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으로 통하는 아이들…"우리 생각은요"

[기획]학교 SNS 생태 보고서

일반입력 :2014/02/13 14:46    수정: 2014/02/17 09:34

남혜현 기자

직접 들어보지 않고는 모른다. 스마트폰이 과연 청소년들의 공부 시간을 빼앗는 독인지, SNS가 교실을 벗어난 또 하나의 폭력의 장인지는. 10대들은 말했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나쁘지는 않아요라고. 물론 경우에 따라 범죄로 분류될 수 있는 안타까운 사건들도 있었다. 교사들은 가르치는 입장에서 스마트폰을 긍정적으로 보기는 어렵죠라고 말했다. 기사에 언급되는 발언들은 모두 기자가 직접 들은 교사, 학생들의 육성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지디넷코리아>는 두 편에 걸쳐 학교 현장에서 스마트폰과 SNS가 어떻게 인식되는지 알아봤다. 기획은 상, 하편으로 연재된다. 한 편은 청소년들의 입장에서 다른 한 편은 이들을 가르치는 교사 입장에서 구성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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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상>'톡'으로 통하는 아이들 우리 생각은

<하>학교 SNS 난리법석, 교사는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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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인데, 학교에서 따로 뒷풀이는 안했어요. 대신 밤에 따로 모이기로 했어요. 톡(카카오톡)으로 시간이랑 장소를 좀 정하는 편인데요, 반 친구들이 거의 다 (카톡 단체방에) 있어요. 오늘 약속도 그렇게 정했고요. (졸업식 뒷풀이에) 반 친구들이 대부분 와요.

지난 12일 인천 A 고등학교를 졸업한 ㄱ군(19·남)은 학교를 떠나는 아쉬운 마음을 친구들과 저녁 자리에서 풀기로 했다. 시간과 장소는 반 친구들과 만든 카톡 방에서 정했다. ㄱ군에게 반 친구들이 모두 스마트폰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기자님도 (스마트폰이) 있잖아요라고 되묻는다.

30대 이상 '어른' 들이 나 어릴 때만 생각한다면, 지금 중고등학생들의 문화를 이해하기는 어렵다. 예컨대 요즘 학교 졸업식에는 사복, 또는 제복을 입은 경찰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10년 여중생들의 알몸 폭행 동영상이 문제가 된 이후 학교폭력 근절 대책으로 경찰들이 각 학교 졸업식에 쫙 깔려있기 때문이다.

졸업식 폭력이 교내에서 줄어든 대신 학교에서 교사나 선후배, 동급생들과 아쉬움을 나누던 모습도 사라졌다. 아이들은 이제 카톡이나 페이스북에서 약속을 잡고 밖에서 따로 만나는 것이 일상화 됐다. 친구들이 모두 스마트폰이 있으니 일일히 만나거나 전화하지 않아도 카톡 단체방에서 쉽게 약속을 잡을 수 있어서다.

스마트폰 쓴다고 뭐 특별한 일이 있지는 않아요. 고등학교 올라오면서 애들이 그다지 휴대폰에 관심을 안 가져요. 고3쯤 되면서 2G폰으로 바꾼 애들도 있고, 아예 안가지고 다니는 애들도 좀 있어요. 고3되기 전까지는 스마트폰 거의 다 쓰고 그래요.

올해 고3이 되는 경기 일산 B 고등학교 소속 ㅈ양(18·여)은 스마트폰을 일상화된 문화로 설명했다. ㅈ양의 반은 모두 38명인데, 일부를 빼고는 모두 휴대폰을 가지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피처폰을 쓰느냐, 스마트폰을 쓰느냐 정도다. 공부하는데 방해 받기 싫어하는 아이들은 알아서 피처폰으로 바꾼다.

■뉴스에서는 나쁘게만 나오던데, 일부의 얘기 아닌가요?

