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86 서버에 대한 IT회사들의 진심

기자수첩입력 :2014/02/23 08:36

황치규 기자

19일 인텔코리아는 서버에 탑재되는 x86 프로세서인 제온 E7 v2를 발표했다. 이전 버전에 비해 성능은 2배, 메모리 지원 용량은 3배 늘었단다.지디넷코리아 임민철 기자가 쓴 기사를 보니 인텔 특유의 익숙한 메시지들이 눈에 띈다. 제온 기반 x86서버가 이제 유닉스 서버의 확실한 대안이라는 것이다. 성능도 좋고 가격도 저렴하니 대안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다.이희성 인텔코리아 대표도 직접 나서 제온칩이 유닉스에 탑재되는 RISC 기반 프로세서보다 우위에 있음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얼핏 들으니 유닉스 서버 환경을 x86으로 바꾸는, 이른바 다운사이징 수요를 잡겠다고도 공언한 모양이다.기자 입장에서 인텔이 쏟아내는 메시지가 새로울 것은 없다. 인텔은 언제부터인가 제온칩을 새로 내놓을때마다 유닉스 서버의 대안임을 부각했다. 작년에도 그랬고 재작년에도 그랬다.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그전년도에도 그랬을 것이다.그러나 시장 판도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게 없다. 인텔은 동의하지 않을 수 있겠으나 유닉스에서 x86 서버 환경으로 전환하는 것은 한국에선 여전히 쉽게 구경할 수는 없는 장면이다. 한국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유닉스 서버 비중이 매우 높은 시장으로 분류된다. 판을 뒤집을 수 있다는 인텔의 구호만 반복해서 울려퍼질 뿐이다. 고성능 서버 시장을 x86중심으로 재편하는건 인텔이 하고 싶다고 되는 일은 아닌 것 같다.바꾸고 말고는 인텔 제온칩 성능보다는 x86서버 자체의 안정성에 대한 기업 사용자들의 신뢰, 그리고 서버 업체, IT서비스 회사,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 등 생태계에 참여하는 다른 이해 관계자들이 x86 서버에 얼마나 힘을 실어주느냐 여부에 달렸다고 보는 시각이다.현재로선 이해 관계자들이 x86서버를 내놓고 배척하는건 아니다. 그렇다고 내놓고 밀어주는 것 또한 아니다. 서버 관련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들이 x86서버보다 고가에 팔리는 유닉스 장비를 외면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고객들이 내놓고 x86서버를 찾는다면이냐 모를까 무엇을 쓸지 고민하고 있다면 값비싼 유닉스를 팔고 싶은게 영업 담당자들의 솔직한 마음이 아닐까. 불황에 숫자 맞추기 쉽지 않은 요즘은 더욱 그러지 않을까 싶다.실제로 국내 IT서비스 업체들은 그동안 x86서버보다 매출 규모가 큰 유닉스를 적극 밀어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또 CPU 성능에선 유닉스를 넘어섰을지 몰라도 서버 기술에선 아직 x86 시스템은 유닉스에 못미친다는 지적도 있다. 이것을 두고 서버 회사들이 유닉스를 비싸게 팔다보니 상대적으로 x86서버 기술 개발엔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소프트웨어 회사들의 행보도 마찬가지다. 이번 인텔 E7 v2 발표 현장에는 세계 최대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업체인 SAP도 우군으로 참여했다. x86에 힘을 실어주는 메시지를 던졌음은 물론이다.그러나 이것을 갖고 SAP가 x86 우선주의로 돌아섰다고 볼 수는 없다. SAP는 1조원이 투입된 KT 비즈니스인포메이션시스템 트렌스포메이션(BIT) 프로젝트에 x86기반 ERP를 제공했지만 처음에는 유닉스를 적극 밀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x86으로 간건 KT의 선택이었다는 얘기다. x86과 유닉스에 대한 SAP의 진심은 왔다갔다할 수 있다. 다른 업체들도 마찬가지이지 싶다.유닉스의 대안으로서 제온 칩은 잠재력이 있다. 외국의 경우 잠재력은 이미 일부 현실이 됐다. 그러나 한국은 부분위기가 다르다. 제온 칩은 여전히 기대주일 뿐이다. 잠재력이 현실이 되는건 인텔보단 이해관계자들의 태도에서 체감할 수 있는데, 예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게 없어 보인다. 인텔만의 리더십으로 제온이 유닉스 대안이 될수 있을까? 만만치 않은 게임이 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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