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딱지치기 부활…동심 노린 상술?

[아무거나 리뷰] 초등학생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 '쿠키런 딱지'

일반입력 :2014/03/06 15:38

봉성창

PC방과 온라인게임이 없던 어린 시절을 보낸 20대 후반 이후 태어난 사람에게 딱지치기는 카트라이더 못지 않게 오랜시간 사랑받았던 놀이 문화다. 딱지라 하면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뉘는데 하나는 두꺼운 종이나 길게 찢어 이를 정사각형 혹은 직사각형으로 접어 만든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동그란 형태의 두꺼운 종이에 그림이 그려진 형태다. 네모난 딱지는 종이만 있으면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았고, 동그란 딱지는 문방구나 슈퍼에서 돈을 주고 구입해야 했다.

노는 방법도 다소 차이가 있다. 네모난 딱지는 하나는 바닥에 두고 다른 하나로 내리쳐 넘기는 형태로 승부를 가렸다면 동그런 딱지는 입으로 바람을 불어 넘기거나 혹은 멀리 날리기와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놀 수 있었다. 기본 원리는 어떻게든 승부를 가려 서로의 딱지를 가지는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별 것도 아니지만 그 당시 어린 마음에 딱지나 혹은 구슬은 상당한 재산이었고 소중했다.

이러한 딱지치기가 최근 어린이들 사이에서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하니 참 놀라운 일이다. 한편으로는 요즘 과보호에 익숙한 부모들이 손에 흙 때가 묻는 딱지치기를 과연 하도록 놔둘까 혹은 그걸 집안으로 가지고 들어오도록 할까 하는 의구심 마저 들 정도다.

아이들 사이에서 딱지치기가 부활하게 된 진원지는 아이러니 하게도 스마트폰 게임이다. 인기 스마트폰 게임 중 하나인 ‘쿠키런’의 등장 캐릭터를 활용해 만든 ‘쿠키런 딱지’ 이야기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이 딱지는 모양도 네모나거나 동그랗지 않고 캐릭터 외양대로 전부 제각각이다. 또, 대왕딱지, 블랙딱지, 메탈 테라딱지와 같은 희귀한 종류도 있다.

바닥에 두고 쳐서 넘기면 승리 “딱지 맞네”

노는 방식은 네모난 딱지와 유사하다. 바닥에 두고 서로 번갈아가며 내려쳐서 넘기는 방식이다. 일반 딱지 20종과 좀 더 크기가 큰 대왕딱지 6종으로 구성돼 있으며 가격은 개당 500원이다. 20개들이 박스로 인터넷에서 구매하면 좀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실제로 쿠키런 합체 딱지로 성인 남성 둘이서 직접 해본 느낌은 뭔가 밸런스가 대단히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딱지의 모양 자체가 캐릭터 모양대로 울룩불룩한 앞면과 평평한 뒷면이 있는데, 뒷면이 바닥에 닿을 경우 아무리 세게 쳐도 넘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승부는 한번 내리치고 난 다음 앞면이 바닥을 향했을 때 다음 사람이 쳐야 그나마 넘어갔다. 이래서는 선공보다는 후공이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 밖에 없다. 혹시 요령이 부족해서 그런가 싶어 어릴적 기억을 살려 딱지 한 쪽에 발을 대고 비껴쳐 봤지만 마찬가지였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딱지마다 약점 부위가 있다는 것을 알게된 다음, 그 부분을 노려봤지만 역시 허사였다. 바닥에 문제가 있나 싶어 다소 울퉁불퉁한 시멘트나 흙바닥, 혹은 모래 위에서 해도 결과는 같았다.

대왕 딱지가 일반 딱지보다 유리한 점은 분명히 있다. 크기가 클 뿐더러 무게도 더 나가기 때문에 작은 딱지로 따기란 결코 쉽지 않다. 또, 제조사 측에서 파워가 2배라고 주장하는 블랙 딱지는 일반 딱지와 달리 불투명한 플라스틱을 사용했을 뿐 무게와 크기는 거의 같다. 다만 케이스 겉면에 블랙 딱지는 두 번 넘겨야 딸 수 있다는 규칙을 정해줌으로써 파워가 두 배가 됐을 뿐이다. 좀 더 게임 개발론적으로 접근하면 파워가 아니라 에너지 혹은 라이프가 두 배라고 하는 편이 좀 더 어울린다.

