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K시대’ 전문가가 맥프로 주목하는 이유

역대 최고성능 가진 맥 프로…직접 써보니...

일반입력 :2014/02/17 14:10    수정: 2014/02/18 09:22

봉성창

IT기기 중에는 가끔 오직 디자인 하나만으로 소유욕을 불러일으키는 물건이 있다. 특히 디자인 잘하기로 유명한 애플이 만든 것들 중에 이 같은 대상이 많은데,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가격도 가격이거니와 다른 적당한 선택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마음은 아프지만 애써 외면하게 된다.

대표적인 예가 새롭게 디자인된 맥 프로다. 보통 시대를 앞서가는 디자인은 SF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맥 프로는 다른 관점에서 보면 꽤 고전적인 느낌도 준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가 쓸 법한 쓰레기통 혹은 철밥통 이라는 과격한 표현을 쓰기도 한다. 보는이에 따라 시각의 차이가 있겠지만 적어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신선한 디자인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이러한 훌륭한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반 PC 사용자들은 맥 프로 구입을 고려할 필요가 거의 없다. 그것은 마치 출퇴근을 위해 버스를 사는 것과 같다. 실제로 모 대기업 총수가 버스 전용차선을 이용하기 위해 버스 크기의 고급 외제차를 구입했다는 이야기도 있어서 ‘거의’라는 단서를 달았다.

그만큼 맥 프로는 특수한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PC다. 최고의 성능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애플 PC 라인업 중에서 정점을 차지하고 있는 맥 프로를 직접 써봤다.

설계의 미학 “넣을 건 넣고 뺄 건 뺐다”

맥 프로는 작다. 더 작은 맥 미니나 베어본 PC와 비교하면 크겠지만, 거의 대부분 데스크톱 PC와 비교하면 확연하게 작다. 포장 역시 애플 특유의 심플함이 살아있는데 그게 좀 과하다 싶을 정도다. 포장을 열면 본체와 전원 케이블 그리고 충격 방지를 위한 스티로폼이 전부다. 야박하게 키보드나 마우스조차 들어있지 않다. 가격을 생각하면 다소 섭섭한 기분이다.

애플 로고와 각종 포트가 보이는 쪽이 실은 뒷면이다. 여기에 기본적으로 디스플레이, 마우스, 키보드 등을 연결하면 된다. 와이파이나 블루투스를 지원하기 때문에 무선으로 꾸며도 되고 유선 LAN이나 USB단자를 소모해도 된다.

확장성을 보면 기본적으로 4개의 USB 3.0 단자와 6개의 썬더볼트 단자가 있으며 2개의 유선 LAN 단자, 2개의 스테레오 단자 그리고 고맙게도 HDMI 단자가 있다. HDMI 단자가 고마운 이유는 그나마 범용성에 신경을 쓴 흔적이기 때문이다. 애플이 권장하는 디스플레이 연결 방법은 썬더볼트와 디스플레이 포트다.

유선 LAN 단자와 스테레오 단자가 각각 2개씩 달린 것도 역시 전문가를 배려한 모습이다. LAN 단자는 하나는 인터넷 연결을 하고 다른 하나는 다른 PC와 연결해 네트워크를 구축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또 2개의 스테레오 단자 덕에 헤드폰과 스피커를 오가지 않아도 된다.

있을법한 단자 중에 SD카드 리더가 빠진 점은 다소 의아하다. 맥 프로와 같은 고성능 PC로 고해상도 사진작업을 하는 사람도 적잖기 때문이다. 애플이 이를 뺐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맥 프로를 일반적인 사진 작업 용도로는 그리 권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고해상도 이미지가 높은 컴퓨팅 파워를 요구하지만, 단지 그것을 위해서라면 디스플레이 일체형의 아이맥이 좀 더 나은 선택이다. 또 아이맥에는 SD카드 슬롯이 있다.

