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단말기 완전자급제 왜 들고 나왔나

“포퓰리즘 정책 아냐”…하반기 법안 발의 예정

일반입력 :2014/02/24 13:38    수정: 2014/02/24 18:21

정윤희 기자

이동통신시장 구조에 대한 혁명이 시도된다. 20여 년 동안 고착화된 시장을 뒤집어 엎겠다는, 다소 무모해 보이기까지 한 시도다. 썩어가고 곪아 들어가는 환부에 단순히 밴드를 붙이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치유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기도 하다.

지난 20일 민주당이 단말기 완전자급제 추진을 예고하고 나서면서 여론이 끓어올랐다. 완전자급제에 찬성하는 쪽도, 반대하는 쪽도 저마다의 근거를 들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해당 제도는 통신서비스와 단말기를 완전히 분리해 이동통신사는 서비스만, 제조사는 단말기 공급만, 전문 유통망은 판매만 담당케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단순하게 얘기하면 이통사는 이통사끼리, 제조사는 제조사끼리 경쟁을 하게 돼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는 논리다.

이를 통해 이통사와 제조사의 유착 고리에 따른 소비자 현혹, 고가 요금제 및 단말기 강요, 보조금 결합을 통한 높은 출고가 설정 등을 끊어내겠다는 목표다.

시장에서는 의문이 쏟아진다. 실제로 할 수 있을까. 만약 하게 된다면 얼마만큼의 효과가 있을까. 혹시나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둔 포퓰리즘적 정책이 아닐까하는 의혹 섞인 시선까지.

쉽지 않은 일이니만큼 물어보고 싶은 것도 많다. 지난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안정상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을 만난 이유다.

■이통사-제조사 유착 끊어야…“점진적 추진”

“보조금이 당장은 가격을 싸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도 결국은 고가 단말기를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말 그대로 ‘마음을 유혹하는 치명적인 향수’인 거죠. 할인처럼 보이게 만들어 소비자를 속이고, 이것을 빌미로 고가폰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안 위원은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동종 사업자간 경쟁에 따라 요금제 경쟁, 보급형 단말기 출시가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는 이통사-제조사 간의 유착 때문에 고가 스마트폰이 필요 없는 소비자도 고가폰-고가 요금제를 선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가 스마트폰이 나온 것 자체가 이통사-제조사 간 유착 고리 때문입니다. 보조금을 쏟아 붓는 만큼 출고가를 높게 잡아 소비자 눈을 속이는 거죠. 앞서 도입된 단말기 자급제가 시장에 뿌리내리지 못한 이유도 이들의 유착 때문이에요.”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2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와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제조3사에 대해 휴대폰 가격을 부풀린 후 보조금 지급을 통해 비싼 휴대폰을 할인 판매한 것처럼 소비자를 속였다며 총 453억 3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통사와 제조사들은 공정위 판결에 대한 행정소송을 제기,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다만 급진적인 추진은 없을 것이라 못 박았다. 완전자급제는 단순히 구조를 뜯어고치는 것뿐만 아니라 소비자, 이용자의 인식 전환도 중요한 요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는 오는 9월경 관련 법안을 발의하고 내년 경에는 이를 통과시키겠다는 로드맵을 세웠다. 법안 시행 자체는 시장 상황을 반영해 그 이후로 계획을 잡았다.

“(완전자급제는) 하루아침에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됩니다. 애초에 우리나라는 해외와 달리 담합을 기본으로 해 구성된 시장이라 점진적으로 풀어가는 것이 필요해요. 향후 정부, 소비자, 전문가, 사업자들까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토론회 등을 통한 수차례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친 후 점진적으로 추진할 생각입니다.”

■단통법, 만능해결책 못돼…현실적·근본적 판단 필요

일각에서 제기한 법안 통과 가능성에 대한 의문에는 정치적 해석이 아닌 현실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집권당이 아니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완전자급제는 정치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없는 문제에요. 새누리당에서도 이통시장 구조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정략적, 정책 관계를 떠나서 큰 목표 의식을 가지고 접근해 보자는 겁니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둔 민주당의 보여주기식 정책이 아니냐는 질문에도 “전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미 지난 총선, 대선을 거치면서 내부 검토를 거친 부분으로 추진 시기만이 미정이었을 뿐이었다는 설명이다.

“사실 지난 대선 당시 공약에 완전자급제를 넣을까도 고민했었어요. 그러나 어느 정도 논리나 이론을 다듬어 현실과 부합되는 시점에 꺼내들 필요가 있다고 결정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 국회에 계류된 지금 이 시점이 적기라고 판단한 겁니다.”

단통법에 대해서는 이 법안이 모든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단통법은 보조금 공시, 소비자의 보조금 or 요금할인 선택권리 보장, 제조사 장려금도 조사대상 포함 등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다.

“단통법은 현재의 구조를 그대로 두고 그 안에서 일부분을 개선하겠다는 내용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단통법만 통과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얘기하고 있지만, 사실 근본적인 문제는 그대로에요. 단통법이 국회에 계류된 지금 이 시점에서, 땜질식 처방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도 함께 논의돼야 하는 이유죠.”

■판매점 먹튀 방지…‘시장교란’ 가전양판점에 엄중 규제

대리점, 판매점 등 통신유통망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현재 민주당은 완전자급제를 도입하며 상품을 판매한 후 도망치는 ‘먹튀’, 시장질서 교란 등을 막기 위해 판매점에 대한 최소한의 자격 조건을 적용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먹튀 등 덤핑으로 팔아놓고 도망가게 되면 결국은 이용자가 피해를 보게 됩니다. 최소한 그런 부분에 대한 방지책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문제가 됐을 때 소비자가 보험사를 상대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기본적인 보험을 들 수 있는 정도의 재정능력을 갖춘 곳이 휴대폰을 유통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다만 기존 대리점, 판매점에 미치는 악영향은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언급한 자격 요건 역시 소비자 피해를 방지할 만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일 뿐이라는 얘기다. 오히려 이통사와 제조사의 압력이 들어올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함으로써 판매점 시장은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리점, 판매점들이 통신사 눈치를 보지 않고 팔수 있게 되고, 판매점끼리 경쟁하게 되면 제조사에서 차별적 보조금을 줄 수 없게 되면서 오히려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봅니다. 유통시장이 커지게 되면 일자리 창출 등 긍정적인 효과를 내게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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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불거진 하이마트 등 대형 양판점발(發) 보조금 대란에 대해서도 엄중 규제할 방침을 내비쳤다. 불공정 거래행위나 덤핑, 사은품 등 비정상적인 영업이 적발될 경우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가혹할 정도의 징벌적 규제를 가하도록 할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대리점, 판매점 등 소상공인들이 대기업에 소속된 대형 양판점들의 시장교란 행위에 피해를 많이 봤다. 만약 양판점들이 시중가 이상의 덤핑을 매기거나 불공정 영업행위를 하면 징벌적 배상을 매길 수 있도록 엄중히 규제를 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