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외면하는 마케터의 미래는 없다"

일반입력 :2014/03/28 08:55    수정: 2014/03/28 10:43

황치규 기자

<솔트레이크시티(미국)=황치규 기자>마케터들도 이제 데이터를 분석해야 하는 시대다. 숫자는 마케팅에서 대단히 중요해졌다. 나는 켈로그 경영대학원을 나왔는데, 같이 공부했던 한 친구가 자신은 마케터니 숫자가 없는 과목만 듣고 싶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그때는 그래도 됐을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다.

어도비에서 디지털 마케팅 사업을 총괄하는 브래드 렌처 부사장은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리고 있는 어도비 서밋 디지털 마케팅 컨퍼런스에서 숫자를 외면한채 크리에이티브에만 목을 매는 마케터의 시대는 끝났음을 분명히 했다.

데이터를 다룰 줄 아는 능력은 경쟁력있는 마케터가 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CMO가 데이터 분석 역량을 갖추면 그 누구보다 비즈니스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이해할 수 있다. CMO가 CEO가 된 아우디가 대표적인 사례라며 데이터 중심의 마케팅을 거듭 강조했다.

마케팅에서 데이터 분석이 갖는 중량감이 커지면서 흩어져 있는 각종 데이터를 의사 결정에 필요한 형태로 요리할줄 아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와 마케터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봐야할지도 흥미로운 주제가 됐다.

디지털 마케팅이 확산되면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와 마케터의 역할이 일정 부분 겹쳐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렌처 부사장이 내놓은 답은 협력이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와 마케터는 어느 한쪽이 없으면 성공하기 힘든 이와 잇몸의 사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마케터들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될 필요는 없지만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와 대화하고 같이 일할 수 있을 만큼, 숫자와 기술에 대해 친숙해 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도 CMO가 될 수 있고 CMO가 CIO 역할을 하기도 한다면서 이것이 지금 업계가 겪고 있는 현상이다고 덧붙였다.

이번 어도비 서밋의 주제는 '마케팅 재창조'였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마케팅을 펼치려면 마케터들이 변화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상징하는 문구였다. 그런만큼, 이번 서밋에선 디지털 마케팅에 적응하기 위해 마케터들이 위험을 감수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들이 많이 나왔다. 어도비도 참가자들을 상대로 위험 감수를 적극 주문했다.

렌처 부사장은 서밋에서 기조연설을 한 영화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를 인용해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게 위험이다. 과거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면서 마케터들은 이제 성과를 입증하는 것이 필요해졌고 그러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디지털 마케팅에 대한 믿음을 갖고 한동안은 그냥 밀어부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데이터 분석에서 경쟁력이 있는 마케터들은 성과 측면에서도 앞서 있다. 유통 시장을 보면 상위 20%의 마케터들(leading marketers)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의 전환률(conversion rate: 웹사이트를 방문한 사람중 마케터가 유도한 행위를 실제로 한 비율)을 비교했을 때 2배가 더 높다는 것이었다. 그는 리딩 마케터들은 기술, 교육은 물론 부서간 협업 프로세스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어도비 마케팅 클라우드와 같은 디지털 마케팅 솔루션을 도입하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된다. 솔루션만 도입한다고 해서 마케팅 경쟁력이 확 올라가는 것 또한 아니다. 도입에 앞서 일정 수준의 체질 개선 작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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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처 부사장은 단지 기술을 구매하는 게 전부가 아니라,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인재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기업이 기술 도입 후 실패하는 이유를 따져 보면, 사람 때문인 경우가 종종 있다. 조직 내에서 고객과 교류하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도비는 이번 서밋에서 자사 마케팅 클라우드를 고도화하기위한 새로운 서비스들을 대거 발표했다. 렌처 부사장은 디지털 마케팅 분야에서 어도비가 가장 광범위한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것을 보여줬고 모바일을 위한 서비스를 강화했으며 엔터프라이즈 디지털 마케팅 시장 공략을 위해 세계 최대 비즈니스애플리케이션 업체인 SAP와도 손을 잡은 것 등을 이번 서밋에서 거둔 성과로 내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