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S5는 살만한 스마트폰…결정타 아쉽다

삼성전자 갤럭시S5 리뷰

일반입력 :2014/03/24 14:21    수정: 2014/03/25 07:42

권봉석

스마트폰 시장이 2012년 이후로 성숙기에 접어들고 성능이 상향평준화되며 여러 제조사의 고민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요즘 나오는 스마트폰 치고 풀HD 화면을 달지 않은 제품을 찾아보기 힘들고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역시 어지간하면 쿼드코어(4개)다. 카메라도 1천만 화소를 가볍게 넘어선다. 그만큼 차별화가 어려워진 것이다. 화면을 두드려서 잠금을 해제하거나, 5천만 화소 카메라를 달거나, QHD(2560×1440 화소) 화면을 다는 등 나름대로 몸부림도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22일부터 체험코너를 통해 공개에 나선 스마트폰, 갤럭시S5 역시 이런 고민의 산물이다. 5.1인치 풀HD 화면, 퀄컴 쿼드코어 AP에 메모리는 2GB다.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슈퍼폰’이라며 찬사를 받던 에전과는 딴판이다. 생김새도 기존 제품인 갤럭시S4·갤럭시노트와 비슷하다. 하지만 심박수 측정 기능을 더하고 카메라는 개선했다.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 위한 여러 부가기능도 곳곳에 배치했다.

익숙함 속 어색함 “DMB 안테나가…”

갤럭시S5는 갤럭시S4와 큰 차이점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하게 생겼다. 갤럭시노트3와 크기는 비슷하지만 조금 더 작고 곡선을 둘러 부드러운 느낌이다. 화면은 5.1인치 풀HD 슈퍼 AMOLED, 무게는 145g으로 갤럭시S4보다 약간 크고 무거워졌지만 한 손으로 잡고 쓰거나 손에 쥐기에 크게 불편함은 없다.

방수·방진 기능을 갖추기 위해 내부로 물이 스며들 수 있는 모든 부분을 막아 놓았고 USB 3.0 규격 단자에도 마개가 달렸다. 손으로 뽑아 쓸 수 있었던 지상파DMB 안테나는 내부로 숨었다. 실제로 처음 기기를 켜면 한 번씩 뒷면 커버가 제대로 닫혀 있는지 확인하라는 메시지가 화면에 나타난다. 뒷면 커버 내부에도 수분을 막아 주는 고무 패킹이 둘러졌다.

지상파DMB 안테나가 제품 내부로 들어가면서 수신 감도가 기존 뽑아 쓰는 안테나보다 떨어질 것이며 이 때문에 아예 지상파DMB 기능이 빠질 것이라는 추측도 있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지상파DMB 수신 기능은 건재하다. 지하 공간인 서초동 삼성전자 딜라이트에서는 채널 검색이나 DMB 시청에 실패했지만 지상 공간인 광화문 올레스퀘어 실내에서는 DMB 시청이 가능했다.

간섭 현상 줄여 보다 선명한 사진 얻는다

갤럭시S3때만 해도 AP로 엑시노스가 곧잘 쓰였지만 지난 2013년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이동통신 3사가 서로 다른 주파수 대역 두 개를 묶어 속도를 높이는 LTE-A 서비스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직 LTE-A를 구현할 수 있는 통신칩은 퀄컴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데다 통신칩과 AP를 묶은 통합칩을 써야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다. 이 때문에 갤럭시S5도 국내 출시 모델에는 퀄컴 스냅드래곤 801 AP(MSM8974-AC)를 썼다. 쿼드코어 칩이며 최대 2.46GHz로 작동한다.

