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성능 잡은 외장 HDD “4K 시대 앞당기나”

씨게이트 백업플러스 패스트 리뷰

일반입력 :2014/03/18 15:15    수정: 2014/03/18 23:15

권봉석

잘 만든 4K 동영상은 고작 1~2분 분량이라도 단숨에 100GB를 넘을 정도로 많은 용량을 필요로 한다. 이런 거대한 동영상 파일은 편집할 때 뿐만 아니라 완성된 결과물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도 어렵다. USB 외장 HDD(하드디스크 드라이브)에 담으면 용량 문제가 해결되지만 느린 속도 때문에 동영상이 중간에 재생되다 끊긴다. 전송 속도가 높은 USB 3.0 플래시 메모리를 쓰면 속도 문제는 해결되지만 수백 GB에 불과한 용량이 걸림돌이다.

지난 13일 씨게이트가 출시한 USB 3.0 외장 HDD, 백업플러스 패스트(이하 백업플러스 패스트)가 내세운 두 가지 장점은 빠른 속도와 많은 용량이다. 노트북용 2.5인치 HDD 두 개를 하나처럼 쓰는 RAID 기술로 휴대용 저장장치에서는 최고 수준인 4TB를 확보하면서 속도도 높였다. 한 장에 수십 MB를 쓰는 RAW 사진 데이터나 대용량 동영상, 혹은 스튜디오 수준 무손실 음원을 복사해 가지고 다녀야 하는 사람에게 적합한 제품이다.

금속 재질 케이스로 안전성 높여

백업플러스 패스트는 2.5인치 HDD를 쓴 USB 저장장치 중에서는 무게가 제법 나가는 편이다. 2.5인치 HDD를 두 개 넣었기 때문에 두께와 무게를 줄이기는 어렵다. 두께는 22.35mm로 최신 스마트폰 두 개를 겹쳐 놓은 것보다 조금 더 두껍고 무게는 307g이다. 휴대성은 떨어지지만 4TB라는 용량을 생각하면 큰 단점은 아니다.

무게가 300g을 훌쩍 넘기게 된 이유는 케이스에도 있다. USB HDD는 대부분 무게를 줄이기 위해 꼭 필요한 부분에만 금속을 쓰고 나머지 부분은 플라스틱을 쓴다. 하지만 백업플러스 패스트는 무게보다는 안전성에 중점을 둬서 금속 재질 케이스를 썼다. 긁힘이나 흠집에 강하고 충격도 어느 정도 막아 주는 효과가 있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장치인 만큼 디자인은 평이하다. 왼쪽 위에 작동 상태를 알려주는 LED가, 맨 위에는 USB 3.0 케이블을 연결하는 단자가 하나 있을 뿐이다. LED가 켜져 있는 것이 거슬린다면 관리 소프트웨어인 씨게이트 대시보드에서 설정을 통해 아예 꺼버릴 수 있다.

USB HDD 속도의 두 배 이상

백업플러스 패스트는 윈도 운영체제와 OS X에서 모두 작동한다. 따로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인식하며 USB 3.0 케이블 이외에 전원케이블 등 다른 케이블을 연결하지 않아도 잘 작동한다. 인식이 끝난 뒤 용량은 3.8TB이며 윈도 운영체제에서 쓰는 형식인 NTFS로 포맷되어 있다. OS X에서는 안에 든 파일을 읽는 것만 가능하지만 씨게이트에서 제공하는 OS X용 드라이버를 설치하면 파일을 자유롭게 읽고 쓴다.

저장장치 성능을 확인하는 프로그램 ‘크리스탈디스크마크’로 확인해 본 결과 쓰기 속도는 초당 최대 251.1MB, 읽기 속도는 249.4MB가 나왔다. 제품에서 지원하는 최대 속도인 초당 220MB보다 훨씬 높고 USB 3.0 규격을 따른 외장형 HDD와는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윈도 8.1이 설치된 데스크톱PC의 SSD에서 파일을 읽고 쓰는 속도도 확인해 봤다. 파일 크기가 200MB에서 10GB까지 골고루 섞인 동영상 파일 269개, 103GB를 윈도 8.1에 기본 내장된 복사 기능으로 모두 복사하며 평균 전송 속도를 확인했다. 읽기 속도는 초당 최대 205.18MB, 쓰기 속도는 초당 최대 215.48MB로 벤치마크 결과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여전히 빠르다.

