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막아라" 국내 전자책 업계 대책마련 분주

전자책 전문가 9인 출판포럼서 현황과 전망 공유

일반입력 :2014/02/12 09:56    수정: 2014/02/12 10:11

남혜현 기자

아마존이 세계 최대 출판사가 되는 날도 머지 않았다고 봅니다. 아마존 셀프퍼블리싱(자가출판)을 통해 나온 도서만 10만 종에, 출판사도 계속해 인수하고 있어요. 미국 출판사들도 가만 있지 않습니다. 대형·중형 출판사들은 자체 판매망을 구축하고 있는데 이 규모가 아마존에 이어 2위에요. 아이북스와 코보보다 도서 판매량이 많은 거죠.

이중호 미래출판전략연구소장은 11일 오후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열린 '출판미래를 위한 오픈포럼'에 참석해 최근 미국 전자책 시장 현황을 이같이 설명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이 직접 콘텐츠를 공급하는 출판사로 변해가고, 유력 출판사들은 자체 판매망을 갖춰가는 변화 양상이 우리 전자책 시장에 시사점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마존 국내 진출설에 업계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국내외 전자책 시장을 돌아보고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출판저널과 팟캐스트 '이북늬우스'가 공동주최한 이날 행사에서는 오랜시간 전자책 산업에 기여해온 전문가들이 참석해 전자책 시장 시사점과 발전 방향을 논했다.

포럼은 이용준 대진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진행 하에 이중호 소장, 현정환 리디북스 콘텐츠사업팀장, 차은숙 블루마운틴 이사, 남지원 북큐브 이사, 최종수 문학동네 실장, 김성민 아이웰콘텐츠 대표, 박용수 북씨 대표, 김철범 아이이펍 대표, 이상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전자출판팀장 등이 발제자로 참석했다.

첫 발제는 이중호 소장이 맡아 해외 시장 현황을 짚었다. 벤처 '오이스터'와 문서 유통 플랫폼 '스크라이브드'가 주도하는 전자책 구독 서비스 모델에 특히 주목했다. 우리 돈으로 월 1만원 가량을 내면 도서를 무제한 빌려볼 수 있게 한 모델이다.

이 소장은 대여 모델이 전자책 시장 활성화에 유리해 보이지만 국내 출판사들은 아직 난색을 표하는데 정산에 대한 우려 때문인 것 같다며 오이스터와 스크라이브드는 독자가 10~40%만큼 책을 읽으면 저작권료를 출판사에 지불한다. 이들이 손해를 보지 않겠느냐는 물음에도 이런 사업을 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결국 통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해외 사례 소개 후에는 국내 전자책 시장을 둘러보는 시간이 이어졌다. B2C 시장과 B2B 시장을 각각 리디북스와 블루마운틴소프트가 간략히 추려 소개했다.

전자책 전문 서비스 리디북스에서는 현정환 콘텐츠사업팀장이 참석해 그간 전자책 서비스를 운영해 본 경험을 요약했다. 전자책 이용자들의 구매를 유도할 수 있는 개인화 서비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 팀장은 30대 중후반, 태블릿(주로 아이패드) 이용자들이 리디북스에서 전자책을 많이 구매한다라며 아마존이나 넷플릭스처럼 이용자들의 데이터, 이용 패턴 등을 분석해 그 성향에 맞춰 마케팅을 고도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차은숙 블루마운틴소프트 이사는 B2B 시장 현황을 설명했다. 차 이사에 따르면 국내 전자책 B2B 부문은 B2C와 달리 장르 이외의 문학, 경제경영, 자기계발, 인문사회, 어학 등 카테고리와 어린이, 전문서적 분야의 유통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차 이사는 B2C 활성화에 따라 과거에 비해 콘텐츠 수량 증가와 전자책화 기간이 단축되고 있다라며 문학과 자기개발 분야에서 B2B 전자책 대출이 많다라고 말했다.

어떤 책이 우리 시장에서 잘 팔리냐에 대한 의견도 출판사, 유통사들을 중심으로 내놨다. 유통업체 북큐브는 장르문학의 성장을 설명했다. <해를 품은 달>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등이 각각 80만부, 40만부 씩 판매되면서 그간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장르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장르문학의 경우에는 종이책의 전자책 출간율이 거의 100%에 달하는 등 가장 빠르게 디지털 출판으로 옮겨온 분야로 꼽힌다.

이 회사 남지원 이사는 장르 소설은 종이책 판매가 부진해지고 작가 관리에 집중하는 매니지먼트사가 등장하면서 작가가 직접 전자책을 콘트롤 하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라며 전자책의 경우 오락성 및 상업성이 강한 19금 콘텐츠의 판매율이 높아 로맨스 장르에서 19금 작품 활동을 하는 신인, 기성 작가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전자책전문 출판사 아이웰 김성민 대표는 2013년에 전자책이 왜 이리 안팔리나 했는데 결국 전년 대비 두 배 성장했다. 올해는 훨씬 더 늘릴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소규모 출판사에서) 저자 지명도가 낮아도 콘셉트가 좋으면 소비자들이 쉽게 마음을 여는 분야가 자기계발이라 봤고 그래서 기획, 편집에 주력해 자기계발서를 내놨는데 반응이 괜찮았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대형 출판사로 꼽히는 문학동네에서도 전자책을 만들어 판매한 경험을 공유했다. 최종수 문학동네 실장은 출판사들이 안 팔리는 책만 유통사에 준다는 말이 억울해 5년전에 베스트셀러만 전자책으로 만들어봤다. 매출은 출판사에서 놀랄 정도였다라며 그러나 문제는 전자책에서 베스트셀러만 잘 나간다는 것이며 이는 출판사 입장에서 딜레마일 수밖에 없다고 현실을 짚었다.

그는 이어 베스트셀러만 팔리는 시장에서 출판사들이 전자책 만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라며 오히려 출판사에 기대해야 할 것은 출판사 본연의 역할, 즉 좋은 책을 만들고 책을 잘 알리도록 전방위의 방법론을 구사하도로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자책 전문업체 북씨는 일인 작가들의 도서를 일반 독자들에 알리는 마케팅 방법을 공유했다. 박용수 북씨 대표는 신인 작가가 많다보니 다른 로맨스 출판사의 인지도가 높은 작가들의 작품에 비해 가격을 조금 낮추는 전략을 선택했다라며 제목은 작품에서 독자가 가장 처음 접하는 정보이니 만큼 짧은 시간에 눈에 들어오도록 3단어 이내로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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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랙티브 전자책을 만드는 아이이펍 김철범 대표는 앱북 기획 전략을 소개했다. 김 대표는 정보의 홍수로 인해 텍스트가 많지 않은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선호하거나 짧은 호흡의 콘텐츠를 선호하며 지인이나 인정 받은 콘텐츠를 큐레이션해 공급받기를 원한다라며 전자책에서 인터랙티브 요소는 단순히 콘텐츠에서만 화려하게 구현되는 방식보다는 근보적으로 정보와 독자들간 소통에서 시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마지막 발제자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이상현 전자출판팀장은 일반 독자들이 전자책에 대한 인식과 정보를 갖추도록 저변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팀장은 어린이 전자책 라이브러리를 구성하려다가 전자책을 생소해하는 어른들의 반대에 부딪혀 성공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라며 올해는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 전자책 체험 공간을 마련하고 TV 광고를 시도하는 등 전자책 독자층을 확보하는 사업에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