을 가다

첫 제품 시스템360, 스마트폰보다 용량 작았다는데…

일반입력 :2014/04/10 16:05    수정: 2014/04/10 16:44

<뉴욕(미국)=임민철 기자>최초의 메인프레임, 시스템360입니다. 보이는 것처럼 본체, 타이프라이터, 기록용 테이프 시스템, 3개 장비가 한 세트예요. 이 장치로 기록할 수 있는 용량은 지금 여러분이 들고 있는 스마트폰이 지원하는 것보단 작지만요.

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주 'IBM 포킵시 이그제큐티브 브리핑 센터'.

20여개 동 건물 중 한 곳에 들어서자 안내데스크 양측에 시스템 본체 및 테이프스토리지, 입출력 장치 등 온전한 세트로 구성된 50년전 최초의 메인프레임 '시스템360'과 비교적 최근 상용화된 z엔터프라이즈 본체가 놓여 있는게 보인다.

IBM은 이날 센터에서 각국 미디어나 IBM 협력사, 고객사 관계자, 현지 중고등학생 등을 대상으로 메인프레임(시스템z)과 고성능 유닉스(시스템p, 파워시스템) 개발 및 테스트, 제조 설비 운영 현장을 공개했다. 이를 위해 근속 30년 이상인 IBM 본사 소속 시니어 프로큐어먼트 엔지니어 폴 드레이크가 호출됐다. 드레이크는 제품 생산, 테스트 등 주요 공정을 안내하기 위해 나섰다.

IBM의 신형 메인프레임은 대략 2년 주기로 개발됩니다. 2012년 만들어진 z엔터프라이즈(EC12)가 현재까진 최신 모델이죠. 고객들로부터 주문을 받으면 일정한 공정을 거쳐 조립, 테스트, 출하가 이뤄집니다. 소요기간은 요청된 내용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1대당 5일 이내에 제공한다는 방침이에요.

드레이크는 방문한 기자들에게 실제 제품 출하를 위해 거쳐가는 메인프레임 생산 공정 중 개별 부품 테스트, 조립 및 테스트 단계의 시설을 소개했다. 우선 일행이 들어선 문 바로 옆의 창문 너머 공간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저기선 온도, 전력, 전압 등 작동에 불안정하게 작용할 수 있는 환경에서도 부품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는지 테스트하고, 장치의 기본 틀에 부착하는 작업이 이뤄집니다. 중앙전자종합장치(CEC), 또는 '노드'라 불리는 메인프레임 구성요소를 조립하는 거죠.

포킵시에서 이뤄지는 각 공정들은 싱가포르 시설과 동일하지만, 메인프레임의 최고 핵심부품인 '멀티칩모듈(MCM)'을 생산, 테스트하는 과정은 이곳 출입문 옆 유리창 너머에서만 진행된다. 그 안쪽에서 일하던 직원이 MCM을 직접 들고 나와 보여줬다.

MCM을 탑재한 메인프레임 서버 노드, 즉 CEC과 다른 구성품이 조립된 반제품들이 이곳 다른 장소나 싱가포르 작업장에 옮겨져 제품이 완성된다. IBM에서 외부에 개방하고 있는 메인프레임 생산 공정이 이 과정에 해당한다.

드레이크는 일행을 리프트스테이션'이라 불리는 일정 구역에 조립 및 테스트를 위한 설비로 채워진 안쪽 방으로 안내했다. 리프트스테이션은 보일러실의 열조절장치와 헬스장 운동기구를 섞어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메인프레임에 탑재될 CEC에 각종 케이블이 연결돼 전력과 전압, 온도 변화에 따른 이상 동작 여부를 점검 받았다.

여긴 리프트스테이션이란 작업 구역이 모여 있는 공간입니다. 그외에도 수냉식 냉각테스트를 위한 '워터필스테이션'과 조립된 제품을 최종 테스트하기 위한 'D스테이션' 등 11곳의 스테이션이 있어요. 다른 곳까지 합치면 98곳이에요. 지금은 비교적 여유로운 시기지만, 주문량이 넘칠 땐 다른 쪽에 있는 파워(유닉스) 생산용 스테이션도 동원되기도 합니다.

