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김없는 쇼핑' 온-오프-모바일 통합 바람

일반입력 :2014/03/10 16:02    수정: 2014/03/10 16:03

일반매장, 웹, 모바일 등에 걸쳐 일관된 쇼핑 경험을 제공해야 똑똑해진 소비자를 붙잡을 수 있다.

소매유통 분야의 옴니채널 바람이 한국에도 상륙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옴니채널 환경을 고민중인 국내 소매, 유통업종 기업들의 문의가 IT솔루션업체로 이어지고 있다.

구체적인 대규모 사업이 결정된 건 아니지만, 전보다 눈에 띄게 뜨거워진 열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IT업계의 전언이다. 백화점, 대형할인마트, 대형 쇼핑몰, 소비재 제조기업 등이 다양한 분야 업체들이 옴니채널에 관심을 보인다고 한다.

옴니채널은 일반 오프라인 매장, 웹 쇼핑몰, 모바일쇼핑 등에 대해 개별적으로 구축됐던 고객유입채널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을 말한다. 다양한 고객 유입통로를 구축한다는 멀티채널에서 한단계 더나아가, 수단에 상관없이 동일한 쇼핑경험을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옴니채널 환경에선 웹이나 모바일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결제한 물건을 가까운 오프라인 매장에서 수령하거나, 반품하는 게 가능하다. 오프라인 매장에 품절된 물건을 바로 온라인으로 예약할 수 있고, 온라인 매장에서 품절된 물건을 근처 오프라인 매장에서 받을 수도 있다. 전자상거래와 오프라인 상거래를 하나로 합치는 옴니채널을 구축한 업체에선 이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뛰어넘는 일관된 쇼핑 경험이 가능하다.

옴니채널은 유통분야의 혁신이 활발한 미국시장에서 시작됐다. 소비자의 요구사항을 기존 유통시스템으로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이제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하는 것 외에 PC를 이용한 인터넷쇼핑에 익숙해졌다. 스마트폰의 확산에 따라, 모바일 쇼핑도 중요한 구매채널로 자리잡았다. 소비자는 또한, 자신들의 구매경험을 소셜네트워크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활발히 공유한다. 공유되는 경험들은 기업의 평판, 나아가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한다. 이는 결국 소비자의 향후 구매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단절시켜놓은 종전의 유통시스템은 여러 소비자 활동을 모두 관리하지 못한다.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유통 시스템은 구매 이후 SNS활동을 관리하지 못하고, 온라인의 평판이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과 연결되는 것을 알아차리기 힘들다.

옴니채널은 소비자의 구매행위에 관련된 일련의 활동을 모두 잡아내 관리함으로써, 전반적인 고객경험을 높이고, 충성도 높은 고객을 만들어내려는 목적에 기반한다.

한국오라클 애플리케이션세일즈컨설팅 담당인 조성진 상무는 “옴니채널은 고객과 만나는 접점을 확장하자는 개념”이라며 “기업이 고객과 직접 만나지 못하는 비대면 채널이 많아지면서,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고객에게 일관된 경험을 제공할 것인지, 여러 채널 간 프로세스를 효과적으로 연계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옴니채널의 한 형태는 매장배송(Ship from Store)과 매장수령(Pick From Store)이다. 온라인에서 주문하면, 수령지 근처의 매장에서 배송해주거나 직접 수령할 수 있게 해주는 방식이다. 현재 월마트, 베스트바이 등이 운영중이다. USA투데이의 지난해 보도에 의하면, 월마트와 베스트바이는 아마존의 배송시스템과 경쟁하기 위해 매장배송과 매장수령을 도입했다.

월마트와 베스트바이는 미국 전역에 수백~수천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내 당일배송의 대명사인 아마존의 경우 미국 내 물류센터를 70여개 운영한다. 월마트나 베스트바이가 오프라인 매장을 지역별 배송거점으로 삼으면 일거에 아마존의 배송시스템을 따라잡을 수 있다.

베스트바이는 지난해 11월말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동안 미국 400여개 매장에서 매장배송과 매장수령을 실시했다. 베스트바이의 블랙프라이데이 매출 전반은 전년대비 감소했지만, 온라인 매출이 전년대비 23.5% 증가했으며, 온오프라인 및 공급망 통합 재고관리를 통해 비용을 4천500만달러 절감했다. 고객충성도를 측정하는 지표인 순수고객추천지수(NPS)는 400포인트 상승했다.

허버트 졸리 베스트바이 회장은 더 빠르고, 더 깊이있게 비용구조를 낮추고, 온라인 채널 가속도를 높이고, 고객의 멀티채널 경험을 개선하고 혁신하고, 마케팅을 고객군과 구매행사에 따라 개인화되고, 맞춤화해야 할 것이라고 밝혀 옴니채널 추진에 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또 다른 형태는 매장예약(Reserve In Store)이다. 의류, 신발처럼 특정 물품의 매진이 빈번한 분야에서 활발히 시도되고 있다. 매장에서 자신이 원하는 물건의 사이즈나 색상이 품절됐을 경우 미리 결제를 하고, 수일 내 구매자가 지정한 수령지로 상품을 보내주는 것이다.

