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테크]영웅의군단은 어떻게 성공했나

일반입력 :2014/04/03 15:59

특별취재팀

게임 하나 만들 때마다 8kg이 찌더라

인기 모바일게임 '영웅의 군단'을 개발한 이건 넥슨 프로듀서(PD)는 3일 '게임테크 2014' 컨퍼런스에 참석, 지난 4년간 영웅의 군단을 만드는데 들어간 집중과 노력을 불어난 체중에 빗대 유머러스하게 풀어냈다.

영웅의 군단은 PC 온라인 게임의 특성을 모바일에 맞춰 구현한 MORPG다. 길드 시스템, 아이템 거래장 등 PC 온라인 게임 전유물로 여겨졌던 요소들이 모두 영웅의 품격 안으로 들어갔다.

2009년 처음 게임을 기획할 때만 해도 이 PD는 영웅의 군단을 PC와 모바일 버전으로 동시에 준비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회사가 만류했다. 넥슨은 PC 버전 영웅의 군단에 그저 그런 콘텐츠, 어디서 본 것 같은 그래픽으로 고만고만한 성적을 거둘 거 같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대신 모바일 영웅의 군단을 크게 호평했다. 넥슨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평가는 PC 온라인 게임 초기 시절 뮤나 리니지2를 처음 봤을 때 그 컬쳐쇼크 같은 느낌이 든다였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대신 하나를 제대로 만들자, 영웅의 군단은 모바일로 가자라는 결정을 하게 된 계기다.

이 PD는 당시를 돌아보며 PC 온라인 게임 요소를 모바일로 구현하는 것이 어렵다고 하는데 해보자라고 생각했다며 어떤 재미를 살려야 하는지를 가장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캐릭터'와 '월드'다. 나와 닮은, 나를 대체할 수 있는 캐릭터와 이 캐릭터가 뛰어다닐 수 있는 세계, 즉 필드를 구현하는데 노력했다. 또 캐릭터가 게임 속에서 살아가는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도록 경쟁자 대비 크고 깊은 분량의 시나리오와 퀘스트를 마련했다.

PC 온라인 게임 같은 길드 시스템, 아이템 경매장을 만들 때는 회사 내부에서도 논란이 있었다고 이 PD는 설명했다. 게임 내에서 친구를 맺고 소속감과 협력, 경쟁, 갈등을 만들어 내는 길드는 게임에 대한 충성도는 높일 수 있지만 게임 자체를 무겁게 만들 수도 있다.

아이템 거래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모바일 게임들은 아이템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는다. 게임 실행 시간을 축소시키고 개발사가 콘텐츠 소모 속도를 제어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템 거래 도입은 영웅의 군단을 다른 게임들과 차별화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이 PD는 RPG에서 아이템 거래를 막으면 나의 존재는 뭐가 되느냐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고급 아이템들만 거래할 수 있게 하는 경매장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물론 포기한 것도 있다. 실시간 전투, 영지 시스템, 제작과 채집 시스템 등이다. 영지시스템의 경우 원래 영웅의 군단에 포함됐던 기능이지만 이용자 반응을 살핀 후 접었다. 멋지게 싸우고 돌아와 소 키우고 말 키우는 영웅의 모습이 어색했다는 그의 말에 청중들이 웃었다.

일단 개발해 게임에 적용한 기능, 그것도 대규모 시스템을 없애는 것은 개발사 차원에선 큰 결정의 문제다. 그럼에도 넥슨이 이같은 선택을 한 것은 이용자와 상호작용을 고려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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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군단이 모바일 게임임에도 오래가는 게임이 되기 위해선 이용자들이 게임의 각종 요소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살피고 빠르게 피드백 해야 한다. 영웅의 군단이 경쟁 게임 대비 커뮤니티 관리에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다.

이 PD는 이용자들이 게임 리뷰에서 영웅의 군단을 '이게 정말 모바일 게임이야'라고 하더라며 이게 제일 듣고 싶었던 이야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