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워진 싸이월드, 벤처로 날겠다"

'싸이다움' 살려서 제2의 신화 쓴다

일반입력 :2014/03/13 11:33    수정: 2014/03/13 13:42

남혜현 기자

싸이월드가 없어진다는 소문도 돌았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다들 의욕에 넘친다. 엄청 바쁘게 일하고 있다. 시장 상황이 어려운 것은 맞지만 '싸이다움'을 살리면 기회는 있다고 본다

싸이월드가 벤처로 돌아간다. 오는 4월 8일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완전히 독립한다. 모바일에 맞춰 탈바꿈한 싸이월드도 내달 중 1차로 선보인다. 싸이월드와 함께 살겠다고 마음 먹은 30명의 직원이 벤처행을 택했다.

이사 준비에 한창인 김동운㊻ 싸이월드 대표를 11일 오후 SK커뮤니케이션즈 사옥에서 만났다. 이사란 다른게 아니다. 네이트와 연동된 여러 기술과 회원정보 등을 분리하는 작업이다. '벤처다움'을 위해서 물리적 이사 역시 고려 중이다.

김 대표는 SK텔레콤 출신으로, 2005년 싸이월드가 한참 잘 나갈 때 전략그룹장을 맡아 영광을 함께한 인물이다. 다른 일을 하면서도 언젠가는 싸이월드를 나한테 맡겨줬으면이라 생각했다. 싸이월드를 맡아달라는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인 이유다. 그는 자신이 지금 '흥분한(excite)' 상태라고 말했다.

■벤처 싸이, '싸이다움'으로 살리겠다

싸이월드는 인터넷 역사를 뒤져보면 유례없이 성공한 서비스예요.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서비스들이 잘하고 있으니까 싸이월드의 실패한 부분이 부각되는 측면이 있지만, 지금까지 행보를 보면 굉장히 성공한 서비스죠.

싸이월드는 한 때 전국민을 일촌으로 엮은 '어마무시'한 SNS였다. 그러나 영광은 계속되지 못했다. 권불십년, 올해 열다섯살이 된 싸이월드는 10대에 접어들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혹자는 '대기업에 안긴 벤처의 결과'로, 또 다른 이는 '모바일에 적응하지 못한 나이든 SNS'로 혹평했다.

김 대표는 싸이월드가 힘든 상황에 처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는 현재 싸이월드의 가치가 많이 소진된 상황이라 표현했다. 하락곡선을 거꾸로 되돌린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세간의 비판도 일정부분 맞는 말이라 봤다. SK컴즈와 함께한 싸이가 얻은 것이 큰 만큼, 잃은 것도 많았다는 것이다.

SK라는 대기업이 싸이월드를 인수했을 때는 '싸이다움'이라는 정신보다는 사업적인 것을 본 거죠. 거대한 인터넷 사업과 벤처가 같이 가야 하니까, 싸이다움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어요. 양적으로는 굉장히 성장했지만 의미와 성격은 여러 한계를 보이는 시기도 거쳤던 거 같아요.

지금 싸이월드의 상황을 본다면 상당한 함의가 있는 말이다. 김 대표가 보는 싸이월드는 이용자와 개인의 공간을 중요시하고, 개인 공간의 네트워킹에 최적화한 서비스였고, 그렇게 성장했어야 했다. 페이스북이 왁자지껄한 카페와 같다면 싸이월드는 은밀한 자취방처럼 느껴지는 공간 중심의 SNS라는 것이다.

벤처 싸이월드가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이 여기에 있다고도 강조했다. 싸이다움, 그리고 모바일에 맞게 사용자 환경과 경험을 바꿔나가겠다는 설명이다. 기존 싸이월드가 데스크톱 시절 있었던 모든 기능을 모바일에 우겨 넣었다면, 앞으로는 '싸이다움'으로 특정할 수 있는 서비스만 특화해서 잘 살리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싸이 미니홈피를 보면서 아, 내 집이구나, 친구집이구나를 확실하게 알 수 있도록 말이다.

따뜻한 분위기, 굉장히 감성적인 요소들이 앞으로 좋아질 거예요. 내 일상을 부담없이 기꺼이 기쁜마음으로 담을 수 있는 공간으로 점차 발전할 겁니다. 김 대표는 지금 싸이월드의 변화가 조금씩 불을 지피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과거로 돌아가겠다는 뜻은 아니다. 복고 패션이 시대 변화의 흐름을 흡수해 달라지듯, 그와 팀원들의 머릿속에 있는 싸이월드는 또 새로운 모습으로 발전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장벽은 이미 무너졌다...존경받는 기업 될 것

싸이월드의 목표는 물론 글로벌이다. 그렇다고 어느 시점에 아시아 진출, 중국 진출 이렇게 나갈 계획은 없다. 애초에 이런 계획 자체가 시대착오적이고 촌스러운 태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 또는 기업에 '창조적'인 생각이 있다면 이미 글로벌 진출의 조건은 완성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술적인 장벽은 무너졌죠. 한류로 인해서 한국 문화에 대한 거부감도 많이 줄었고요. 다만, 지금 부족한 것은 사업적인 테크닉이예요. 현지 시장에서 생태게에 잘 스며들도록 사업적인 감각과 테크닉을 잘 갖추면 문은 완전히 열려 있는 세상이라고 봐요.

싸이월드가 글로벌 서비스로 자리매김하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 것이 중단기적 계획이라면, 김 대표가 꼽은 장기적 목표는 '사회적 기업'으로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제 개인적인 목표이기도 하고 팀원들과도 공유하는 게 있어요. 나중에 우리 팀이 경영학 서적에 '케이스 스터디'로 나오는 거예요. 우리나라 기업들이 사회적 기업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가가 의문인데요, 미력하나마 ‘싸이월드’가 기업의 모습은 저래야 하는구나 하는 이상적인 케이스 스터디가 되도록 만들고 싶어요.

싸이월드 분사 소식이 알려지면서 투자 제의도 들어왔지만 아직까지 이를 받아 들이지 않은 이유도, 경영 철학의 맥락에서 설명했다. 그는 투자제의가 있었지만 우리가 가진 정신에 부합하는 투자를 가려서 받겠다라고 말했다. 우선 종업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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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는 SK컴즈에서 종업원인수방식(EBO) 형태로 독립했다. 김동운 대표를 비롯해 전 직원들이 많든 적든 싸이월드의 지분을 모두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서비스도, 경영도 잘 할 것이지만, 종업원들이 행복한 형태를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상이 녹록치 않다는 것 알아요. 좋은 마음먹는다고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죠. 경험과 역량이 발휘되어야 할 겁니다. 저희 팀 인사가 '사이좋은 세상, 사이좋은 사람들'이에요. 싸이월드의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봐요. 고여있지 않고 변화하면서 가치를 전파하는 것, 이게 '싸이다운' 일이라고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