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자산 15조 거대 부품·소재사 탄생

전자-부품·소재 수직계열화…삼성 지배구조 단순화

일반입력 :2014/03/31 10:32    수정: 2014/03/31 10:40

정현정 기자

삼성SDI와 제일모직이 전격 합병을 결정하며 자산규모 15조원 상당의 글로벌 소재·에너지 토탈 솔루션 기업으로 탈바꿈한다.

삼성SDI는 제일모직을 주식교환방식으로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고 31일 공시했다. 삼성SDI와 제일모직이 각각 1대 0.4425의 비율로 합병하며, 삼성SDI가 신주를 발행해 제일모직의 주식과 교환하는 흡수 합병 방식이다. 합병회사의 사명은 삼성SDI이다.

합병으로 삼성SDI는 자산 규모 15조원, 연매출 9조5천억원, 시가총액 10조원의 대형 부품소재회사로 재탄생하게 됐다.

이번 결정은 신성장동력 육성에 대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부품 전문기업과 소재 전문기업 간의 강점이 더해져 회사 전 부문에서 큰 시너지가 날 것이라는 기대다.

또 이번 합병으로 삼성그룹 차원에서는 소재·부품(삼성SDI)-완제품(삼성전자)으로 이어지는 전자부문 수직계열화가 완성됐다. 지난해부터 추진하는 지배구조 단순화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제일모직은 삼성 관계사 지분율을 높이면서 지배구조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부품+소재 전문기업 시너지↑

삼성SDI는 제일모직이 보유한 2차전지 분리막 기술과 유기소재 기술, 기타 다양한 요소기술 등을 확보해 배터리 사업경쟁력을 크게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제일모직의 합성수지 사업을 기존 전자·IT 시장 위주에서 자동차용 시장으로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삼성SDI의 디스플레이 전문 역량과 기술은 제일모직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 등 전자재료 사업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나아가 양사의 강점 역량을 결합해 전기차 주행거리 향상 솔루션(초경량 소재+배터리) 등 차세대 먹거리 발굴도 가능해지게 된다.

삼성SDI는 “삼성SDI가 추진하고 있는 친환경·에너지 사업의 실현을 위해서는 소재 경쟁력 강화가 필수적”이라면서 “이번 합병을 통해 제일모직의 분리막, 전자재료 등 다양한 소재 전문 역량을 활용해 배터리 사업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로 전기차용 배터리 등 신규 사업의 안정적인 추진 기반을 확보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템 개발로 미래 성장동력 발굴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부문 수직계열화 완성…지배구조 개선 탄력

이번 합병으로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삼성SDI가 제일모직을 합병함으로써 삼성그룹 차원에서는 소재·부품(삼성SDI)-완제품(삼성전자)으로 이어지는 전자부문 수직계열화를 완성시킬 수 있게 됐다.

또 기존 삼성 관계사 지분율이 7.1%에 불과해 순환출자 고리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제일모직은 삼성SDI에 흡수합병을 통해 삼성전자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지분율을 높일 수 있게 됐다.

또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삼성그룹 지배구조 정비도 탄력을 받게 됐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제일모직 패션 부문 매각에 이어 삼성SDS와 삼성SNS를 합병했다. 또 삼성전기와 삼성물산, 삼성중공업이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을 삼성생명에 넘기고, 삼성물산은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사들이는 등 지배구조 단순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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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를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 부문 사장에게 넘기고 남은 소재사업 부문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밑에 둠으로써 이재용 부회장이 전자와 금융,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호텔·건설·중화학, 이서현 사장이 패션·미디어 등을 맡는 것으로 구분되는 승계구도도 보다 명확해지게 됐다.

양사는 오는 5월 30일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7월 1일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삼성그룹 모태 중의 하나이자 60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제일모직은 삼성에버랜드에 패션 부문을 매각한 데 이어 나머지 소재 부문도 매각됨에 따라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