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랄하고도 살벌한 실리콘밸리 IT회사들의 기업문화

일반입력 :2014/03/26 07:16    수정: 2014/04/01 10:45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어떤 문화를 가지고 있을까?

캠퍼스라 불리는 넓은 회사 부지에 수영장도 있고 일류 요리사가 만든 식사도 제공되고...실리콘밸리에 있는 기업들의 문화는 우리나라와는 많이 다르다.

그러나 노는 것과 먹는 것에 담긴 키워드는 철저한 성과다. 실리콘밸리에서 근무하는 국내 엔지니어들은 현지 기업들이 우수한 복지를 제공하는 것은 맞지만 그만큼의 성과를 요구한다고 입을 모은다. 먹는것과 노는 것도 다 성과가 있어야만 누릴 수 있는 '사치'(?)라는 얘기다.

스타트업 얼라이언스가 25일 경기도 분당 네이버 사옥에서 개최한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컨퍼런스에서 페이스북, 트위터, 징가, 넷플릭스 등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 엔지니어들이 각 회사의 가지고 있는 독특한 기업문화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페이스북에서 IT컨설턴트로 뛰는 윤종영 K그룹 회장은 페이스북 곳곳에 붙은 슬로건이 기업문화를 대변한다고 전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일하는 절차가 어떻게 되냐고 물어 봤더니 다들 깜짝 놀라더라. 프로세스라는 게 없는 곳이다. 그냥 해보는 것이 여기의 문화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대학생 인턴들을 상대로 부트캠프라는 교육도 진행한다. 학생들은 자신이 짠 코드가 페이스북 사이트에 무조건 적용되어야만 교육 과정을 통과할 수 있다. 절차보다는 결과를 중요 시 하는 페이스북 문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아닐까 싶다.

그는 또 페이스북 조직 문화는 상당히 수평적이라고 전했다.

얼마전 전에 프로젝트를 하면서 장비랑 소프트웨어를 사야 했다. 비교적 큰 돈이라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할 줄 알고 결재를 올렸는데 승인하고 말고가 나한테 떨어지더라. 매니저가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매니저는 상관으로서 지위가 아니라 역할일 뿐이라는 설명이다.페이스북에 이어 트위터 기업 문화 소개가 이어졌다. 트위터에 근무하는 유호현씨는 트위터 핵심 가치 중 하나가 우리 스스로 자랑스러운 방법으로 비즈니스를 성장시키자라며 회사를 운영하는 과정과 코드를 만드는 과정이 이 한마디로 인해 바른 방향으로 또 스스로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전햇다.

그가 트위터의 독특한 문화 중 하나로 꼽은 것은 '핵위크'였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밤새워 하는 것이 해커톤이라면 일주일 내내 원래 하던 일은 잠시 접어두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해보는 것이 핵위크다. 트위터와 관련된 일이라면 자유롭게 한주 내내 해볼 수 있다.

그는 맥버전 트위터와 자신의 트윗 역사를 를 모두 다운받을 수 있게 한 서비스도 핵위크를 통해 나왔다고 말했다.

게임회사 징가에서 일하고 있는 서준용씨는 성과를 내는 조직과 개인에게는 보상을, 그렇지 못할 때는 채찍을 주는 실력주의(Meritocracy)로 징가의 문화를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징가에선 성과가 좋으면 좋은 근무환경, 보너스, 주식, 승진, 팀 여행 등이 보상으로 주어진다. 또 매주 금요일마다 직원들에게 맥주와 와인 을 무제한 제공하고 있고 친구 초대도 가능하다. 기르는 애견을 회사에 데리고 와도 되서 강아지를 옆에 두고 일하기도 하고 풀어놓기도 한다. 강아지 동물보험도 회사에서 제공해 주고 있다.

1년 전 넷플릭스에서 퇴사하고 스트리밍라이저라는 스타트업을 시작한 에릭 킴씨는 넷플릭스의 기업 문화를 자유와 책임, 그리고 혁신이라는 세 단어로 요약했다.

그는 넷플릭스에 입사하게되면 엄청난 자유를 누리면서 일할 수 있다. 필요한 컴퓨터나 기기들도 모두 스스로 주문하면 되고 보스의 승인은 필요없다. 업무에 필요한 것이라면 책상 위에 바로바로 주어진다고 말했다.

반면 자유에 상응하는 성과를 내야한다. 그는 보스는 원하는 결과물이 언제 나오는지 체크하고 있다가 제대로 퍼포먼스가 나오지 않으면 바로 해고한다. 살아남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고 말했다. 또 넷플릭스는 신입사원을 뽑지 않고 시니어 엔지니어만 채용한다. 그래서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다 고수다. 내부경쟁이 치열하다고 덧붙였다.

패널토의 시간에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핵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트위터 유호현씨는 핵문화가 생긴 이유에 대해 매일매일 하는 일 중 버그를 고치는 일이 상당부분을 차지하는데 새로운 기획이나 아이디어는 평소에는 나오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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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킴 대표는 넷플릭스에 있을 때 핵데이를 해보면 가지고 있던 문제점들을 마음대로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 분위가 형성된다며 서비스, 일하면서 발생했던 문제를 자유롭게 얘기하고 핵데이를 통해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받아들여지고 그거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뭔가를 다시 만들어내고 하는 활동을 회사에서 중요하게 인정해 준다고 말했다.

핵은 페이스북에서 처음 나온 문화인 만큼 페이스북은 모든 분야에 적용하고 있다. 윤종영 회장은 빌딩 인테리어도 핵한다. 어느날 계단이 무지개색이 돼 있는데 핵한 결과였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은 최근 발표한 PHP지원 언어의 이름도 핵이라고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