2MB에서 9MB로 구성된 음악 파일 2,500개, 15.1GB를 복사하며 측정한 결과는 읽기 속도 초당 최대 71.90MB, 쓰기 속도 초당 최대 82.06MB다. 용량이 작은 파일을 여러 개 복사하면 속도가 떨어지기 마련이지만 하락 폭은 외장형 USB HDD에 비해 낮다. 단 백업플러스 패스트를 USB 2.0 단자에 연결하면 읽고 쓰는 속도가 25% 미만인 초당 최대 40MB 수준으로 대폭 하락한다.

이렇게 속도가 높아진 데는 이유가 있다. HDD 두 개를 하나처럼 묶어 쓰는 레이드(RAID) 기술을 썼기 때문이다. 레이드 기술에도 몇 가지 종류가 있는데, 백업플러스 패스트에 적용된 레이드 기술은 각각의 HDD에 절반씩 쓰고 절반씩 읽어들이며 속도를 높이는 레이드 0이다. 이 기술은 구현하기도 간단하고 HDD 제 용량을 모두 쓸 수 있다. 성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연결된 HDD 중 하나에만 이상이 생겨도 저장된 데이터가 못 쓰게 된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간단한 설정부터 모바일 백업까지 ‘대시보드’

백업플러스 패스트는 데이터 저장장치의 이점을 살려 모바일 기기 백업까지 가능하다. PC에 ‘씨게이트 대시보드’를 설치한 다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씨게이트 백업’을 설치하면 저장된 사진・동영상 등 콘텐츠는 물론 주소록까지 백업한다. 백업플러스 패스트가 연결된 PC나 노트북이 꺼져 있을때는 드랍박스 등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로 백업하는 기능도 갖췄다. 특별히 새롭거나 혁신적인 기능은 아니지만 씨게이트 계정을 이용해 설정하는 수고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편리하다.

백업플러스 패스트는 4K 동영상 등 대용량 파일을 빠르게 담아 넉넉하게 가지고 다닐 수 있어 편리하다. USB 3.0 규격으로 연결되는 2.5인치 제품 중에서는 가장 작아 가지고 다니기도 부담이 덜하다. 가격은 39만9천원이며 소셜커머스 등 할인가를 적용해도 35만9천원으로 높지만 2.5인치 2TB HDD를 두 개 썼기 때문에 마냥 비싸다고만은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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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HDD를 두 개 엮어 속도와 저장공간을 끌어올린만큼 위험요소도 두 배로 늘어났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HDD를 한 개만 썼다면 이상이 생겨도 전문 업체를 통해 복구를 시도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제품은 데이터를 두 개의 HDD에 분산해 저장하기 때문에 두 HDD 중 한 쪽에만 이상이 생겨도 안에 든 데이터가 무용지물이 된다. 물론 이것은 레이드 0 방식을 쓴 저장장치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한계점이며 백업플러스 패스트는 레이드의 두 가지 이점 중 안전성(무결성)을 어느 정도 희생하는 대신 성능을 선택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중요한 데이터가 있다면 다른 곳에도 수시로 백업하는 것이 좋다. 하드디스크 본체 자체는 3년 무상 보증이 적용되지만 데이터까지는 지켜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 신경 쓰이는 것은 바로 동작 온도다. 백업플러스 패스트를 PC나 노트북에 연결해 데이터를 복사하고 저장하다 보면 온도가 높아지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저장장치 정보를 확인하는 프로그램인 크리스탈디스크인포로 확인한 온도는 약 50도다. HDD 두 개가 동시에 돌아가다 보니 그만큼 온도도 높아지는 것이다. 물론 이 온도는 씨게이트가 규정한 정상 범위 안에 들어간다. 하지만 작동 온도가 HDD 수명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바람직하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