카메라는 1천6백만 화소 아이소셀(ISOCELL) 센서 카메라를 탑재했다. 기존 스마트폰 카메라는 이면조사식(BSI) CMOS 센서를 써 왔는데 빛을 받아 들이는 센서를 렌즈 바로 아래에 두어 보다 빛을 많이 받아 들이게 만들었다. 밝은 곳은 물론 어두운 곳에서도 보다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이소셀 센서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화소 사이에 벽을 쳐서 간섭 현상을 줄였다. 어두운 곳에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흔히 보이는 잡색상이 생기는 현상을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갤럭시노트3에 탑재되었던 4K UHD 동영상 촬영 기능도 그대로 담았다. 24초 분량 동영상을 UHD로 촬영하니 140MB 정도를 차지했다. 초당 5.5MB(44Mbps)를 쓰는 셈이다. 물론 이는 압축을 거치기 전의 동영상 크기이며 실제 센서로 받아 들이는 영상 크기는 두 배 이상일 것으로 추측된다. 최대 촬영 가능시간인 5분을 완전히 채워서 촬영한다고 가정하면 전체 용량은 1.65GB에 달한다. 마이크로SD 카드를 이용하면 용량을 늘릴 수 있는 만큼 촬영 가능 시간을 조금 더 늘려 주어도 좋았을 것이다.

고음질 음원을 보다 원래 소리에 가깝게

스마트폰으로 단순히 MP3, AAC 등 압축된 음원을 듣는 시대를 지나 요즘은 24비트, 192kHz로 만들어진 무손실압축 음원을 즐기는 사람도 늘어났다. 국내외 음원사이트에서도 이런 고음질 음원을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물론 이런 무손실압축 음원이 ‘플라시보 효과’, 다시 말해 실제 음질 향상 효과는 크게 느끼기 힘들지만 단순히 듣는 사람에게 심리적으로 ‘더 나은 소리다’라는 느낌을 준다는 이유로 비판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마친 상태의 음원을 보다 손실이 적은 상태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갤럭시노트3나 G프로2 등 기존 스마트폰이 이미 고음질 음원 재생 기능을 갖췄고 갤럭시S5 역시 예외는 아니다. 무손실압축 음원 형식 중 가장 널리 쓰이는 FLAC 파일을 초기 상태에서 재생할 수 있고 24비트로 만들어진 음원에는 자동으로 ‘UHQ’라는 표시가 나타난다. ‘UHQ’라는 표시는 나타나지 않지만 24비트 48kHz로 만들어진 웨이브(*.wav) 파일 재생에도 문제는 없다. 단 조금이라도 더 음원에 가까운 소리를 듣고 싶다면 음원 뿐만 아니라 이를 실제 귀로 전달하는 이어폰·헤드폰에도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어폰·헤드폰은 주파수 대역에 따라 재생 가능한 소리의 세기(음압)가 서로 다르며 왼쪽·오른쪽의 음량도 미묘하게 다른 경우가 많다. 이를 최적화해주는 기능인 ‘어댑트 사운드’도 갤럭시노트3에 이어 여전히 포함됐다. 음원을 입맞에 맞게 조절해 들을 수 있는 삼성전자 고유 음장기능 ‘사운드얼라이브’도 쓰기 편해졌다. 저음·고음 강조 여부, 악기/보컬 강조 여부를 화면에 펼쳐진 2차원 그래프를 보면서 조절할 수 있게 됐다.

방수·방진 기능 “방심은 금물”

화제를 모았던 방수·방진 기능은 국제 규격인 IP67 등급이다. 첫자리 숫자인 6은 ‘인체 및 움직이는 부품에 의한 침투에 대한 완벽한 방지.유해분진 침투 일체 차단’을 의미한다. 둘째자리 숫자인 7은 방수등급인데, ‘물에 넣었을 경우에 정해진 압력하에서 일정기간 수분침투방지’를 의미한다. 손에서 묻어나는 땀이나 빗물 정도로는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민물에서 테스트한 결과이며 흙탕물이나 바닷물 등 불순물이 섞인 곳에서는 제품이 손상될 가능성도 높다. 극한 환경에서 작동하는 러기드 제품이 아닌 이상 이런 방수·방진 기능은 어디까지나 보험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

