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서버·스토리지, 공공기관 납품 길 넓어진다

미래부, 공공기관 ICT 장비 입찰서 국산 차별 못하게 해

일반입력 :2014/02/13 15:31

공공부문에서 외산장비에 밀려 안 쓰이던 국산 서버, 스토리지 제품을 도입하게 만들기 위한 제도가 시행되고 그 제품을 공급할 국내 중소기업들의 대응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일단 국산 컴퓨팅 장비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 정책이 급물살을 탔다. 서버나 스토리지 등 국내 하드웨어 업체들에게 공공부문 조달시장에 참여할 기회를 늘리겠다는 의도다.

오는 14일 발효되는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이하 'ICT특별법')이 그 기본틀을 제공한다.

13일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는 ICT특별법 발효에 따라 앞으로 공공기관이 ICT장비를 구축할 때 국산장비를 차별하지 못하도록 장비구매계약 현황을 조사해 공표하고 ICT장비 구축 운영지침을 만들어 전 부처로 확대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업계도 정부에 보조를 맞추는 모습이다. 국내 하드웨어 업체들은 지난달 28일 한국컴퓨팅산업협회(이하 '협회')를 결성했다. 협회는 서버와 스토리지 제품을 중소기업청의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이하 경쟁제품)'으로 지정되도록 준비 중이다.

이 제도는 정부가 일정기간 특정 생산 품목을 지정해, 그 제품을 만드는 국내 중소기업들만 공공 조달 계약에 입찰 기회를 주는 식으로 운영된다. 서버와 스토리지 품목이 실제로 지정될 경우, 그 기간동안 외국계 장비 제조업체나 그 국내 유통사들은 공공시장에서 배제된다.

그간 공공부문 조달용 ICT장비를 납품해 온 국내 업체들은 활동폭이 좁았다. 민간 부문은 물론 공공 시장도 외국 IT회사들의 독무대였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제품 지정 제도가 서버나 스토리지 분야에 적용될 경우 시장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인 통계는 제시되지 않았지만 지난달 협회는 창립 당시 국내 컴퓨팅 장비 가운데 서버 부문 95%와 스토리지 부문 100% 시장을 외산 제품이 점유 중이라고 주장했다. 저성능, 저용량 국산제품은 일부 존재하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통합 솔루션이 거의 없고 사후 관리 역량이나 인지도가 떨어진단 이유로 국내 시장에서 외면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협회 사무국은 중소기업청에 경쟁제품 지정 신청을 위한 서류 준비로 분주하다. 협회 관계자는 아직 미래부가 (협회)법인 설립 인가를 내주지 않았고, 신청서에 반영할 사업자간 의견 조율이 덜 됐다면서도 마감일인 오는 14일까지는 접수가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국산 서버 및 스토리지를 경쟁제품으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 협회와 미래부가 공감대를 이룬 모습이다. 중소기업청이 지난해 지정을 마무리한 경쟁제품 목록을 1년만에 추가하겠다고 한 배경에도 국산 서버와 스토리지 장비 산업을 키우겠다는 미래부 의지가 작용했다.

미래부는 지난해부터 국정과제로 ICT장비산업 경쟁력 강화에 목소리를 높여왔다.

미래부 관계자는 국내 중소기업들이 외국계사업자들에 비해 가격 경쟁이나 마케팅 측면에서 생태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공공부문에서 이용해(수요를 만들어)줘야 하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나 협회 행보를 둘러싸고 실효성 논란도 있다.

우선 국내 업체들의 장비를 경쟁제품으로 지정함으로써 산업진흥과 중소기업 육성 등으로 제시된 정책 목표가 달성 가능한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 업체들이 제공하는 x86 서버들은 사용할 때 별도로 소프트웨어(SW) 설치와 최적화가 필요한 제품이다. 이를 도입하는 정부부처가 예상치 못하는 특정 솔루션과의 호환성 내지 안정성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

이에 대해 미래부 관계자는 현재 시점까지 x86 서버 제품들의 기술적인 호환성 문제는 없는 걸로 파악하고 있다며 향후 발생 가능한 SW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타 업체들과 협력해 연구개발을 공동 진행하도록 유도해 국산장비와 SW가 같이 공급되게 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들이 제공하는 제품을 국산 하드웨어로 볼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ICT장비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부품들은 수입산이고 단지 조립만 국내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x86 서버시스템 규격은 거의 표준화돼 있다. 조달 시장에 공급되는 외산장비 비중이 줄어들 경우 손실이 불가피한 유통부문 파트너들도 국내 중소기업에 해당한다는 점도 정책 목표와 상충하는 게 아닌지 의문이 따른다.

그런만큼, 조립 공정만 국내서 이뤄지는 물건을 국산제품으로 규정하고 이를 산업적으로 보호육성해야 한다는 정부 입장에 대해서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다만 국산제품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미래부가 아니라 중소기업청 소관이다. 이와 관련해 중소기업청은 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를 거쳐 기준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는 통상적인 절차에 해당한다.

중소기업중앙회 공공구매지원부 담당자는 직접생산(국산) 확인기준은 '중소기업판로지원법'에 근거해 현업 실정을 잘 아는 업체들의 의견을 구해 정한다며 신청 업체들이 제안한 기준을 놓고 찬반 입장이 다를 수 있는 현업과 관계 부처에서 타당성을 검토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미래부 관계자는 경쟁제품을 지정해달라고 신청하면 중소기업청에서 기술적인 심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며 필요하다면 (국산제품으로 판정하는 기준 등) 심사요건을 별도로 마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미래부는 국산장비 구매를 우선시하는 제도로 인해 일각에서 우려하는 WTO나 FTA같은 국제무역협정과 충돌을 야기할 소지는 없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무역협정 당사국마다 공공조달 분야에 보호하려는 산업영역을 두고 있듯, 타국 정부들이 자국 중소기업 보호 차원에서 시행 중인 정책과 다르지 않다며 그리고 예외조항을 통해 외국계 제품 사업자들의 공공부문 시장 진입도 가능한 만큼, 외산 제품 진입을 원천 봉쇄한다는 인식도 맞지 않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