비교적 생산이 밀리지 않는 시기인데다, 스테이션마다 생산품 조립과 테스트의 책임을 지는 고정 작업자(오퍼레이터)를 1명씩만 두는 방식 때문인지 작업자 수는 많지 않았다. 다만 전체 160명 가량이 2교대로 일할 정도로 일손이 부족해지면, 이를 메우려고 은퇴한 엔지니어를 파트타임으로 고용하기도 한다고 드레이크는 설명했다. 평균적으로 조합할 수 있는 테스트 시나리오가 4가지 정도 있어요. 소음 테스트같은 공정은 다른 맨 마지막에 별도 공간에서 진행합니다. 모든 테스트가 마무리되면 별도 제조 창고에서 커버를 붙이고 포장 등 완제품으로 만들어진 뒤 출하되죠.

이처럼 시스템을 반제품으로 조립하고 테스트하는 공정은 전체 생산 단계로 보면 중반 이후 과정에 해당했다. 여기에 투입되기 전 각 부품의 작동 한계를 시험하는 테스트 작업도 따로 있다는 것이다. 부품 테스트를 위한 시설은 조립 테스트 작업장 건물에서 걸어서 5분정도 떨어진 다른 건물, 일명 '클락타워'에 있었다.

클락타워에서 일하는 '프랭크'라는 이름의 직원이 조립 공정 이전 단계에 해당하는 부품 테스트 공정을 안내하기 위해 앞장섰다.

가장 먼저 들어선 공간은 일반 사무실 같은 곳에서 업무를 보는 여러 직원들의 업무 공간이었다. 긴 책상에 도서관같은 칸막이가 세워져 있었고, 프랭크와 인상이 비슷한 분위기의 직원들이 몇명 앉아 있었다. 책상마다 내용을 알 수 없는 서류와 PC가 드문드문 놓여 있었다. 테스트한 부품별 정보를 정리하는 곳으로 추정됐다. 두번째 장소에서는 '체임버에어리어'라는 곳에서 메인프레임에 대해 진행하는 온도 변화 내구성 테스트가 진행됐다. 전반적으로 소음이 커서 자세한 설명을 듣지는 못했지만, 수냉식과 공냉식 제품이 섭씨 0~30도 가량, 즉 일반 사무실같은 환경의 온도변화에 견딜 수 있는지 알아보는 작업으로 파악됐다.

영하 수십도 수준의 극저온 테스트는 제품 단위가 아니라 칩(프로세서) 수준에서 수행됩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테스트한 의미는 내구성의 한계를 파악하는 성격이고, 실제 조립 과정에서의 테스트는 그 기준만큼 견디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게 차이점이죠.

다른 테스트 공정으로 이동했다. 클락타워에 들어서기 전 11개의 리프트스테이션이 위치했던 조립 및 테스트 작업장보다 넓이가 절반밖에 안되는 방이 나왔다. 소음은 이전보다 줄어 있었고 일반 기업의 소규모 전산실같은 느낌을 들게 하는 곳이었다.

여기선 165종의 기계 부품과 장비를 포함해 연구소에서 생산하는 모든 제품에 들어가는 구성품을 테스트해요. 메인프레임의 펌웨어, 스위치, 입출력성능(I/O), 접속횟수 등 기능과 성능에 관련된 부분을 다양하게 점검하고 있어요.

이어 리프트스테이션이 있었던 방보다 훨씬 넓은 공간으로 들어섰다. 천장에 '테스트셀'이라는 표지가 보였다. 실제 테스트를 받고 있는 장비가 방 안을 가득 채운 듯 했다. 여기서는 앞서 출시된 여러 세대의 메인프레임과 유닉스 등 제품에 대한 테스트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이건 오늘 조립된 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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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는 'P24'와 'P59'라는 라벨이 붙은 장치가 나란히 놓인 곳으로 일행을 안내했다. 동일 모델에 수냉식 부품과 공랭식 부품을 설치해 놓고 냉각 테스트를 진행하는 구획이었다. 이런 식으로 부품의 조합에 따라 세분화된 테스트 작업이 진행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테스트셀을 빠져나오자 처음 들어선 사무공간으로 되돌아오는 것으로 탐방을 끝이 났다.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좀 남았다. IBM이 하루 전날 메인프레임 50주년을 기념하며 '메인프레임의 미래'를 강조했는데, 현장에선 이와 관련된 연결고리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2년 주기로 출시되는 경향을 보인 메인프레임의 차세대 모델을 암시하는 단서도 물론 없었다. 단지 회사가 핵심 부품인 MCM 생산 공정을 외부 지역인 싱가포르에는 맡기지 않은 것처럼, 스스로 개방한 생산 공정에서 이렇다할 실마리를 노출하지 않은 게 자연스러운 일임을 받아들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