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늘지만…알뜰폰 영업정지 반사익 미지근

가입자 증가폭 예년 수준…SKT 보조금 위협

일반입력 :2014/03/24 11:43

이동통신사의 영업정지로 알뜰폰(MVNO) 가입자가 이전보다 늘어났지만 당초 기대치에는 못 미치는 상황이다. 신규 가입자는 늘었지만 자세히 따져보면 연초 이통사 보조금 대란이 일어나기 이전의 지난해 연말 수준으로 회복하는 정도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KT와 LG유플러스 영업정지가 시작된 이후 알뜰폰은 일평균 3천800명 가량의 번호이동 가입자 증가폭을 기록하고 있다.

영업정지가 시작된 첫날인 13일 알뜰폰은 3천848명의 순증을 기록했다. 하루 뒤인 14일에는 이보다 증가한 4천233명이 늘었다. 영업정지 첫 주말과 월요일까지 15~17일 3일 동안에는 7천190명을 유치했다. 주말을 0.75일로 계산하는 업계 산법으로는 일평균 2천876건이 늘어난 셈이다.

이후 증가폭이 지속적으로 줄어들다 지난주 금요일인 21일에는 3천854명으로 신규 가입자 수가 소폭 증가했다.

반면 SK텔레콤은 영업정지 첫 날에만 알뜰폰에 밀렸을 뿐, 이후로는 꾸준히 신규 가입자를 늘리고 있다. 현재 내달 4일까지는 SK텔레콤과 알뜰폰만 가입자 모집이 가능한 상황이다.

영업정지 기간 동안 일평균 번호이동 시장 규모가 1만명을 오르내리는 가운데 SK텔레콤과 알뜰폰의 비중은 6대 4 비율을 기록 중이다. 시간이 갈수록 이 비율도 SK텔레콤 쪽으로 서서히 기우는 모습이다.

통신업계서는 SK텔레콤이 영업정지 기간을 대비해 가입자 확보를 위한 보조금 규모를 조금씩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입자 유치 훈풍에도 기대치 하회

당장 알뜰폰의 신규모집 실적을 보면 가입자 증가폭이 사업정지 이전보다 훨씬 늘어났다. 하지만 당초 예상보다는 못 미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공짜폰이 난무하던 연초 보조금 대란 시장에 설 자리가 없던 알뜰폰의 판매량이 예전 수준으로 회복만 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즉, 영업정지로 인한 반사이익을 논할 만큼 실적이 늘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알뜰폰 업체 A사 관계자는 “최근 신규 가입자 증가는 지난해 연말 정도의 수준”이라며 “1월과 2월에 이통3사가 보조금 경쟁을 한창 벌일 당시 반토막이 났다가 다시 회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B사 관계자는 “알뜰폰 전체 번호이동 수를 고려하면 월 최대 8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며 “영업정지 전에는 알뜰폰 전체 가입자가 월 1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던 것과 다소 다른 양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알뜰폰의 월간 번호이동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해 12월 기준 7만765명이 순증했다. 이후 보조금 경쟁이 극심했던 지난 1~2월 각각 5만6천666명, 4만8천344명까지 순증폭이 줄었다.

알뜰폰의 일평균 3천명 후반대 모집 추세가 이어지면 한달 기준 약 8만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가입자 유치에 속도를 내기 위해 단말 조달에 촉각을 기울이고 판매점 리베이트를 재조정했던 것에 비하면 큰 의미를 갖는 수치는 아니다.

■전체 시장 냉각, 이통사 보조금 여전히 위협

알뜰폰만 아니라 SK텔레콤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지는 않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시장 과열 기준 지표로 삼는 1일 번호이동 2만4천건과 비교해 사업정지 이후 1만건 내외로 시장 전체가 냉각돼 있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보조금 광풍이 일어난 직후라 소비자들이 다시 값이 오른 단말기 값으로 구매할 이유가 사라졌다”며 “정부 제재가 끝나면 다시 보조금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소비자 심리도 감지된다”고 말했다.

알뜰폰에 호재로 작용할만한 2개 이통사 사업정지에도 불구하고 가입자 유치가 어려운 이유다.

이통사의 경쟁 구도는 아니지만 단 하나의 사업자라고 해도 가입자 확보 차원에서 집행하는 보조금에 알뜰폰이 힘을 쓰지 못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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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사 관계자는 “하루 신규가입자 모집 수치 가운데 SK텔레콤 비중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것은 SK텔레콤이 추가 지급한 보조금 규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음달에는 추가 영업정지를 앞둔 LG유플러스만 영업을 하게 될 때는 지금보다 안 좋을 수 있다”며 “LG유플러스는 추가 영업정지 2주가 있기 때문에 단독 영업 시기에 보조금 지급으로 가입자 유치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