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얼OS 기기…피지도 못하고 지는 꽃?

일반입력 :2014/03/20 16:32    수정: 2014/03/20 16:54

황치규 기자

2개의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이른바 듀얼OS 기기가 꽃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에이수스는 윈도8과 안드로이드 겸용 제품인 트랜스포머북 듀엣 TD300 출시를 무기한 연기했고 화웨이도 윈도폰과 안드로이드를 모두 지원하는 스마트폰을 2분기 미국 시장에 선보이려다 당분간은 안드로이드에 집중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소식이다.

듀얼OS 전략은 특정 유형의 기기에선 합리적이라는 평가다. 듀얼OS가 통할만한 대표적인 유형의 기기로는 고성능 태블릿, 소형 노트북과 태블릿 겸용으로 쓰는 하이브리드 기기가 꼽힌다. 미국 지디넷은 이들 기기 사용자는 구글플레이 스토어에서 터치 환경에 최적화된 100만개 이상의 앱에 접근할 수 있고 윈도 환경에선 오피스SW로 업무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듀얼OS를 띄우려는 관련 업계의 전략은 어딘가 심하게 삐걱거리는 양상이다.

WSJ은 구글과 MS가 듀얼OS 기기에 대해 부정적인 것이 에이수스가 듀얼OS 기기 판매 계획을 취소한 원인으로 꼽았다.

WSJ은 패트릭 무어헤드 무어인사이트&스트래티지 애널리스트를 인용해, 구글은 올안드로이드 기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MS도 비즈니스 지향적인 데스크톱과 노트북에 듀얼OS가 퍼지면 구글이 자사 핵심 시장을 파고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구글과 컴퓨터 공간을 공유하는 것 자체가 유리할게 없다고 덧붙였다.

지디넷은 구글과 MS가 듀얼OS에 반대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에이수스와 인텔이 트랜스포머북 듀엣을 강하게 프로모션해왔음을 감안하면 에이수스의 행보는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지디넷에 따르면 OS 회사들은 생태계 관점에서 OS를 불편해하는 것 같다. 애플과 구글은 강력한 모바일 생태계를 갖고 있고 블랙베리와 윈도폰이 나머지 지분을 놓고 싸우고 있다. PC의 경우 윈도가 여전히 시장 지배적인 플랫폼이다. 그러나 MS는 메트로로 알려진 터치에 최적화된 인터페이스로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윈도폰, 윈도 기반 태블릿 및 PC에 안드로이드를 추가하는 것은 개발자나 사용자들로 하여금 윈도폰이나 윈도8 OS에 대한 필요성을 약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구글도 듀얼OS를 반길 처지가 아니다. 구글은 이미 거대한 개발자와 사용자 기반을 갖췄지만 안드로이드 생태계의 파편화란 위협에 직면해 있다. 안드로이드를 확 뜯어고친, 이른바 포크(forked)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제품이 늘면서 구글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아마존과 노키아외에 중국 스마트폰 회사들이 포크 안드로이드 도입에 적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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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 안드로이드에선 구글 서비스를 대부분 쓸 수 없다. 안드로이드 기기를 사용할 때 구글앱과 서비스도 함꼐 쓰기를 바라는 구글 입장에선 포크 안드로이드가 늘어나는건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지디넷은 애플, 구글, MS가 생태계를 놓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안드로이드-윈도 겸용 기기는 호소력이 갖고 있음에도 밝은날을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