맥 프로는 케이스를 벗겨내기 가장 쉬운 PC 설계를 가지고 있다. 포트 왼쪽 상단의 잠금 스위치를 해제하고 케이스를 위로 올리면 속살이 그대로 드러난다. 아예 벗기고 써도 될 만큼 깔끔한 내부 설계가 돋보인다. 각각 2개씩 총 4개의 메모리를 장착할 수 있는 슬롯이 있고, 별 나사용 드라이버가 있으면 저장장치 교체가 가능하다. 공식적으로 교체할 수 있는 것은 메모리와 저장장치가 전부지만, 벌써 일부 사용자들은 그래픽카드를 교체하는 방법까지 발견해냈다고 한다. 물론 기존 그래픽카드를 튜닝해야 하는 많은 수고가 드는 작업이다.

맥 프로가 쓰레기통 모양인데는 다 이유가 있다. 바로 열을 배출하는 방식 때문이다. 하단에서 공기를 흡입해 팬을 통해 상단으로 배출한다. 단순하면서도 효율적인 구조다. 맥 프로를 쓰면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케이스를 장착한 다음 반드시 잠금 스위치를 걸어줘야 되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무심결에 맥 프로를 들었다가 본체를 떨어트릴 위험이 있다.

괴물같은 성능 “4K 동영상 16개를 동시에 교차 편집”

전원을 켜면 포트 부분에 은은한 흰색 조명이 차례대로 멋지게 켜진다. 맥 프로에는 본체를 살짝 움직이는 것 만으로 언제든지 조명을 들어오게 할 수 있다. 어두운 작업 환경에서 보다 손쉽게 포트를 찾을 수 있도록 한 배려다. 동작감지 센서는 오로지 이 기능을 위해 존재한다.

그 이후에는 일반 맥 제품과 같다. 맥OS 초기 설정을 마치고 그냥 쓰면 된다. 맥북에어, 맥북프로, 맥미니, 아이맥 전부 동일하다. 단지 성능과 형태가 다를 뿐이다.

맥 프로의 성능은 무시무시하다. 리뷰에 사용된 제품은 인텔 제논 12코어 CPU와 32GB 메모리, 512GB PCIe 기반 플래시 스토리지, 2개의 AMD 파이어 프로 D700 그래픽카드가 장착됐다. 이 정도 사양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1천100만원이 조금 넘는 돈을 지불해야 한다. 물론 돈을 좀 더 아끼는 의미에서 더 낮은 사양으로 구매할 수도 있다. 가령 인텔 제논 쿼드코어 CPU와 12GB 메모리, 256GB PCIe 플래시 스토리지, 2개의 AMD 파이어프로 D300 그래픽카드 등으로 구성하면 400만원을 내고 1만원을 거슬러 받을 수 있다. 이것 역시 일반 PC와 비교하면 괴물급 사양이다.

왜 이런 고성능 PC가 필요한가에 대한 대답은 바로 맥 프로가 만들어진 이유와도 같다. 우선 게임은 제외다.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파이어 프로가 아닌 좀 더 실시간 3D 렌더링에 특화된 말 그대로 게임용 그래픽카드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물론 사양이 이 정도 되면 어느 게임이고 잘 돌아가겠지만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일 뿐이다.

남은 것은 세 가지다. 고해상도 사진 편집, 작곡 및 프로듀싱, 동영상 편집이다. 우선 고해상도 사진 편집을 위해서는 가장 저렴한 맥 프로 구성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더 나은 선택은 27인치 아이맥이다. 일단 디스플레이 일체형인 만큼 더욱 저렴할 뿐 아니라 여느 모니터보다 더 나은 색감을 보여준다. 앞서 언급한대로 SD카드 슬롯도 달려 있고 키보드와 마우스도 포함돼 있다. 전반적인 컴퓨팅 파워도 아이맥이면 사진작업을 하기에 충분하다.

음악 작업은 의외로 사진보다 더 높은 컴퓨팅 파워를 요구한다. 애플 맥OS에는 ‘로직 프로’라는 전문 작곡 및 프로듀싱 프로그램이 있는데, 수십가지의 음원을 동시에 믹싱하기 위해서는 높은 CPU 성능을 요구한다. 가령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악기 별로 녹음하고 이를 세부적으로 조정하는 일은 왠만한 PC에서는 어림없는 일이다.

