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24, 아마존 통해 '역 직구'…韓쇼핑몰 해외로

"아마존과 손잡고 라인 시장 10배 키운다"

일반입력 :2014/02/12 16:38

남혜현 기자

어디 가나 아마존 얘기다. 최근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관심은 아마존의 한국 진출 여부에 꽂혀 있다. 몇년 전만 해도 아마존은 미국에서 잘 나가는 온라인 서점이란 인식이 컸다. 그런데 지금 아마존은 한국에 들어온다더라는 소문 하나로 전자 상거래 시장을 들썩이게 하는 게임체인저가 돼버렸다.

지금은 누가 아마존과 손잡느냐에도 숱한 관심이 쏠리는 시점이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의 해외 진출을 위해 아마존과 협력한 심플렉스인터넷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재석 심플렉스인터넷 대표를 지난 11일 오후 서울 보라매공원 인근에 있는 이 회사 회의실에서 만났다.

<지디넷코리아> 칼럼난에서 사진을 먼저 보지 않았다면 임직원 1천100명의 중견 업체 대표인지 몰라봤을 것 같다. 스스럼없이 웃으며 악수를 청하는 모습이 개발자처럼 보였다. 말로 오해 받는 게 제일 싫다는 그는, 심플렉스인터넷이 왜 아마존과 손잡았는지, 국내 온라인 쇼핑몰이 해외에서 어떤 기회를 가질 수 있는지를 유머를 곁들여 명확하게 설명했다.

■글로벌 진출 5년 전부터…아마존과 협력은 자연스러운 순서

진짜 아마존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걸 요즘 많이 느껴요. 주위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다 그 얘기를 해요. 아마존이 애플보다 더 힘이 센 회사 같다니까요(웃음)

이재석 대표는 최근 아마존의 힘을 부쩍 느낀다. 심플렉스인터넷은 지난해 11월 국내 쇼핑몰 호스팅 업체로는 처음 아마존과 손잡았다. 똑같은 물건을 파는데 시장을 국내로 한정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협력을 만들어냈다. 제휴 석 달. 이재석 대표와 심플렉스인터넷의 쇼핑몰 구축 브랜드 '카페24'에 쏟아진 관심은 대단했다. 그는 어떻게 아마존과 제휴를 이끌어냈을까.

처음에는 실무진들끼리 메일을 주고받았어요. 그렇게 얘기가 오가다가 아마존 본사가 있는 시애틀에 방문하게 됐고, 결국 사인했죠. 어떻게 보면 일상적 제휴 중 하나에요. 카페24 입장에서는 쇼핑몰 판매자들의 매출 창구를 늘리고 인프라를 강화해 나가는 게 기본이니까 협력을 한 거고…. 아마존이요? 아무래도 좋은 판매자들을 많이 확보하는 데 의의를 두지 않았을까요?

아마존과 제휴 사실을 공개했을 때 또 하나 주목받았던 것은 입점 조건 완화였다. 사실 개인 판매자가 아마존에 들어가기는 상당히 까다롭다. 판매자들이 현지 법인을 세우고 세무사를 선임해야 하며, 일정 수준 이상의 상품 가짓수를 갖추고 지정된 배경색을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아마존은 카페24가 이러한 조건들을 대행해 처리할 수 있도록 이례적으로 조건을 완화했다.

어떻게 보면 카페24와 제휴가 아마존에는 테스트베드(시험대)가 될 수도 있겠죠. 카페24는 오랜 시간 시스템이 검증된 회사이기도 하니까요. 카페24를 이용하는 고객사들이 80만인데 이 중에 역 직구(국외 판매)를 하는 곳이 1만 군데는 돼요. 기본적으로 쇼핑몰 사업의 핵심은 판매채널 확대와 마케팅인데, 글로벌 시장이 엄청나잖아요?

판매자들의 반응은 물론 좋다. 이 대표에 따르면 같은 매출이 나와도 아마존에서 판 걸 훨씬 더 즐거워 한다. 돈에는 꼬리표가 없다는데, 아마존 매출에는 꼬리표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국내에서만 통할줄 알았던 상품이 다른 나라에서도 통한다는 가능성을 확인한데다가, 그 판매처가 아마존이라는데 다시 한 번 신기해한다는 것이다. 글로벌에 관심은 있지만 방법을 몰랐던 판매자들에게 아마존의 문턱을 낮춰준 셈이다.