갭(GAP)은 작년 4월부터 매장예약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채널을 결합하면서도 소비자를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매장으로 유도한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한국IBM 소프트웨어그룹의 이용호 부장은 “유통에서 중요한 건 평균주문단가를 얼마나 높이느냐다”며 “들어온 사람을 잡아서 구매하도록 얼마나 유도하느냐가 매출을 결정하는데, 옴니채널은 평균주문단가와 구매전환율을 높이는 차원에서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베스트바이는 실제로 온라인 구매 후 오프라인 매장에서 수령하게 함으로써 추가구매효과를 보고 있다고 밝혔으며, 고객불만건수는 전년비 18% 감소했다. 버라이즌 와이어리스는 온라인 주문한 물품을 근처 매장에서 반품할 수 있도록 하고, 개인화된 쇼핑추천을 통해 평균주문금액(AOV)를 증가시켰다.

옴니채널을 구현하려면 기업의 다양한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 기업의 전사적자원관리(ERP),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과 마케팅관리, SNS 연계, 추천시스템 등이 연결돼 고객의 전반적인 구매 활동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주문, 재고관리, 구매 및 공급망 관리(SCM), 물류 및 배송 시스템과도 유기적으로 통합돼야 한다.

국내 기업의 옴니채널 도입의지가 고취되는 상황은 모바일과 함께 글로벌 사업과 연관된다. 해외로 진출할 경우 각 지역별 재고관리는 물론 소비자의 구매경험을 통합적으로 관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언어가 달라지면 시스템까지 달라지는 형편이다.

이는 각 고객유입 채널 별로 제각각 폐쇄적인 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인데, 한국 내 사업에 국한될 경우 시장규모가 작아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해외 진출 시 대응해야 하는 고객 규모와 유형이 급격히 달라져 재고관리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테스코는 유럽, 아시아, 미국 등 14개국에서 약 6천200개 매장을 운영한다. 이 회사는 글로벌 옴니채널 플랫폼을 구축해 다양한 국가, 언어에 대응하고 있다. 최신 온라인 상거래 동향을 반영한 상품검색과 프로모션을 진행하는데, 실시간 운용 프로모션이 약 10만개에 달한다. 나이키는 9개 글로벌 웹사이트 6개 언어로 제공하는데, 통합적으로 관리한다. 현업 MD가 상품카테고리와 상품화계획(Merchandising)을 제어하며, 옴니채널 도입으로 타깃 이벤트 페이지의 AOV가 40% 증가했다.

한국IBM 이용호 부장은 “ERP에 기반한 경쟁사에 비해 IBM의 강점은 물류와 배송에 대한 ‘풀필먼트’에 있다”라며 “구매를 중심으로 그 이전과 이후 등 3단계에 대한 동일한 구매경험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옴니채널은 주문결제 이후 고객이 상품을 받기까지 모든 경험을 기업이 책임지고 관리해야 해서 기반되는 체계가 매우 중요하다”며 “웹만 화려하게, 통합해 구축했다고 해서, 소비자의 주문 결정 후 이뤄지는 수많은 절차를 지원하는 시스템이 공고하지 않으면, 일관된 경험을 제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오라클 강우진 애플리케이션사업부 전무는 “루이비통이나 나이키처럼 브랜드 이미지를 중시하는 회사는 옴니채널에서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며 “탐색, 가격비교, 주위 평판 파악 등의 온라인 활동과 오프라인 활동에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는데 많은 투자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라클의 옴니채널은 오라클 커머스란 제품군으로 제공되며, 오라클 고객경험(CX) 포트폴리오 중 주요 축에 속한다”며 “각 매장과 채널별로 따로 운영하던 시스템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담고, 그 위에 기업의 요구사항에 맞게 필요한 부분을 모듈처럼 추가하는 접근법이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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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세계 옴니채널 솔루션 시장은 오라클, IBM 등과 SAP가 인수한 하이브리스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포레스터리서치는 1월 보고서에서 “인터넷 비즈니스 전문가 52%가 옴니채널 구축을 최우선 투자기술요소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1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103회 미국소매협회(NRF)' 연례행사에서도 참가업체 대다수가 일관된 고객경험을 구현하기 위한 옴니채널 솔루션을 선보였다.

그에 비해 IT업계 관계자들은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 옴니채널을 구현한 사례는 없으며,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에 집중하는 상황”이라며 “누가 먼저 시도해 치고 나가느냐를 두고 다들 눈치를 보고 있는데, 외국 유수업체의 선진사례를 면밀히 참고해 과감히 나갈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