물론 음악 작업을 위해 굳이 그래픽카드가 좋을 필요는 없다. 따라서 CPU는 좀 더 좋은 것을 선택하고 그래픽카드는 가장 낮은 것을 선택하는 옵션 조정이 적당하다. 사실 맥 프로 정도면 가장 저렴하게 구성해도 충분하다.

남은 한 가지는 바로 동영상 편집이다. 이것은 가장 높은 컴퓨팅 파워를 요구한다. 작업 환경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일반적으로 높으면 높을수록 좋다. 최근 UHD 혹은 4K 영상이 화두가 되면서 더욱 그렇다. 동영상에 수많은 효과를 입히고 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작업하고, 또한 여러 동영상을 동시에 교차 편집해야 한다면 맥 프로는 최고의 선택이다. 대표적인 OSX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인 파이널컷 프로에서 실력을 제대로 발휘한다.

리뷰에 사용된 맥 프로는 16개의 4K급 동영상을 동시에 재생해두고 필요한 부분만 실시간으로 지정해 하나의 완성된 영상을 만들 수 있었다. 또한 꽤 무거운 동영상 플러그인 역시 실시간으로 효과를 적용하고 이를 렌더링 하기 전에 눈으로 확인해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성능을 보였다. 이 정도면 지금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해상도인 풀HD 영상 편집에서는 사실상 안되는 것이 없다고 해도 좋을 수준이다.

시간을 돈으로 바꿔주는 기계

맥 프로가 성능 대비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인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같거나 동급의 부품으로 조립PC를 만들 경우와 비교해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애플이 부품을 대량으로 저렴하게 구입하기 때문에 가능한 가격이기도 하다. 여기에 맥 프로 특유의 디자인과 설계는 일종의 덤이다. 이만한 사양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구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정도다.

물론 보이는 가격이 전부는 아니다. 마우스와 키보드를 별도로 사야하며 4K 편집을 위해서라면 4K 해상도를 가진 모니터도 함께 구매해야 한다. 맥 프로는 최대 3대까지 4K 해상도 모니터와 동시에 연결이 가능하다. 또, 최대 1TB PCIe 플래시 스토리지 역시 4K 해상도 작업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용량이다. 따라서 별도의 외장 스토리지가 필요하다. 그것도 썬더볼트를 지원하는 고가의 외장 스토리지 장비여야 한다. 섬세한 사운드 작업을 위해서는 별도의 외장 엠프나 믹서도 필요하다. 모두 갖춘다면 3천만원은 훌쩍 넘어간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이 맥 프로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단일 설계로 모든 부품이 유기적으로 잘 연결돼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PC가 데이터를 처리하는 방식은 마치 물이 흐르는 것과 같다. 어느 한 곳이 물이 잘 흐른다고 해도 한 곳에서 막히면 제 성능을 내기 어렵다. 이를 병목현상이라고 한다. 각 부품마다 대역폭이 다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맥 프로는 이러한 점이 고려돼 CPU, 메모리, 그래픽카드 등이 각각 넉넉한 대역폭을 가지고 있어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처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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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공간을 많이 차지 않는 설계와 5kg 남짓한 가벼운 무게가 주는 잇점은 다른 PC에서는 결코 흉내낼 수 없는 부분이자, 전문가들을 가장 흡좁하게 만든다. 전문가들에게 자신에게 익숙한 작업환경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맥 프로는 노트북 정도는 아니지만 이전보다 훨씬 수월하게 작업환경을 옮길 수 있다. HDMI 단자가 들어간 이유도 이러한 이동성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HDMI 입력을 받는 어떤 모니터나 TV도 자유자재로 활용이 가능하다. 애플은 그냥 작은 것만을 고집하는 회사가 아니라 그것이 주는 잇점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맥 프로를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강력한 성능을 활용해 시간을 아껴주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시간은 곧 돈이다. 같은 작업을 하더라도 그 시간을 줄여준다면 맥 프로는 돈을 벌어주는 기계나 다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