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 지켜라...IBM, NSA 감청 협조 의혹 부인

일반입력 :2014/03/19 13:58

IBM이 미국 국가안보국(NSA) 감청에 협조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법무담당자가 직접 나서 IBM은 고객사 데이터를 넘기라는 정부의 요구에 무조건 따르지 않으며, 필요하다면 그에 법적으로 대항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힌 것이다.

여론보다는 시장의 우려와 주주들의 압박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미국 지디넷은 지난 17일 IBM이 NSA 감청활동에 가담하지 않았으며 어떤 고객들의 데이터도 '절대' 넘기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IBM은 최근 로버트 C. 웨버 법무담당 수석부사장이 직접 고객사에 대한 공개서한 형식으로 작성한 블로그 포스팅을 게재해 NSA 감청활동에 연루된 의혹에 대한 회사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

사안이 여전히 업계 대사건이지만 세간의 관심은 초기만큼 뜨겁지 않은 시점인데, 아무래도 여론보다는 고객사들과 주주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웨버 수석부사장은 IBM은 통상적으로 개인 소비자들보다는 다른 기업이나 조직을 고객으로 두는 엔터프라이즈 회사라며 우리는 그들의 사업적 목표 달성을 도우면서 세계 유수의 성공적인 기업들을 지원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IBM은 프리즘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감청)프로그램을 통해 고객들의 데이터를 NSA라든지 어느 다른 정부 기관에 제공하지 않았다며 제품에는 NSA의 데이터 감청을 돕기 위한 어떤 형태의 백도어(보안우회통로)도 없고, IBM이 정부 측에 암호키나 소스코드를 제공한 일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통상 어떤 정부가 IBM에서 다루는 기업고객 데이터에 접근하길 원할 경우 우린 정부가 해당 고객과 직접 소통하도록 주선한다며 미국 정부가 안보 목적에서 IBM에 이를 요구하고 고객측에 알리지 말라고 명령할 경우 우리는 법적 조치나 다른 수단을 통해 그에 맞설 수 있는 적절한 절차를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 하반기 내내 미국내 주요 IT업체들이 NSA의 '프리즘(PRISM)'이라는 대규모 정보 감청 활동에 가담 내지 협조한 것에 대한 책임 추문에 휘말렸다. 지난해 6월 미국 중앙정보국(CIA) 전산 담당자 출신 에드워드 스노든이 NSA의 프리즘 계획 내용을 폭로하면서다.

당시 스노든이 유출한 문건에는 NSA가 여러 국가에 첩보망을 가동해 왔으며 여기에 각국 정부 전산실을 장악하고 있는 IBM, 오라클, EMC같은 IT업체의 협력이 있었다는 내용이 들었다. 또 NSA가 첩보활동 목적으로 중국 통신업체를 해킹해 문자메시지를 도청하고 중국 대학내 서버를 공격했다는 기록도 포함됐다.

이 사건은 미국과 마냥 우호적이지만은 않은 중국 등 다른 국가의 기업들이 미국 IT업체들의 고객이 되는 것을 꺼리게 만들었다. 지난 8월 외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IBM뿐아니라 오라클, EMC 등 미국 IT대기업들이 스노든의 폭로대로 사용자 정보를 감청하기 위해 NSA에 협조했는지 조사할 방침까지 세웠다.

이에 따라 IBM도 NSA의 감청에 적극 협조했고 다른 정부 기관에도 기업고객 데이터를 건넸을 것이란 의혹에 시달렸다. 실제로 IBM은 지난해 10월 공개한 2013년도 회계 3분기 실적에서 중국에서만 두드러진 매출 하락을 초래한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IBM에 집단소송을 제기한 미국 '루이지애나 보안관 연금 및 구호 기금(LSPRF)'이 이런 견해를 적극 설파했다. 소송 주체는 프리즘 계획이 폭로된 시기를 전후해 IBM 주식을 매입한 기금과 개인 투자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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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IBM은 감청에 협조한 탓에 실적이 부진했다는 주장에 공개 대응하지 않았다. 이런 태도는 결국 IBM이 지난 1월 공개한 회계 4분기 실적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못한 듯 하다.

당시 순이익은 6.0% 오른 62억달러를 기록했지만, 전체 매출 277억달러는 전년동기대비 5.5% 감소한 결과였고 중국 부진 영향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