SNS나 휴대폰을 쓰지만,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악용되고 그런 거는 극소수라서 스마트폰을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서울 은평구 C 고등학교 1학년 ㅈ양(여, 18세)은 카톡방에서 왕따 같은 사이버불링 문제가 없냐는 질문에 제 주변에서는 그런 일이 없었던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사이버불링은 특정인을 인터넷에서 집단적으로 따돌리거나 집요하게 괴롭히는 행위를 말한다.

ㅈ양은 오히려 애들끼리 모르는 문제 같은 게 있으면 그걸 사진으로 찍어서 물어보기도 하고 그래요라고 말했다. 일종의 집단지성, 공부 품앗이인 셈인데, 친구들끼리 카톡 방을 함께 공부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창구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은평구 D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ㅊ군(남, 18세)도 비슷한 취지의 말을 했다. ㅊ군은 사이버 왕따 같은 사례를 주변에서는 한 번도 본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런 사례가 있다면 어른스럽지 못한 행동이라고 일축했다. 만약 싫은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를 카톡방에 초대를 해서 왕따를 시키는게 아니라 아예 초대를 안하지 않을까요?라고 반문했다.

선생님들이 자료 전달하신거나, 아니면 책을 사야 하는데 정보를 전달 못 받았을 때 물어보는 용도로 쓰죠

ㅊ군도 카톡 단체방이나 SNS를 비교적 생산적인 곳에 활용한다고 말했다. 올해 고3이 되는데 반 친구 중 절반이 피처폰을 쓴다. 대신 그런 친구들은 아이팟이나 태블릿을 가지고 있어 SNS를 통한 정보 공유가 가능하다. 이를 통해 친구들끼리 과제를 확인하고 참고서적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다는 설명이다.

스마트폰을 긍정적으로 사용하는 사례는 또 있다. 일산 B 고등학교 2학년생 ㅈ양은 최근 학교 축제 준비를 스마트폰 앱으로 해결했다. 밴드부 학생들이 일일히 건반을 들고 다닐 수 없으니 스마트폰 악기 앱을 틀어놓고 반주에 맞춰 연습을 한 것이 효과가 좋았다.

스마트폰 앱이 많이 발전해서, 아이폰 밴드 앱으로 기타에 연결해서 치는 게 있어요. 학교에서 축제 준비하고 할 때 그런게 좀 좋은 것 같아요. 간단하게. 건반도 가지고 다닐 수 없으니까 거기서 피아노 앱 틀어서 애들이랑 맞춰보고 그래요.

■카스에 다른 사람 사진 올리고, 휴대폰 빼앗기고

저희가 2학년인데요, 지난번에 1학년 어떤 애가 저희 학년에 되게 예쁘게 나온 여자애 사진을 도용해서 막 카스(카카오스토리) 팸에 올려가지고요, 2학년 애들이 다 가서 걔한테 뭐라고 했죠. (카스 아이디를 아니까) 카톡방에서요.

물론 안 좋은 사례도 있다. 서울 광진구 E 중학교에 다니는 ㅇ양(15·여)은 최근 황당한 사건을 경험했다. 1학년인 후배가 카카오스토리에 '팸'을 만들어서 다른 사람의 사진을 자신인 것처럼 꾸며서 활동하다가 당사자와 선배들에게 걸린 것이다. o양과 친구들은 곧 그 후배를 카카오톡 단체 방으로 불러내 경고해 해당 사진을 카스에서 내리도록 조치했다.

무슨 막 초딩들이 하는 팸 같은게 있는데요. 그런거 하는 애들은 대부분 학교에 친구가 없는거 같은데요? 그냥 모르는 사람들끼리 만나서 이상한 팸 만들어서 거기에다가 친구 사진을 올려서 자기라고 그러고….

'팸'은 패밀리, 또는 조직의 줄임말이다. 카카오스토리 같은 SNS에서 잘 모르는 사람들끼리 하나의 주제로 방을 만들어서 사진과 정보를 공유하는 곳인데, 이 곳에서 종종 다른 사람의 사진을 도용하는 경우가 생겨 문제가 벌어지기도 한다. 중학생 판 '화차녀' 사건인 셈이다.