메탈 테라딱지는 쉽게 동전을 떠올리면 된다. 다른 딱지 홈에 넣어 무게를 늘리는 용도로 사용된다. 쿠키런 딱지의 정식 명칭이 ‘쿠키런 합체 딱지’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제조사는 설명서를 통해 테라딱지 합체시 파워가 증가하고 무게 증가로 인해 방어력이 강화된다고 밝혔다. 아이들 감성에 부합하는 적절한 설명이지만 실제로도 테라딱지를 넣고 칠 경우 좀 더 유리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파워와 방어력이 강화된 것이다. 심지어 이러한 합체 시스템은 특허까지 출원돼 있다.

다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테라딱지를 제거할 경우 압축공기 폭발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즉 딱지 바닥에 테라딱지가 들어갈 부분이 비어있기 때문에 내려질 경우 그곳의 공기 흐름이 달라져 공기가 압축되고 결국 폭발한다는 것 정도로 이해된다. 백번 양보해 폭발은 과장이라고 하더라도, 아이들이 딱지로 공기를 압축시키기 위해서 어느 정도 팔 힘으로 던져야 할 지는 잘 상상이 안된다. 피구왕 통키 아버지가 피구하다 돌아가셨다는 말과 다를게 없다.

뽑기 방식으로 판매…동전 넣어 사행성 조장 우려

쿠키런 딱지는 일본 가챠폰 시스템으로 판매되고 있다. 따라서 박스마다 모양은 같지만 어떤 캐릭터가 들어있을 지는 알 수 없다. 한때 인기를 모은 포켓몬이나 국진이빵 스티커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수집 욕구를 자극하고 원하는 종류가 나올 때까지 반복 구매를 유도하는 판매 기법이다.

리뷰를 위해 세컨드 에디션 정도로 보이는 ‘쿠키런 합체딱지 두번째 이야기’ 20개들이 두 박스를 구입했다. 개봉 결과 원래 박스마다 한 개씩 들어있는 대왕 딱지 2종과 메탈 테라 딱지 2개, 블랙 딱지 4개, 일반 딱지 36개가 들어있으며, 모양에 따라 20종류의 딱지 모두를 한 번에 모을 수 있었다. 다만 대왕딱지 6종을 모으기 위해서는 최소 6박스 이상을 구입해야 한다는 점에서 결코 쉽지 않다.

수십차례 반복해서 쿠키런 딱지를 쳐본 결과 어렸을적 네모난 딱지와 비교해서 쿠키런 딱지가 주는 재미는 그리 더하지 않았다. 일단 앞면과 뒷면의 밸런스가 맞지 않아 실력에 따른 승패가 나지 않는 점이 제일 아쉽다. 네모난 종이 딱지도 평평한 부분이 바닥으로 가면 잘 넘겨지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정도는 아니다.

특허까지 받은 쿠키런 딱지의 파워업 합체 시스템 역시 다소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분명 딱지를 치는 데 있어 무게를 증가시키는 것은 유리한 측면이 많다. 그러나 메탈 테라딱지가 100원짜리 동전과 지름과 크기가 일치한다는 점이 문제다. 즉, 굳이 어렵게 테라딱지를 뽑지 않더라도 100원짜리 동전을 넣으면 그만이라는 이야기다.

더 나아가 아이들이 딱지에 100원짜리 동전을 넣어 따먹기를 할 경우 이는 자칫 사행성으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 실제로 취재 결과 많은 아이들이 100원짜리 동전을 넣어 쿠키런 딱지를 즐기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돈 내기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제조사 측은 제품 겉면에 “경고! 테라 딱지만 사용하세요”라는 설명과 함께 테라 딱지 이외의 코인이나 동전 사용은 절대 금지이며 반칙이므로 따도 무효가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사행성 조장이라는 비난을 피해나가기 위한 방편에 불과해 보인다. 애당초 그런 사행성이 우려됐다면 메탈 테라딱지의 크기를 100원짜리와 똑같이 만들지 않았어야 했다.

물론 지금 다 커버린 어른들도 어렸을 적에는 실제 동전을 책 위에 걸고 손바닥으로 쳐서 넘기는 일명 ‘판치기’와 같은 것을 하면서 자랐다. 그러나 쿠키런 딱지의 실제 구매 층은 5세에서 9세 사이의 미취학 아동이거나 혹은 초등학교 저학년이다. 아직 돈내기를 하기에는 너무 이르며 교육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제조사의 책임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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