초절전 모드는 배터리 소모를 최대한으로 낮추는 기능이다. 본디 이 기능은 3.11 동일본대지진을 겪은 일본 시장을 겨냥해 만들어진 기능이지만 이번에 갤럭시S5에도 기본 탑재됐다. 이 기능을 쓰면 이용자가 설정한 배경화면은 무시되고 와이파이와 블루투스도 차단된다. 화면이 꺼져 있을때는 데이터 통신 기능도 꺼진다. 기본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은 전화와 문자, 인터넷으로 최소화된다. 사고나 재난으로 외부와 물리적으로 차단된 상황에서 마지막 생명줄이 될 수 있는 통신수단을 보존하기 위한 기능이다.

갤럭시S4에 만보계 기능이 들어갔다면 갤럭시S5에는 심박수 센서가 들어갔다. 적외선 LED로 손가락 끝에 강하게 빛을 비춘 다음 모세혈관의 변화를 감지해 1분당 심장이 몇 번 뛰는지 세는 방식이다. 카메라 밑의 센서에 손가락을 대고 S헬스 앱의 측정 아이콘을 누른 다음 잠시 기다리면 현재 심박수가 나타난다. 측정한 결과는 S헬스 앱에 저장되며 측정 시간이나 날짜에 따른 심박수 변화를 추척할 수 있다.

반면 미처 테스트하지 못한 기능도 있다. 현재 전국 매장에 전시된 시연용 갤럭시S5는 시연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잠금 기능은 활성화할 수 없다. LTE 개통된 유심을 꽂아도 데이터를 쓰는 것은 불가능하며 오직 와이파이로만 작동한다. 때문에 지문인식을 이용한 잠금 기능이나 와이파이·LTE망을 결합해 다운로드 속도를 높이는 다운로드 부스터 기능은 테스트할 수 없었다.

뷔페식 편의 기능 “배는 부른데 기억에 남는 맛은…”

하드웨어 성능이나 기본기만 놓고 보면 갤럭시S5는 충분히 ‘살 만한’ 스마트폰이다. 출시될 때마다 ‘슈퍼폰’이라는 찬사를 받던 몇 년 전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지만 적어도 구입해서 후회할 제품은 아니다. 하지만 이미 쓰던 스마트폰 할부가 채 끝나기도 전에 바꾸고 싶을 정도로 구매 욕구를 불러 일으키지는 않는다. 기존 갤럭시 스마트폰과 나란히 늘어 놓으면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비슷한 디자인만 봐도 그렇다. 여러 부가기능도 이미 다른 회사 스마트폰에서 볼 수 있었던 것들 뿐이다. 특히 편의기능은 지문인식이나 심박수 측정 등 극히 일부 기능을 제외하고는 갤럭시노트3와 다른 점을 찾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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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세대를 거듭할수록 늘어나는 각종 부가기능이나 편의기능의 가지치기도 시급하다. 가장 많이 쓰일 카메라 기능만 해도 기능 설정 항목을 보면 손떨림 방지, 파노라마 촬영 등 갖가지 기능이 화면 절반을 빼곡이 채울 정도로 나타난다. 설정 화면에 들어가도 처음 보면 뜻을 모를 여러 항목들이 나타나 함부로 손도 대기 어려울 지경이다. 이런 기능을 활용하려면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한 사람조차도 한 번쯤 설명서를 정독하면서 기능을 익혀야 한다.

가령 모션인식 등 일부 기능은 4세대 전인 갤럭시S2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탑재되지만 정작 쓰는 사람은 적다. 이런 문제는 단순히 설정 화면을 아이콘으로 바꿔 보여준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전작인 갤럭시S4 출시 시점에서 한 번쯤 교통정리가 있어야 했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쓰이지 않는 기능은 과감하게 들어내거나, 그럴 수 없다면 단계적으로 보여주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갤럭시S5는 더 이상 슈퍼폰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