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용 태블릿 첫 포문 "가능성 보인다"

삼성 갤럭시노트 프로 써보니...

일반입력 :2014/02/12 10:41    수정: 2014/02/12 10:42

권봉석

태블릿을 업무에 활용하고자 하는 사람이 겪는 난관은 두 가지다. 첫째는 오피스 애플리케이션 부재다. 아톰 베이트레일 프로세서를 쓴 인텔 태블릿, 혹은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RT 등 극히 일부 태블릿을 제외하면 오피스 프로그램을 기본 제공하는 태블릿을 찾기 힘들다. 결국 오피스 애플리케이션은 따로 구입해야 한다.

또 외부에 나와 있을 때 사무실이나 집의 PC를 조작해야 할 때 흔히 쓰이는 원격 데스크톱 기능을 태블릿으로 온전히 활용하기 어렵다. 그나마 최근에는 태블릿 해상도가 높아져 잔글씨를 보기는 좋아졌지만, 여전히 터치가 마우스 클릭을 대신하다 보니 작은 창이나 글자를 클릭하기 불편하다.

삼성전자가 9일 출시한 태블릿, 갤럭시노트 프로는 이런 불편함에 대한 조금 더 나은 해결책을 제시한다. 화면을 12.2인치로 키우고 해상도도 현재 출시된 태블릿 중 최고 수준으로 높였다. 한컴오피스 뿐만 아니라 화상회의나 원격접속처럼 외부에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본 내장했고 여기에 손글씨 메모가 가능한 S펜도 내장했다. 이 정도면 과연 태블릿을 업무에 활용하는데 얼마나 편리할까?

■가죽 질감 낸 뒷면 '미끄럼 방지까지'

최초 상자를 개봉하면 '갤럭시'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기기 중에서 가장 큰 12.2인치(309.7mm) 큰 화면이 반긴다. 가로 길이는 295.6mm, 세로 길이는 204.0mm로 아이패드 에어와 비교해도 한층 더 크고 A4 용지보다 거의 비슷한 크기다. 화면 테두리는 가장 두꺼운 부분이 13mm, 가장 얇은 부분이 11mm로 다른 태블릿보다 약간 더 뚱뚱하지만 화면이 큰데다 잡을 곳이 필요한 제품 특성상 더 얇아도 큰 의미는 없다. 무게는 750g으로 한 손에 든 채로 쓰기에는 다소 버거운 감이 있다.

화면 아래에는 홈 버튼과 뒤로가기 버튼, 메뉴 버튼 등 하드웨어 키를 달았다. 보통 삼성 스마트 기기는 홈 버튼 왼쪽에 뒤로가기 버튼을 두기 마련인데 갤럭시노트 프로는 거꾸로 오른쪽에 달았다.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버튼을 잘못 누르는 시행착오를 겪을 수 밖에 없다. 전원 버튼과 볼륨 버튼은 본체 왼쪽 위에 달았고 제품을 가로로 쓸 때나 세로로 쓸 때 모두 쉽게 손이 닿는 위치라 불편하지 않다. 다만 세로로 세워서 쓸 때는 위에 달린 버튼이 볼륨을 낮추고, 아래 달린 버튼이 볼륨을 높이기 때문에 이 역시 실수할 가능성이 높다.

제품 왼쪽에는 이어폰・헤드폰 단자를, 오른쪽에는 마이크로SD카드 단자와 USB 3.0 단자를 달았다. USB 하드디스크에 흔히 쓰이는 USB 3.0 케이블을 꽂아도 되며 충전만 하고 싶다면 마이크로USB 케이블을 꽂으면 된다. PC에 연결해도 충전이 가능한 스마트폰과 달리 소모 전력이 많은 탓에 5V 2A(10W) 출력이 가능한 충전기가 있어야 정상적인 충전이 가능하다. 제품 위에는 TV나 셋톱박스를 제어할 수 있는 적외선 송신부가 자리잡았다.

제품 뒷면은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었지만 특수 도료를 써서 인조 가죽과 비슷한 질감을 낸다. 겉보기에도 가죽과 흡사하지만 만지거나 두드려 보면 플라스틱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따로 액세서리를 살 필요가 없고 고급스런 느낌도 준다. 플라스틱이나 금속 재질과 달리 표면이 약간 거칠어 미끄러지거나 손에서 떨어 뜨리는 것도 어느 정도는 막아 준다.

■펜타일 LCD 디스플레이는 '고육지책'

갤럭시노트 프로는 12.2인치, 2560×1600 화소 화면을 달았다. 해상도는 2560×1600 화소로 요즘 30만원 미만에 팔리는 27인치 모니터보다 더 넓레 화면을 활용할 수 있다. HD급 동영상을 네 개 띄워도 넉넉히 남는다. 다만 일반적인 LCD 디스플레이가 아니라 일부 화소를 줄이고 전력 소모를 낮춘 RG-BW 펜타일 방식이다. 얼핏 보기에는 기존 디스플레이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흰 바탕에서 검은 글씨를 확대할 경우 그 차이를 쉽게 알아챌 수 있다. 화면을 키우면서 덩달아 늘어나는 소비전력과 이로 인한 사용시간 감소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겠지만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펜타일 방식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대화면 디스플레이가 가져다 주는 장점은 많다. 한 화면에 들어오는 정보량이 풀HD의 4배를 넘기 때문에 웹서핑이나 전자책 읽기에 편리하다. 화면 전체에 문서 한 장을 띄워 놓고 비교해 보아도 훨씬 세밀한 표현이 가능하다. 특히 웹서핑은 굳이 모바일 페이지를 열지 않고 PC버전을 그대로 열어 봐도 좋을 정도다. 편의 기능 중 하나인 멀티 윈도우를 이용하면 한 화면을 총 4개까지 나누어서 여러 앱을 동시에 열어 놓을 수 있다.

