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기간 영업정지…보조금 시장 얼어붙나

13일부터 45일씩…판매점, 제조사 등 타격 불가피

일반입력 :2014/03/07 11:30    수정: 2014/03/07 17:01

정윤희 기자

이동통신3사가 오는 13일부터 각 45일씩 영업정지에 들어간다. 기간, 방식 등에서 역대 보조금 관련 제재 중 가장 강도 높은 조치다. 통신업계 안팎에서는 영업정지 조치가 보조금 과열을 잡을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쏠렸다. 당장의 보조금 대란은 없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이통사들의 꼼수 영업과 관련 업계에 끼칠 악영향 등 실효성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불법 보조금 지급과 관련한 방송통신위원회의 금지행위 중지명령을 불이행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에 대해 오는 13일부터 5월 19일까지 각각 45일간 영업정지 명령을 내린다고 7일 밝혔다.

이에 따라 신규 가입자 모집(가입 신청서 접수 또는 예약모집 행위, 가개통 또는 기존 이용자의 해지신청을 신규가입자에 대한 명의변경 방법으로 전환하는 행위, 제3자를 통한 일체의 신규가입자 모집행위, 기타 편법을 이용한 신규 판매행위 등 포함)과 기기변경이 금지된다.

다만 기기변경의 경우 보조금 지급과 직접 관련이 없는 M2M 사물통신과 파손 또는 분실된 단말기의 교체는 허용하기로 했다. 또 국민 불편 해소 차원에서 24개월 이상 사용한 단말기 교체도 예외적으로 허용했다. 영업정지 기간 중 계열 알뜰폰 사업자를 통한 우회모집, 자사가입자 모집을 위한 부당지원 등은 금지했다.

방식은 2개 사업자 동시 영업정지다. 우선 오는 13일부터 KT와 LG유플러스를 필두로 영업정지가 시작된다. KT는 13일부터 4월 26일까지, SK텔레콤은 4월 5일부터 5월 19일까지, LG유플러스는 두 차례에 나눠 13일부터 4월 4일까지와 4월 27일부터 5월 18일까지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시정명령, 과징금, 영업정지 등의 조치를 취해왔지만 보조금 악순환이 반복된 만큼 고강도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시장안정화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했던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의 국회통과 마저 지연되면서 별다른 안정화 수단이 없다는 점도 작용했다.

여기에 지난 업무보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휴대폰을 싸게 사려고 새벽에 줄을 서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한 것도 제재 수위를 높이는데 한 몫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장 급속 냉각…‘보조금 대란’ 없어질 듯

시장은 당분간 빙하기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가입 및 번호이동, 기기변경을 포함한 모든 영업행위가 금지되면서 휴대폰 대리점, 판매점들은 평균 45일 동안 말 그대로 ‘개점휴업’ 상태에 돌입하게 됐다. 소비자들 역시 적지 않은 불편을 겪을 전망이다.

이통사들로서는 일단 눈치를 보며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강도 높은 영업정지가 시행되는데다, 오는 13일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전체회의에서 보조금 사실조사에 따른 제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대란’은 찾아보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금번 영업정지는 단순 불법 보조금 경쟁에 따른 것이 아닌, 시정명령 불이행에 대한 것이니만큼 이마저도 어길 경우 법질서 확립 차원에서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형사고발 조치가 수반될 수 있다.

시행명령 불이행에 대한 형사고발에서는 징역 3년 이하, 1억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가능하다. 징역 3년을 받을 경우 CEO의 거취 자체가 위태로워지는 셈이다. 때문에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추측이다.

김주한 미래부 통신정책국장은 “시행명령 위반이 반복되면 최대 135일까지 영업정지 조치를 내릴 수 있고 CEO 형사고발도 할 수 있다고 (이통3사에) 엄중 경고했다”며 “금번 영업정지에도 시장이 과열될 경우 사업자 모두 도덕성에 대한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고, 이 경우 공멸이라는 위기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효성 불투명…연관 업계 타격 불가피

다만 영업정지의 실제 실효성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미래부와 방통위가 과열 방지를 위한 다양한 장치를 마련했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꼼수 영업이 더욱 활개 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내주 영업정지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이통사들이 가입자를 최대한 끌어 모을 것이라는 예상도 같은 맥락이다.

앞서 지난해 1월부터 시작됐던 순차 영업정지 당시에도 경쟁사 가입자를 뺏어오기 위한 보조금 투입으로 오히려 시장이 과열됐었다. 이 기간 중에 영업정지 직전 17만원이었던 갤럭시S3가 1천원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미래부와 방통위는 2개 사업자 동시 영업정지, 신규가입과 번호이동 뿐만 아닌 기기변경 금지 포함, 알뜰폰 우회영업 경고 등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기기변경의 경우 24개월 이상 사용자일 경우와 분실, 파손 등 부득이한 경우에만 허용된다.

아울러 영업정지의 주체가 되는 이통사는 마케팅비용을 아껴 실적을 개선하고, 오히려 중소 제조사와 통신유통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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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대리점, 판매점 등을 대변하는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장기 영업정지 행정처분으로 인해 이동통신 유통생태계의 몰락과 대량 청년 실업이라는 파장이 일 것”이라며 “보조금 문제의 주범은 통신사와 제조사인데 말단 소상인만 피해를 강요당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은 이 같은 논란을 의식, 전날 이통3사 CEO 간담회에서 최문기 장관은 “금번 사업정지로 결론이 내려지면 통신사는 편하고, 오히려 중소 제조사, 유통망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들이 많다”며 “정부도 노력하겠지만, 통신사들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달라”고 당부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