초등학생이나 중학교 저학년 같은 경우에는 고가 스마트폰을 빼앗기는 사건도 가끔 발생한다. 광진구 F 초등학교에 다니는 o 학생(13·남)은 갤럭시S4를 사용했지만 최근 고등학생들에게 이를 빼앗겼다. 친구 네명이 함께 집에 가는데 그 중 두 명의 휴대폰을 고등학생 형들이 힘으로 빼앗아 간 것이다.

주변에 CCTV도 없고 신고를 하긴 했는데…. 근데 스마트폰이 카카오톡이랑 연결이 돼 있잖아요. 나중에 카톡에 뜨는 사람 보니까, 그 이름으로 지금 인도 사람이 쓰고 있더라고요. 벌써 인도까지 간 거예요. 그래서 스마트폰 요새 너무 비싼거 들고 다니니까 약한 애들은 뺏기고…. 그냥 딱 가져가니까 아무말도 못하고요.

■카톡, 페북 시간낭비에요, 피처폰도 많이 써요

휴대폰을 쓰고, SNS를 하다보면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있다.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는데 가끔은 공부하는데 방해가 된다고 스스로 느끼는 이들도 많다. 알아서 조절해야 한다는 걸 학생들도 스스로 느낀다. 물론 공부할 때는 휴대폰을 꺼놓아야 한다는 의지를 실천으로 옮기는 것은 또 다른 문제지만.

내신 기간에는 한 달동안 독서실에 다니는데요, 그때는 핸드폰을 놓고 가요. (핸드폰을 가져가면) 집중이 안돼요. 중학교 1학년 기말고사인가? 그때 망했어요. 핸드폰만 해서요. 진짜 문제는 다 이거(휴대폰)에요.

화차녀 사건을 얘기했던 o양은 2G폰이 더 좋은 것 같다라고 말한다. 휴대폰을 너무 오래 사용하면 사용량을 조절하기 어려워서 공부할 시간을 많이 빼앗긴다는 것이다. 학년이 올라가고 나서는 스마트폰 사용을 조절하는 방법을 스스로 배웠다. 공부할 때는 휴대폰을 아예 가져가지 않거나, 사전 용으로 사용한다.

딱 핸드폰 안 하겠다고 마음 먹고 숙제 시작하면 딱 노트북을 안 켜도 바로바로 영어 단어 찾고 하는데만 써요.

SNS에 대처하는 법도 학년별로 조금 달랐다. 중학생들 사이에서는 최근 페이스북이 인기를 얻고 있지만 고등학생들은 페이스북을 사용하지 않게됐다고도 이야기한다. 앞서 SNS가 꼭 나쁘지만은 않다고 말했던 고등학생 ㅊ군은 페이스북이 트위터를 섰었는데 조금 시간 낭비하는 것 같아서 다 지웠다라고 말했다.

카스와 페이스북, 트위터를 모두 사용하려면 글도 올리고 다른 이들이 쓴 내용들도 살펴봐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 피처폰으로 갈아타는 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일과 시간내에 카톡 사용마저 안한다고 했다. 소위 공부 잘하는 전교 1등은 아예 휴대폰을 없앴다는 이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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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휴대폰을 여가용으로 분류해 놓기도 한다. ㅊ군은 핸드폰이 그냥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변하면서 얻을 수 있는 정보라든가 그런게 많아졌어요. 여가활동이나 이런 것도 폰으로 충분히 할 수 있고 굳이 컴퓨터를 켜든가 영화관에 가지 않아도 핸드폰에서 다운 받아서 볼 수도 있고. 생활이 간편해졌어요

학생들은 스스로 스마트폰과 SNS를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었다. 물론, 가끔 보도에서 나오는 것처럼 SNS를 폭력이나 사칭의 도구로 쓰기도 한다. 문제가 있다면 어른들이 할 일은 SNS와 스마트폰을 제대로 쓰는 방법을 몸소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 지금 10대들에 먼저 필요한 것은 'IT 소프트웨어' 수업 보다는 SNS를 제대로 쓸 수 있는 문화 교육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