이런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는 특히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확인할 때 유용하다. 풀HD 디스플레이라 해도 한 화면에 비출수 있는 정보량은 약 208만 화소에 불과하다. 때문에 스마트폰 화면에서는 잘 찍힌 것처럼 보였던 사진도 더 해상도가 높은 디스플레이로 봤을 때는 흐릿한 사진인 경우가 많다. 반면 갤럭시노트 프로는 한 화면에 410만 화소를 이용하므로 보다 정확하게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내장된 8백만 화소 카메라로 찍은 사진도 그 자리에서 바로 보고 초점은 제대로 맞았는지, 초점이 맞았다면 어디에 맞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전체 배터리 소모 중 화면이 차지하는 비율이 50%가 넘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무난한 성능...특정 부위 발열 집중

갤럭시노트 프로는 통신망에 따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가 다르다. 리뷰 제품인 와이파이 버전에는 삼성전자 엑시노스 5420을 썼다. 각각 1.9GHz / 1.3GHz로 작동하는 쿼드코어를 상황에 맞게 번갈아 쓰는 빅리틀 방식이다. 화면 전환이나 앱 실행 속도 등 체감속도는 크게 불편함을 느끼기 힘든 수준이다. 하지만 웹 페이지 스크롤이나 사진 확대・축소 등 실시간으로 화면을 다시 그려야 하는 작업이 많을 경우에는 약간 지연 현상이 발생한다.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내장된 그래픽 칩셋이 미처 따라가지 못해서 생기는 일이지만 실제 사용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다만 와이파이를 켜 놓은 상태에서 인터넷이나 각종 앱을 이용하면 발열 때문에 후면 카메라가 달린 부분이 뜨거워진다. 물론 제품을 거꾸로 돌려서 반대쪽으로 잡으면 이런 불편함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후면 카메라 반대편에는 홈 버튼과 뒤로가기 버튼, 메뉴 버튼 등 하드웨어 키가 있어 잡고 있기가 불편하다. 뜨겁게 과열되거나 화상을 입을 정도는 아니지만 여름에는 다소 불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이용 시간도 간단히 확인해 봤다. 완전충전 후 와이파이를 켜고 밝기를 자동으로 설정한 상태에서 약 2시간 30분동안 S노트 앱과 인터넷, 게임 앱을 쓰고 16시간동안 대기상태로 방치했을 때 남은 배터리 용량은 72%다.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많이 쓴다면 하루, 적게 쓴다면 이틀까지 버틸 수 있는 수준이다. 제품에 딸려온 충전기(5.3V, 2A)로 완전 충전할 때는 약 4~5시간 정도 걸린다.

앱이나 음악, 데이터를 설치하는 데 쓰는 공간은 32GB인데 초기 상태에서 쓸 수 있는 용량은 약 26GB다. 음악이나 동영상, 전자책이나 게임을 많이 즐기지 않는다면 충분히 넉넉한 용량이다. 그래도 모자라다면 마이크로SD 카드를 꽂아 저장공간을 64GB를 추가할 수 있다. S펜 기능을 이용할 경우 메모리가 많이 소모되는 것을 감안해 메모리는 3GB를 달았고 메모리가 부족한 앱이 강제종료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큰 화면 살린 부가기능...S펜과 찰떡궁합

큰 화면 특성을 살린 부가 기능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갤럭시노트의 전유물인 S펜이다. 펜을 본체에서 꺼내면 갤럭시노트3의 기능인 에어커맨드가 나타나며 화면 캡처 후 메모나 전화번호 인식 등 펜으로 할 수 있는 여러 작업을 쉽게 처리할 수 있다. 펜촉에 가해지는 압력은 최대 1024단계까지 인식하며 S펜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마모되는 것을 감안해 교체 가능한 펜촉을 기본 제공한다. 노트에 그어진 선이나 글자를 인식하는 속도도 빠르고 지연 현상도 적다.

재미있는 것은 함께 설치된 앱을 통해 이 제품의 특성이 잘 드러난다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에서 화상회의를 할 때 자주 쓰이는 시스코 웹엑스 접속 프로그램이 기본 설치되어 있다. PC를 원격으로 조작 가능한 리모트PC, 회의를 열 수 있는 이미팅 앱도 마찬가지다. 간단한 등록 과정을 거치면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태블릿을 통해 1년간 무료 구독할 수 있고 뉴욕타임즈도 90일동안 무료 체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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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문서를 편집하고 볼 수 있는 한컴오피스도 기본 제공된다. 한 마디로 사무실보다는 외부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고 대부분의 작업을 PC 없이 간단히 태블릿으로 처리하고 싶은 전문직 종사자를 위한 제품이다. 외부에서 충전 없이도 버틸 수 있도록 9500mAh가 넘는 높은 배터리 용량만 봐도 그렇다. 가격은 와이파이 버전 기준으로 88만원이다.

반면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왜 이 앱이 여기에 들어 있지?라는 생각이 드는 서비스도 있다. 현재 지상파나 케이블TV에서 방송되는 프로그램을 확인하고 갤럭시노트 프로를 리모컨 대신 쓸 수 있는 앱인 워치온이다. 보고 싶은 방송을 VOD 서비스로 확인하는 기능까지는 그렇다 쳐도, 750g 가까이 되는 태블릿을 들어 일일이 셋톱박스나 TV를 조작할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리모컨 기능은 굳이 넣지 않아도 좋을 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