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제조사, 폰 출고가 인하 힘겨루기

미래부 협조 요청 공문에 제조사 고민 또 고민

일반입력 :2014/03/13 18:05    수정: 2014/03/14 13:50

김태정 기자 박수형 기자 psooh@zdnet.co.kr

미래창조과학부가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국내 단말기 제조사에 휴대폰 출시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공문을 정식으로 보내 업계에서 파장이 일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래부는 지난 12일 ‘이동통신 단말기 출고가 인하 및 중저가 단말기 출시 협조 요청’ 제목의 공문을 국내 제조 3사에 발송했다.

미래부는 이 공문을 통해 제조 3사에 “(단말기 출고가 인하는) 이통사와 제조사의 협의가 필요하다”며 “이통사의 출고가 인하와 중저가 단말기 출시 확대 협력 요청에 적극 협조해 달라”고 밝혔다. 발신인은 김주한 미래부 통신정책국장이며 수신인은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국내 단말기 제조사다.

이에 대해 제조사는 입장이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일 만큼 당혹해 하고 있다. 가뜩이나 영업정지로 시장이 냉각될 상황인데 가격까지 인하할 경우 더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운 털이 박힐 것을 우려해 어떤 발언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미래부 출고가 인하와 중저가 폰 확대 차원

미래부가 제조사에 정식 공문을 발송한 이유는 지난 6일 최문기 미래부 장관과 이통 3사 최고경영자의 업무협력 간담회 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한 것이다. 당시 최 장관은 이통사 수장들에게 단말기 출고가를 20% 이상 인하하고 30만~40만원의 중저가 단말기 출시를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사실 미래부가 이통사에 전달한 '가계 통신비 완화 계획'이 실현되려면 제조사 역할도 중요하다. 제조사가 출고가 인하에 전격적으로 동의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당시 김주한 국장은 “(출고가 인하와 관련해) 제조사들이 협조해야 된다는 부분은 오늘 간담회에 당사자인 제조사들이 오지 않아 논의하지 못했다”면서도 “그렇지만 통신요금에서 단말기가 차지하는 부분이 크고, 거기에 출고가 부풀리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제조업계, 설상가상 공식 입장 없다

이같은 미래부의 압박에 대해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 등은 모두 입을 굳게 닫았다.

‘별 다른 입장이 없다’는 게 공통된 공식 입장이다. 그러나 입장이 있다한들 공개적으로 밝힐 수 없다는 것이 속내다. 안 그래도 영업정지로 시장이 침체됐기에 제품 가격 인하는 어떻게든 피하려 하지만 정부 정책에 대놓고 반대하면 통신비 상승의 주범으로 몰릴 수 있어 당혹스럽다는 표정이다.

팬택의 경우 워크아웃까지 신청한 터라 제품 가격 인하는 설상가상의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출 물량이 전체의 97%인 삼성전자 또한 가격 정책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국내 3% 시장을 위해 나머지 97% 세계 시장의 가격에 대해서까지 손을 대야 할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

수출 물량을 대폭 늘려야 할 LG전자의 상황도 삼성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제조사 한 관계자는 “이동통신 요금인하와 영업정지라는 불이 우리에게 옮겨 붙었다”며 “출고가를 몇 만원만 낮춰도 매출 수백억원이 줄어들 것이기에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법적 근거와 강제성 없는 협조 요청의 한계?

한편 이번 공문은 법적 근거가 없고 따라서 강제력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 그대로 소비자인 보통 국민의 가계 통신비 인하를 위해 제조사더러 협조해달라는 요청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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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강제성이 없다 해서 제조사가 무시할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자칫하면 높은 가계 통신비의 주범이 제조사라는 여론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고, 제조사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조 3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