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논란에 의료 IT업계 '벙어리냉가슴'

일반입력 :2014/03/10 18:47    수정: 2014/03/10 18:49

의사협회가 원격 의료를 허용하는 정부의 의료법 개정안에 반대해 집단 휴진에 들어가면서 의료IT업체들의 표정도 밝지 않다.

원격 의료가 허용되면 좋을것 같지만, 크게 체감할 정도는 아닐 뿐더러 무시못할 고객집단인 의사협회를 의식하다보니, 원격의료 솔루션을 홍보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정부 원격진료안 통과돼도 수익성은 글쎄...

원격진료는 환자가 병원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통해 의사에게 진료 처방받는 의료서비스다. 정부의 의지대로 원격진료가 시행될 경우 원격진료 솔루션을 공급할 수 있는 의료IT업체들이 수혜를 입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하지만 의료IT업체들의 시각은 다른 듯 하다. 원격진료에 대한 논란이 10여 년 이상 끌어왔던 터라 이미 국내보다 해외 사업으로 눈을 돌린 경우가 많고 정부의 원격진료안 자체가 워낙 제한적이라 실제 솔루션을 도입할 병원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현행 법은 의료기관대 의료기관, 의사대 의사간 원격진료만 허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보건복지부는 의료소외지역에서 의사와 환자가 원격으로 진료를 볼 수 있게 하는 의료법개정안을 이달안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얼핏보면 의료IT업체들에게 커다란 시장이 열리는 것으로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원격진료법안 대로라면 원격진료솔루션을 도입할 만한 수요는 아주 소수라는 게 의료IT업체들의 의견이다.

정부는 의사협회에서 제기한 우려사항을 감안해 원격진료 대상을 도서산간 등 의료소외지역에서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한번이상 대면진료를 받은 경우로 제한했다.

한 의료IT업계관계자는 전국에 개원의원이 2만8천300여 곳이고 이 중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하는 내과, 가정의학과, 내분비내과는 5천 개에 불과하다. 그 중에서도 접근성이 좋은 특별시나 광역시를 제외하면 2천300곳 밖에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국 2만8천 여 개원의원에 거의 모두 도입된 '의원급 EMR' 시장도 작아서 벌써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보는데 2천300여 곳 시장은 사업성이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런 이유로 의료IT업계는 의료개정법으로 원격진료 시장이 크게 열릴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 모습이다. 원격진료가 수도권 대도시까지 실행되더라도 병원 접근성이 워낙 좋은 국내에서는 도입할 곳이 많지 않다고 보고 있다.

병원급이나 대학병원까지 원격진료가 허용되면 솔루션 수요가 어느 정도 생길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는 또 다시 법개정이 필요한 부분이라 지금 상황에서 고려할 부분은 아니다.■ 의사협회도 무시할 수 없는 시장

의료계 내에서 원격진료를 바라보는 입장은 엇갈린다. 의료법개정안에 진료거부라는 강경카드를 들고 나온 의사협회는 동네병원인 의원급 의사들로 구성된 단체다. 향후 개원의가 될 가능성이 있는 대학병원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를 제외하곤 병원급이나 대학병원급에선 단체 휴진에 참여하지 않았다.

의료IT업체들에게 의사협회는 무시할 수 없는 단체다. 한 의료IT업체 관계자는 의사협회의 단체 행동이 워낙 강경해서 솔루션판매업체 입장에서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의원급 솔루션을 공급하는 업체가 아니더라도 의사협회 눈치를 안 볼 수 없다며 업체들이 원격진료 솔루션을 대놓고 홍보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내에 원격진료 논의가 시작된 것은 10여년 전부터다.

그런만큼, 의료 솔루션 업체들은 지지부진한 국내법 통과를 기다리기 보다는 해외시장으로 빠르게 눈길을 돌렸다. 여기에는 병원에 대한 접근성이 워낙 좋고 국민건강보험 체계로 비교적 의료비가 낮은 국내의 경우 원격진료 시장이 크지 않겠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비트컴퓨터는 이미 2006년에 우크라이나 시립병원 4곳에 원격진료 시스템을 구축한 경험이 있다. 현재도 순천향대 부천병원과 함께 캄보디아 국립병원인 꼬사막병원에 원격진료. 모니터링이 가능한 원격협진, 수술지원 시스템을 구축 중에 있다.

비트컴퓨터 관계자는 원격진료 솔루션은 단순히 의사가 영상으로 환자를 모니터링하는 기술뿐만 아니라 가정용 혈압기, 혈당측정기, 체성분분석기 등 각종 의료기기들과 PC 시스템과 연동이 필요하고 EMR 및OCR과 연동해 환자를 관리하고 처방도 내릴 수 있어야 한다며 이런 의료IT솔루션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에서 먼저 관심을 가지고 찾아오는 바이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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