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구조조정 ‘격랑’…황창규 칼 빼든 이유

근속 15년 이상 2만3천명 대상 명예퇴직 실시

일반입력 :2014/04/08 15:08    수정: 2014/04/09 10:13

정윤희 기자

황창규 KT 회장이 취임 두 달 반 만에 마침내 칼을 빼들었다. 대규모 명예퇴직을 실시, 본격적으로 몸집을 줄이겠다는 의지다. 지난 2009년 이석채 전 회장 시절 이후 약 5년 만의 명예퇴직이다.

KT는 8일 근속 1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특별명예퇴직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창사 이래 최초로 적자 기록하는 등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인적쇄신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명예퇴직 대상자는 근속 15년 이상 직원으로 약 2만3천여명, 70% 정도가 해당된다. KT 안팎에서는 명예퇴직 규모가 적게는 6천명에서 많게는 1만2천여명에 이르는 등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2009년 명예퇴직 당시에는 약 6천여명에 이르는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앞서 황창규 회장은 취임 직후 조직개편을 통해 전체 임원수를 25% 줄이고, 지원조직 임원급 직책 규모를 50% 이상 축소했다. 기존에 20개에 달하던 사업부문은 9개로 축소 개편했다.

KT는 지난해 매출액 23조8천106억원, 영업이익 8천393억원, 당기순손실 603억원을 기록했다. 유무선 통신부문이 모두 부진하며 전년 대비 영업이익은 30.6% 줄고 당기순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KT, 인건비 대폭 줄인다…유선부문 주 타깃

사실 KT의 막대한 인건비 문제는 그동안 KT 안팎에서 수차례 지적돼왔다. 실적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상황에서 인력감축을 통한 효율화 작업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황창규 회장 취임 당시부터 대규모 인력 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심심찮게 쏟아진 이유다. 실제로 명예퇴직을 발표한 이날 오후 KT 주가는 전날보다 7.52%, 2천200원 급등한 3만1천450원을 기록키도 했다.

지난해 기준 KT 임직원은 총 3만1천592명으로 연간 인건비만 최대 2조772억원에 달하는 구조다. 이는 경쟁사인 SK텔레콤 4천192명, LG유플러스 6천780명에 비해 월등이 높은 수준이다. 반면 평균 근속연수는 19.9년으로 최근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이석채 전 회장 역시 퇴임 직전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이메일을 통해 “매년 경쟁사 대비 1조5천억원 이상 더 많은 인건비가 소요되고 있다”며 “비상한 각오로 인건비 격차를 1조원까지 줄인다는 근원적 개선을 올해 안에 이뤄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명예퇴직 발표 직후 KT 안팎에서는 유선부문이 주요 타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선매출 급감 및 무선가입자 감소, 인건비 증가 등을 고려한 사업합리화 차원의 조치로 일부 사업부문을 자회사에 위탁키로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부터 KT 내부에서는 유선부문을 타깃으로 한 구조조정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KT는 오는 5월부터 현장영업, 개통, AS 및 플라자 업무(지사 영업창구 업무)를 KT M&S, KTIS, KTCS 및 ITS 7개 법인 등 계열사에 위탁한다. 현재 해당 사업부문에는 약 1만여명이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T 한 임직원은 “지난달부터 유선부문을 타깃으로 구조조정을 준비 중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서 직원들이 명예퇴직 규모나 내용을 파악하느라 업무에 집중을 못할 정도였다”며 “유선부문으로 평소에도 업무에 비해 인력이 과도하게 집중돼있다는 지적을 받았었고 경쟁사에 비해 인력 대비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KT 직원 역시 “명예퇴직을 통한 구조조정과 유선부문을 주 타깃으로 본사와 현장의 인력을 뽑아 계열사를 만들어 독립시키는 방안을 놓고 검토 중이라는 소문이 돌았다”며 “계열사 통폐합 등 가지치기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 축소·임금피크제 도입…명예퇴직금은?

KT는 오는 10일부터 24일까지 명예퇴직 희망자 접수를 받고, 오는 25일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30일 퇴직 발령을 낸다는 계획이다.

명예퇴직 신청 직원들은 근속기간 및 정년 잔여기간에 따라 명예퇴직금을 지급받게 된다. 금번 명퇴로 받을 수 있는 총 금액은 퇴직금을 제외하면 평균 2년치 급여 수준이다. 지난 2009년 당시 지급된 퇴직금을 제외한 추가금액 1인당 평균 1억4천만원보다 다소 상향됐다. 개인의 선택에 따라 KT M&S, ITS 등 계열사에서 2년간 근무를 할 수도 있다.

KT는 금번 명예퇴직금 지급에 따른 일회성 비용으로 적게는 1조원에서 많게는 3조9천100억원을 지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09년 명예퇴직 때는 약 8천400억원의 일회성 비용을 지출했으나, 연간 4천600억원의 인건비 절감 효과를 볼 것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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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부터는 임금피크제도 도입된다. 정년 60세 연장 법제화라는 국가 정책을 수용함에 따른 인건비 부담 완화를 위해서다. 자녀 대학 학자금지원제도 폐지 등 임직원 복지제도 역시 축소된다.

한동훈 KT 경영지원부문장 전무는 “경영 전반에 걸쳐 위기상황에 처함에 따라 직원들이 고용불안 및 근무여건 악화를 우려해온 것이 현실”이라며 “노사가 오랜 고민 끝에 합리적인 수준에서 ‘제2의 인생설계’의 기회를 주는 것이 직원과 회사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