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워치, 매력적인 타이젠 실험무대"

일반입력 :2014/02/20 10:42

삼성전자가 스마트워치에 타이젠을 넣는다면 그 목적은 미성숙한 운영체제(OS)를 안전하게 '담금질'하기 위함이고, 그런 시도는 충분히 합리적이란 분석이다.

18일 USA투데이는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타이젠과 HTML5 기반으로 돌아가는 스마트워치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미국 지디넷의 래리 디그넌 편집장은 19일(현지시각) 칼럼을 통해 타이젠이 안드로이드를 대신하지 못해도 갤럭시 기어 스마트워치 자체는 타이젠OS를 위해 괜찮은 실험대라고 평했다.

삼성전자는 몇년간 타이젠 기반 스마트폰 출시를 준비해 왔다. 이는 모바일 시장을 애플과 양분한 구글 안드로이드의 영향력을 견제하는 성격으로 이해됐다. 다만 일반 사용자들에게 판매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공개한 타이젠 단말기는 아직 없다.

디그넌은 삼성전자는 구글 안드로이드 OS에 의존하는 동시에 그에게 막대한 모바일 시장 점유율을 몰아주는 최대 규모의 제조업체라며 양사 협력관계는 강력하나 삼성전자는 구글에 과한 힘을 실어주기 싫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또 삼성전자는 점진적으로 타이젠을 상용화하면서 천천히 그 파트너들을 안착시키려 해왔다며 스마트워치에 타이젠을 얹는 계획은 단지 스마트폰 화면 데이터를 보여주려는 게 아니라 실전투입에 앞선 오픈소스 OS를 테스트시 위험부담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앞서 출시한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워치 '갤럭시기어'를 살펴 보면 그럴듯한 설명이다.

사람들에게 갤럭시기어는 스마트폰 기능을 손목에 얹는 정도로 받아들여졌다. 내장된 파트너 애플리케이션들도 기기의 독창성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쓸 수 있을만한 범용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디그넌은 삼성전자가 갤럭시 스마트폰 시리즈같은 거대 제품군에서 안드로이드를 밀어내고 그 자리에 타이젠을 투입하는 장면을 상상할 수 있겠느냐는 물음을 던지며 이는 사용자들의 불안을 떠안는 위험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갤럭시 기어 단말기에서라면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낮은 위험을 감안하면서 아직 사용자를 만족시키기 어려운 타이젠에 대한 요구사항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타이젠을 스마트폰이 아닌 다른 기기에 탑재한 시나리오는 이미 전례가 있다. 일명 '타이젠카메라' 불리는 미러리스카메라 NX300과 NX300m은 공식적으로 타이젠을 탑재했다고 밝힌 모델이다. 기존 모델 NX100에 비해 기능적 개선점이 두드러지진 않았는데도 10배 이상 늘어난 OS 용량이 최대 특징이었다.

사람들은 이미 상용화된 타이젠카메라를 보고도 알아채지 못했다. 타이젠OS의 특징으로 알려진 어떤 요소도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안드로이드카메라 '갤럭시NX'와 달리 최신 웹기술 HTML5 플랫폼에 기반한 외부 개발자의 애플리케이션도 물론 없었다.

디그넌은 HTML5는 여러 애플리케이션과 모바일 사이트를 성능 면에서 네이티브 애플리케이션처럼 접할 수 있게 해줄 요소가 된다면서 스마트워치 기기에서 돌아가는 애플리케이션용 플랫폼으로 HTML5는 충분히 괜찮은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기어 기반 타이젠은 괜찮은 첫발을 뗀 셈이다라며 이와 별개로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단말기 위에 그 소프트웨어를 계속 쌓아올림으로써 모바일 시장의 전선에서 자신을 계속 차별화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현재 타이젠 생태계는 리눅스재단의 오픈소스 커뮤니티로 개발자를, 타이젠연합이라는 컨소시엄을 통해 외부 협력사를 끌어들이며 덩치를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외서 타이젠 애플리케이션 개발 대회를 열었고 테스트 단말기도 여러 벌 만들었다.

지난해 말까지는 올초 일반 사용자를 겨냥한 타이젠폰이 일본, 프랑스, 러시아, 중국, 미국 등에 시판될 가능성이 유력시됐다. 그런데 출시 일정을 공언했던 일본 통신사 NTT도코모가 돌연 계획을 취소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쪽에서는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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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말 삼성전자와 구글의 10년짜리 특허협정이 체결됐다. 직후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를 구글 요청으로 축소 중이란 소문이 돌았다. 익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삼성전자에서 미디어솔루션센터(MSC)가 운영을 담당했던 서비스 대부분도 일부 정리 수순이다.

MSC는 타이젠 개발과 자체 콘텐츠 사업을 수행하는 조직이라, 서비스나 담당 역할을 줄인다는 것은 곧 '구글 생태계'로부터의 독립성을 약화시킨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직은 소문에 불과한 얘기들이 사실이라면 타이젠은 기존 삼성전자 플랫폼 '바다'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