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막가는 이통사, 보조금 남탓 언제까지

기자수첩입력 :2014/02/12 13:06    수정: 2014/02/12 13:12

정윤희 기자

공짜도 비싸다. 이제는 마이너스폰이다. 최대 120만원의 보조금이 실리면서 스마트폰을 사면 오히려 현금을 덤으로 받는 일이 벌어졌다. 자기 돈을 주고 휴대폰을 사면 바보가 되는, 이상한 세태다.

급기야 새벽에 터진 보조금 전쟁에 피가 튀었다. 유명 휴대폰 커뮤니티는 마비됐고 자다 말고 대리점으로 뛰어가는 사람이 속출했다. 동이 트기도 전 휴대폰 대리점 앞에 구매행렬이 늘어서는 진풍경이 벌어지는가 하면, ‘211대란’이 하루 종일 포털 실시간 검색어를 점령했다.

이동통신사들은 말한다.

“경쟁사 때문이에요”, “저들이 먼저 질렀어요”, “우리는 대응했을 뿐입니다”, “우리는 당한거에요”, “경쟁사가 하는 말은 다 거짓말이에요”, “지르면 따라가야지 별 수 있습니까”

언론플레이도 빠질 수 없다. 경쟁사의 보조금 정책과 단가표를 입수, 서로 질세라 언론에 뿌린다. 서로의 수익구조, 마케팅 전략까지 분석하며 남 탓하기 여념 없다. 기사가 쏟아지며 경쟁사가 주춤하는 동안, 정작 자신은 그 틈을 타 보조금을 살포해 가입자를 쓸어간다.

그런데 가만히 듣다보니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 “면목이 없다”, “선처를 바란다”

보조금 관련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임원들의 발언이다. 기자가 통신 분야를 출입하는 동안 열린 수차례의 보조금 제재 전체회의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말이기도 하다. “당사는 시장안정화를 위해 노력해왔으나, 경쟁 상황에 따른 시장대응 차원에서…” 이제는 아예 대신 말해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들은 과연 무엇이 죄송하고 면목이 없는 걸까. 정부 따위야 이미 안중에도 없어 보이는데. 당장 앞에서만 고개를 조아리면 보조금에 대한 면죄부를 얻는 걸까 착각이 들 정도다.

심지어 방통위가 상시적으로 이통3사 임원을 소집해 경고해도 돌아서면 보조금 전면전이다. 작정하고 정부를 허수아비 취급하지 않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뿔난 방통위가 추가 제재안 검토를 예고했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탓은 없다. 모두가 경쟁사의 잘못이다. 저마다 각자가 유리한 기간을 설정해 서로의 순증 가입자 수를 공격한다. 일반적으로 보조금 과열은 꼬리 물기 식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당장의 잘잘못을 가리기 쉽지 않다는 사실 따윈 이들에게 중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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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종복배(面從腹背), 책인즉명(責人則明), 후안무치(厚顔無恥).

눈살 찌푸려지는 이통사들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