■패션도 한류, 연말까지 쇼핑몰 매출 확 키운다

아마존은 어쩌면 한 사례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이재석 대표가 보기에 국외 시장은 광활하다. 적어도 쇼핑몰들이 지금보다 10배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 예컨대 국내에서 연매출 1억 던 회사라면 해외에선 10억 어치의 물건을 팔 수 있다고 본다. 상품이나 쇼핑몰 디자인 등 여러 부문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확언했다.

출장을 다니다보면 현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때 한국 제품이 경쟁력이 있다고 많이 느껴요. 가장 인기 있는 게 의류 같은 패션 상품인데 아기자기하고 예쁜 옷을 외국에서 참 좋아하더라고요. 모든 나라에서 한국 옷이 경쟁력 있다고 봅니다. 지금은 영어, 일본어, 중국어를 서비스 하는데요 4월부터는 스페인어, 포르투갈어도 지원할 거에요. 연말까지 10개 국어로 확대해서 세계 90% 지역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갑니다.

이 대표는 올 연말까지 국내 거래액의 절반 정도를 국외 시장에서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잘 나가는 쇼핑몰의 경우에는 한국과 비슷한 매출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런 그가 가장 주목하는 해외 시장은 중국이다. 중국은 이 대표가 최근 사업차 가장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다.

명동 같은데만 가봐도 중국 사람들이 워낙 많아요. 중국 사람들이 해외(한국)에 나와서 까지 (옷을) 사는데…. 가품 문제가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중국인들이 한국 상품에 대한 기대가 높아요. 지난해 통계 보셨겠지만 한국이 중국 상대로 수출하는 나라 중 1등이에요. 정말 대단한거죠. 그만큼 한국 물건이 인기가 있어요.

이재석 대표와 카페24가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한 것은 벌써 5년 전이다. 그사이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일단 직원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이전에는 이 대표가 글로벌 하면 무슨 소리인가 하던 직원들이 이제는 고객사들의 글로벌 진출 애로사항에 '초특급'으로 대처한다. 채널도 많아졌고, 회원사도 늘었으며 무엇보다 '역 직구'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제는 다른 오픈마켓이나 소셜커머스들도 모두 역 직구를 하나의 주요한 사업으로 홍보한다.

많은 기업들이 가장 허무해 하는 게 '우리는 잘 하는데 시장이 안 따라준다'는 거에요. 그런 거랑 비교하면 저희는 운이 따랐죠. 5~6년 전부터 해왔던게 이제 슬슬 시장과 맞물려 간다고 생각해요. 다른 업체들이 역직구를 하는 것도 경쟁이라고 보지 않아요. 지금은 역 직구 팽창기인데 이 때는 서로 대세를 만드는 게 중요해요. 시작이니까, 서로 좋은 거죠. 제가 좋아하는 표현이 하나 있는데 '은행 털기 전에는 사이가 좋고, 은행 털고 나면 사이가 나빠진다' 잖아요? 지금은 은행을 털기 전인 거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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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했다. 지금 카페24는 물살을 탔다. 국내 유명 쇼핑몰들이 카페24의 회원사인 데다가, 탄탄한 협력 업체도 만났다. 그간 이곳저곳 뛰어나니며 글로벌 시장에 대한 감도 익혔다. 회원사 입장에서 글로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이 대표가 보는 카페24의 최대 강점이다.

카페24는 언어권 별로 주요 매체들과 제휴하거나 각 회원사들에 맞춰 현지화해 일을 하고 있어요. 사실 고객사 입장에서는 다른 나라에서 제대로 그 일을 해 줄 수 있는 업체가 별로 없죠. 현지 업체들 같은 경우 우리나라 쇼핑몰 사정을 잘 모르고요. 제가 참 끈질긴 성격이거든요. 글로벌 사업을 조금 더 성공적으로 안착키는 데 최선을 다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