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 판매인 절규…“피해보상 급한데 인증제까지”

일반입력 :2014/04/09 17:05    수정: 2014/04/09 17:55

전국 각지 이동통신 판매인들이 다시 길거리로 나왔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이통3사 사업정지 제재에 따른 피해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아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추진중인 유통인증제까지 이중고가 더해진다는데 목소리를 높였다. 한마디로 통신 판매인의 고충과 시름이 더욱 깊어졌다는 것이다.

휴대폰 대리점과 판매점을 대변하는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9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응답하라 피해보상, 영업정지 중단 및 피해보상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지난달 13일 ‘영업정지 철폐를 위한 30만 종사자 결의대회’에 이은 이통사 사업정지 비판 2차 집회다.

■영세상인 피해에 눈감는 정부와 이통사

이들의 가장 큰 고민은 이통사 영업정지에 따른 피해 보상 대책 마련이다. 기기변경까지 금지된 제재로 사실상 대리점과 판매점들은 수익이 전혀 없게 된다. 반면 매장 운영과 인건 비용은 계속 빠져나간다.

정부는 통신사와 협의를 통해 대리점 피해 보상안을 내놨다. 이는 약 1만개에 이르는 대리점에만 해당한다. 대리점과 위탁 판매 계약을 맺은 판매점은 논의 대상이 아니었다. 대리점이라고 하더라도 집회 현장에 모인 판매인들은 쥐꼬리 보상이라고 비판했다.

집회 한 참가자는 “단말 채권을 유예 해준다는 건 고작 빚을 더 오래 끼고 있으란 말 밖에 안되는데 이걸 보상이라고 가지고 나왔다”며 “직접 보조금을 뿌린 이통사는 벌을 받으면서 피해는 오히려 우리가 본다”고 지적했다.

이날 집회 단상에 오른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의 우원식 위원장은 “미래부 최문기 장관과 만나 처벌이 잘못됐다는 입장을 들었다”면서 “판매점 피해 보상책은 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우원식 의원은 이어 “판매점 피해 보상이 어렵다는 이유로 최문기 장관은 수많은 판매점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논의할 수 없다고 말한다”며 “잘못된 처벌이란 건 인정하면서 지금이라도 당장 파악해야 하는게 순서가 아니냐”고 덧붙였다.

협회 역시 미래부와 수차례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휴대폰 판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통과 촉구 등 지난해부터 주장했던 의견에 이번 사업정지에 따른 피해보상책 마련, 이동통신발전협의회 구성 등을 논의했지만, 어느 하나도 제대로 이뤄진 것이 없는 상황이다.

협회 관계자는 “최소한 피해 보상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미래부는 사업자들의 큰 의지가 없다는 입장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통신사 관계자 역시 “판매점은 통신사와 직접 계약 당사자가 아니라 대리점과 계약을 맺은 관계”라며 선을 그었다.

결국 판매점의 피해 보상에 대한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유통 인증제…이중규제 + 판매점 대상 영리 사업

피해 보상 등은 이통사 사업정지 제재 발표가 나기 이전부터 논의되던 이야기다. 그런데 여기에 더불어 판매인들에게 유통 인증제라는 불똥이 다시 튀었다.

‘통신시장 유통점 인증제’란 KAIT가 통신시장의 유통질서를 바로자고 통신서비스 이용자 권익보호를 위해 마련됐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지난달 사업정지 시작 전날인 12일 관련 내용 사업 발족식을 맺었다. 경희대 강병민 교수를 위원장으로 인증제 도입을 위한 연구반과 제도의 심의 자문을 위한 운영위원회를 갖추고 진행된 사안으로 당장 오는 19일 첫 시험이 예정돼있다.

협회 관계자는 “판매사는 개인당 6만원, 판매점은 초기 연도에 45만원을 내야 한다”며 “처음엔 이 정도 비용이 드는 줄도 모르고 취지만 보고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후 통신사들의 인증점 목표 공문이 내려오고 실제 인증시험 비용을 알고난 뒤 상황은 바뀌었다.

이 관계자는 “대상 점포수가 4만6천여개에 매장당 4명 직원 기준으로 따지면 KAIT가 320억원을 벌어들이는 것”이라며 “사실상 모든 판매점과 대리점에 인증제를 통신사가 강요하고 있는데 변별력도 없는 인증제에 누가 이런 비용을 쓸 수 있겠냐”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런 행위는 이해 당사자가 직접 모이고 스스로 모은 기금으로 하는 사업인데 왜 통신사와 정부가 나서 개인사업자인 대리점과 판매점에 돈을 걷어 시험을 치루고 자격을 주는 제도를 만드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고작 정부가 한다는게 영업정지 피해 보상은 없고 피해를 늘리는 행위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안명학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장도 이 점을 강도 높게 지적했다. 그는 “사실상 사업자를 내세워 강제적인 성격의 제도”라면서 “대통령이 나서 규제 철폐를 외치는데 인증제라는 새로운 규제로 이중규제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이 좀 살자” 호소해도...

이통유통협회의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허인회 고문은 “‘을’이 망하면 ‘갑’도 망한다”며 “이동통신발전협의회 구성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이동통신발전협의회는 정부와 이동통신사, 판매점과 대리점을 대변하는 협회가 함께 모이는 자리로 협회가 줄곧 발족이 시급하다고 주장해온 기구다. 정부는 아직 기구 발족에 대해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허인회 고문은 “이동통신 30년 동안 제대로 된 협회도 없었고 만들려고 하면 통신사들이 와해시켰다”며 “어렵게 모인 우리가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 할 이유가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말단 판매인들도 잘 살아야지 이통사는 물론 제조사까지 그 분위기가 이어질텐데 언제까지 못살게만 할 것이냐”며 “같이 좀 잘 살아보자”고 호소했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치는 않다. 지난 1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인사청문회에서 나온 발언이 이날 집회에서 화제가 됐다.

집회 사회를 맡은 협회 배효정 부회장은 “유통점이 있고 없고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인데 방통위원장 후보자가 인위적으로 줄이겠다고 말하고 다닌다”며 “여기가 공산주의도 아니고 어떻게 그런 발상을 할 수 있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관련기사

실제 최성준 위원장은 청문회 당시 왜곡된 이통시장을 두고 경쟁이 과다해진 오프라인 매장 수를 문제점으로 꼽으며 그 수를 줄여나가겠다는 언급을 남겨 주목을 받았다.

이에 대해 방통위 한 관계자는 “유통점을 줄일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며 “과도한 경쟁을 지양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