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핏 호평, 휘는 디스플레이 기(氣) 사나

삼성디스플레이 전용 라인 투자 가능성↑

일반입력 :2014/02/27 16:42    수정: 2014/02/27 16:50

정현정 기자

삼성전자가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공개한 웨어러블 기기 ‘삼성 기어핏’이 전문가와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으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기대감도 높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내놓은 커브드 스마트폰의 흥행 부진 이후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수요처를 찾지 못했던 상황에서 새로운 활로가 열린 셈이다.

기어핏이 출시 이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경우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기어핏의 성공 여부는 향후 차세대 디스플레이 설비투자 방향과도 직결된 문제로 향후 소형 디스플레이 투자가 플렉서블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컨벤션센터(CCIB)에서 ‘삼성 모바일 언팩2014’를 웨어러블 신제품 삼성 기어핏을 공개했다. 기어핏에는 웨어러블 기기 최초로 1.84인치 크기의 휘어진 플렉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기어핏 디자인 호평 플렉서블 가능성 봤다

기어핏은 공개되자마자 언론과 소비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특히 다른 기어 시리즈나 스마트워치 제품들과 뚜렷하게 차별화되는 디자인이 호평을 받았다. 여기에는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한몫했다. 기존 디스플레이 대비 두께와 무게를 줄어 날렵해지고 둥글게 휘어지는 형태로 손목에 밀착되는 디자인이 가능하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기어핏의 성공적인 데뷔에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에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채택된 첫 사례로 향후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활로를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전자에 기어핏용 커브드 OLED를 공급한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기어핏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제품으로 시장 반응이 좋아서 기대가 크다”면서 “웨어러블 제품에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는 만큼 기술개발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기어핏이 주목받으면서 지난해 부진했던 플렉서블 스마트폰의 판매에서의 설움을 웨어러블 시장에서 만회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플렉서블 OLED 양산을 시작해 각각 삼성전자 ‘갤럭시라운드’와 LG전자 ‘G플렉스’에 이를 탑재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 기능이나 디자인 측면에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특장점을 소비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한 점이 패인으로 꼽힌다.

한 업계관계자는 “갤럭시라운드나 G플렉스의 경우 소비자 경험보다는 기술리더십 과시에 중점을 둔 성격이 짙었다”면서 “반면 웨어러블 기기의 경우 스마트폰보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광범위하기 때문에 기어핏을 시작으로 웨어러블 기기에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채택이 점차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삼성디스플레이 新공장 플렉서블 전용으로

기어핏이 성공하면 향후 업체들의 플렉서블 투자도 공격적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현재 파일럿 라인에서 소량의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생산하고 있다. 양사 모두 올해 공격적인 OLED 투자를 예고하고 나선 상황에서 기어핏의 성공에 따라 플렉서블에 투자가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에 신규 OLED 생산라인인 A3 투자를 앞두고 이를 100% 플렉서블 전용 라인으로 꾸밀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현재 회사는 5.5세대 A2 라인에서 월 8천장(원판투입 기준) 규모의 플렉서블 생산능력(CAPA)를 갖추고 있다. A3 라인은 6세대(1500×1850㎜) 규격으로 플렉서블 OLED 생산라인이 본격 들어서면 생산능력이 월 1만5천장 더 늘어나게 된다.

이미 공장 외관 건설은 마친 상태로 장비 반입만을 앞두고 있지만 OLED 시장 개화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부터 시장 상황을 주시하며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상태다. 신규 라인 투자가 이뤄지려면 상응하는 신제품 계획이 함께 나와줘야하지만 불투명한 시장 수요가 발목을 잡고있다. 기어핏의 성공적 데뷔로 웨어러블 시장이 열리면 보다 적극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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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비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A3 투자에 대해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도 생각보다 적은 수요 때문”이라면서 “일반 OLED의 경우 기존 A2 라인 캐파로 현재 수요에 대응이 충분한 상황에서 플렉서블 외에는 신규 라인 투자 필요성이 적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도 한상범 사장도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올해 상반기 중 플렉서블 OLED와 관련된 추가 투자 결정을 내리겠다”면서 관련 생산능력 확충 계획을 밝혔다. 현재 파주 4.5세대(730×920㎜) AP2 공장 일부는 플라스틱 OLED를 위한 파일럿 라인으로 가동 중이다. 생산능력은 월 1만2천장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