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미래부, T커머스 손톱밑 가시박기

TV홈쇼핑과 차별화 vs 형식 규제는 헌법에 배치

일반입력 :2014/02/27 18:15    수정: 2014/02/27 18:58

T커머스(텔레비전을 통한 상거래)를 활성화 시키겠다던 미래창조과학부가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관련 규제에 대한 논의가 기존 TV홈쇼핑 업계의 주장에 치우친 것으로 알려지면서, T커머스 업계의 상당한 반발이 예상된다.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는 시대에 신시장 창출이 아닌 사업자간 이권 다툼에 휘말렸다는 비판도 나온다.

27일 미래부는 경기도 일산 빛마루에서 ‘상품판매형 데이터방송 관련 전문가 토론회’를 열고 T커머스와 TV홈쇼핑 사업간 역무 구분을 위한 규제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학계와 업계, 법조계의 의견을 청취했다.

T커머스란 TV커머스의 줄임말로 TV리모콘으로 원하는 상품을 골라 제품 설명을 보고 구매와 결제까지 가능한 ‘데이터 방송 홈쇼핑’을 말한다. 방송법상 정의는 상품소개 및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T커머스는 방송법상 데이터 방송으로 도입됐으나 디지털 방송 기반이 미흡해 활성화가 지연됐고, 특히 데이터 방송에 대한 엄격한 규제로 T커머스 산업 발전이 지연돼 이를 활성화시키고 나아가 방송산업 성장 재원을 확충한다는 방침이었다.

■ T커머스 산업 활성화 발표 두달 만에 정책 방향 바뀌어

하지만 종합계획 발표 두달 만에 정책 방향이 뒤바뀐 상황이다.

이날 이윤호 미래부 방송콘텐츠진흥팀장은 “상품판매 데이터 방송이 일반 TV홈쇼핑과 유사하다는 문제 제기가 많이 나온다”면서 역무위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T커머스 최초화면은 3분의 1 이하 크기로 상품 판매 방송을 담아야 하고 나머지 3분의 2 이상은 데이터(메뉴클릭) 방식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가이드라인(안)을 내놓았다.

일반 TV홈쇼핑과 차별화를 두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T커머스 업계는 “상품 소개 화면이 10% 씩 줄어들 때마다 매출도 10% 씩 줄어들 것”이라며 “정부의 기존 TV홈쇼핑 편들어주기는 ICT 기술 규제 완화를 통한 창조경제라는 국정 철학과도 반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 추진 움직임은 결국 TV홈쇼핑 권익은 지키면서 T커머스에는 규제를 둔다는 것이다.

정부는 규제가 아니고 단순히 차별화라는 논리다. 박윤현 미래부 방송진흥정책관은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에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며 “기존 TV홈쇼핑 방송과 구분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에 따라 오늘 전문가 뜻을 듣고 종합해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박광배 법무법인 변호사는 “데이터 방송도 방송인데 TV 요소를 빼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통해 방송의 내용이나 형식을 규제하는 것은 검열이 되기 때문에 헌법에 배치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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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규제가 필요한 시기냐는 지적도 나왔다. 박선영 건국대 교수는 “미래부는 국가 경쟁력, 국익 창출이 목표고 기술 선도형 정책을 이끌어야 한다”며 “기술 주도 강국에서 사업자 이권 문제로 싸우고 있는데 어떤 신세계를 창출하는지 논의하지 않고 있다”며 비판했다.

박 교수는 이어 “미래는 모든 IP망이 디지털화 돼서 홈쇼핑이든 T커머스는 네트워크든 e커머스(전자상거래)든 구분이 없어진다”며 “데이터 방송이냐 아니냐로 나눠 기술규제를 하겠다는 것은 한심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