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때리니 생계형 판매상만 피보네

최소 45일 영업정지 앞두고 판매인 피해 우려 팽배

일반입력 :2014/02/27 13:31    수정: 2014/02/27 15:03

미래창조과학부가 보조금 관련 법을 어긴 이동통신 3사에 최소 45일 이상의 영업정지 제재를 내릴 것으로 알려지자 영세 휴대폰 판매점주들이 반발하고 있다.

법을 어긴 건 대기업인 이동통신 3사이고 정부는 이들을 제재하겠다는 의도인데 실질적으로 그 피해는 생계형 영세 판매상들한테 돌아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사실 영업이 정지된다 해서 이통사가 크게 피해볼 일은 없다. 이용료는 사용자로부터 매월 변함 없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통사로서는 이 기간 동안 수익이 더 좋아진다. 보조금 집행 등 규모가 큰 마케팅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비용이 대폭 줄어드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초 이동통신 3사 순환 영업정지가 내려진 뒤 보조금 투입 규모가 대폭 줄어들면서 이동통신 3사는 훨씬 개선된 2분기 실적을 발표할 수 있었다.

그러나 판매상들한테는 영업정지 조치가 직격탄이다. 영업을 통해 신규 계약을 따내고 그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 게 수입의 원천인데 이게 막혀버리기 때문이다.

특히 미래부가 이번에 제재하려는 조치는 이통사를 바꾸는 번호변경이나 신규 가입은 물론이고 단순히 단말기를 바꾸는 기기변경 업무까지 금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타격이 더 크다. 판매상으로서는 돈 되는 어떤 일도 할 수 없게 꽁꽁 묵여버리는 것이다.

이 기간 동안 판매상이 할 수 있는 업무는 요금 대납이나 분실폰 접수 등 돈 안되는 서비스 뿐이다.

한 휴대폰 판매점주는 “가게 문을 열어도 할 일이 없어졌는데, 매장 임대료나 직원 월급을 줘야 하니 판매점 입장에선 영업정지가 개별 과징금 의미가 된다”면서 “보조금을 살포한 것은 우리와 계약을 맺은 통신사인데 벌은 왜 영세한 판매점으로 돌아오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통신판매인을 대변하는 전국이동통신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무차별 보조금 사태의 본질은 통신사업자와 제조사의 기형적 마케팅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이동통신 소상인의 불법행위로 몰아가는 것은 전체 30만 이동통신 유통 종사자의 생계를 위협하는 과도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판매인 협회는 성명서 외에도 미래부 실무진 면담을 요구하며, 영업정지가 아닌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테면 과징금을 더 높이는 방안 등을 제시하고 있다.

판매인 협회는 필요할 경우 억울함을 호소하는 대규모 집회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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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관계자는 “30만명의 판매점 종사자를 고려하지 않고 실효성이 없는 영업정지 제재만 고려하는 정부가 실망스럽다”며 “유통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도 이와 비슷하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이사는 “보조금 자체가 문제라는 인식은 잘못됐으며 과포화 상태의 시장에서 사업자의 영업비 경쟁은 정상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효성을 잃은 법률을 기반으로 제재만 한다고 문제가 풀리는 건 아니라는 지적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