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이동통신 나오면…약 될까 독 될까

경쟁 촉발 요금인하 기대 vs 알뜰폰 잠식 우려

일반입력 :2014/02/07 17:07    수정: 2014/02/09 20:11

정윤희 기자

“그래, 이번에는 제4이동통신 될 것 같아요?”

만나는 사람마다 반신반의하며 묻는다. 최근 통신업계에서는 대화를 나눌 때 빠지지 않는 이야기 중 하나가 제4이통이다.

사실 결정이야 정부가 하는 것이니만큼 뭐라 말할 수는 없겠지만, 과거보다는 다소 긍정적인 분위기가 읽힌다. 그동안 정부가 와이브로 고집에서 벗어나 시분할LTE(TDD)까지 허용한 것을 두고 ‘해볼 만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현재 제4이통에 도전장을 내민 곳은 제4통신컨소시엄(구 한국모바일인터넷, KMI)이다. 지난해 11월 미래창조과학부에 허가신청서를 제출, 최근 적격심사를 통과했다. 사업계획서 등 본심사 결과는 이달 말경에 나올 전망이다. 또 다른 도전자인 인터넷스페이스타임(IST)은 이달 중 신청 의사를 밝힌 상태다.

그동안 제4이통 사업권에 도전한 KMI는 벌써 4번, IST는 2번의 실패를 경험했다. 양측 모두 ‘재무적 능력’ 부분에서 번번이 발목을 잡혔다. 재도전에서 KMI가 가장 신경 쓴 부분도 이 부분이다.

이런 가운데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제4이통사 출범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디넷코리아가 누리꾼 500명을 대상으로 홈페이지에서 자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95%에 달하는 475명의 누리꾼이 ‘제4이통사가 꼭 필요하다’고 답했다. 반면 ‘필요하지 않다’고 답한 비율은 4%로 20명에 불과했다. (본지 2014.01.16. 제4이통, 새해 탄생할까…LTE-TDD 주목 하단 설문조사 참조)

그렇다면 제4이통사가 출범하게 되면 통신시장에는 약이 될까, 독이 될까.

■경쟁 촉발, 요금인하 기대…LTE-TDD 생태계 확산

일반적으로 새로운 사업자가 등장할 경우 경쟁이 활성화돼 요금이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수년째 5:3:2의 고착화된 점유율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통신판을 깨부술 것이란 기대다.

실제로 업계 안팎에서는 유사한 사례로 프랑스의 제4이통 프리모바일을 든다. 프리모바일은 지난 2012년 1월 출범, 저렴한 요금제를 무기로 출시 3개월 만에 가입자 점유율을 4%까지 끌어올렸다. 이에 프랑스 내 1위 사업자 오렌지가 통신요금을 20~30% 인하키도 했다.

유사한 예는 미국에도 있다. 새로 출범한 것은 아니지만 4위 사업자 T모바일의 공격적인 프로모션에 버라이즌, AT&T, 스프린트 등이 좀 더 저렴한 요금제와 서비스를 내놓으며 대응에 나섰다. 경쟁이 소비자 편익을 증진시킨 예다.

KMI는 허가신청을 받으면 1인당 가계통신비 부담을 평균 30% 낮춰 통신비 인하 경쟁을 촉발하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일체의 가입비를 폐지하고 데이터는 월 기본료 3만원에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음성통화와 데이터무제한의 결합 상품은 3만6천원이다.

음성통화의 경우 월 기본료 8천원에 초당 1.4원의 요율을 적용한다. 단말기는 구글 넥서스 수준의 40만원 이하 보급형 단말기를 공급할 예정이다. 음성통화 요금제의 경우 알뜰폰과 유사한 수준이나 저렴한 단말기와 월 3만원 데이터 무제한이 결합될 경우 상당한 파급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허가시 서비스 예상 시기는 내년 4월이다.

공종렬 KMI 대표는 “과도한 보조금, 마케팅 비용 등이 현재 이통사의 요금 인하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하고 “KMI는 출발서부터 이러한 부분을 과감히 없애고 여기서 절감되는 금액을 이용자의 몫으로 돌릴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LTE-TDD의 국내 도입이다. LTE-TDD는 중국, 미국, 일본, 인도, 호주 등 23개국 이상에서 도입한 상태다. 현재 국내 이통3사는 주파수분할 방식의 LTE-FDD를 서비스하고 있다. KMI가 제4이통 사업권을 따게 된다면 국내 최초의 LTE-TDD 사업자가 되는 셈이다. LTE-TDD는 하나의 주파수를 시간 단위로 나눠 송수신을 처리하기 때문에 데이터 트래픽 처리에 유리하다.

장비업계 등에서도 제4이통 출범 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이유다. 이미 KMI는 삼성전자, 에릭슨엘지, 화웨이, 노키아지멘스네트웍스(NSN), 알카텔루슨트 등과 LTE-TDD 장비 수급 제휴를 맺었다. 국내 50여 중소기술기업들과도 장비 조달과 관련해 협력키로 했다.

공 대표는 “단순히 서비스를 잘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전후방 협력사들과 상생을 하면서 건전한 LTE-TDD 생태계 구축에 혼신의 힘을 바칠 것”이라고 말했다.

■알뜰폰 위협 우려-포화된 시장 경쟁력은

반면 이동통신시장이 포화된 현 상황에서 자본금이 풍부하지 못할 경우 이통3사와의 경쟁에서 밀리며 사업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동안 미래부가 번번이 자본력을 이유로 “기간통신사업을 수행키에는 미흡하다”며 출범을 무산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사업자가 많을수록 요금인하 가능성이 크지만 신규사업자의 진입만으로는 요금경쟁 촉발이 보장될 수 없고 경쟁 활성화를 위한 제반 여건이 뒷받침 돼야한다”며 “막대한 초기 구축비용과 마케팅 경쟁을 감당할 수 있을 만한 신규사업자가 선정돼야만 성공적인 진입과 기존 사업자들과의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안팎에서 KMI의 주주구성에 관심이 높은 것도 그래서다. KMI의 참여 주주는 법인 및 개인사업자 234곳, 개인 380명 등 총 614명이다. 초기 설립 자본금 규모는 8천530억원으로 허가 이후 법인설립 즉시 현물출자 470억원을 납입받아 9천억원으로 증자할 계획이다.

현재 러시아 기업과 중국 유선통신사업자 차이나콤이 300억원 규모로 지분 참여한 상태다. 또 NH농협투자증권, KTB투자증권, 마이애셋자산운용 등과 해외자본을 포함한 포괄적 투자자본 유치에 관한 협약까지 체결했다.

공종렬 대표는 “자금조달 측면에서 KMI는 지배적 대주주 등이 없어 자본시장에서 훨씬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며 “현재도 투자와 관련해서 제안해주신 분들이 많고, 대표로서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서비스 제공 중 사업 중단 등은 걱정 안하셔도 된다”고 힘을 줬다.

관가 및 업계 일각에서는 제4이통이 탄생하면 겨우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알뜰폰(MVNO)의 존립기반을 흔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제4이통이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알뜰폰과 직접적인 경쟁을 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알뜰폰 업체 한 관계자는 “도매대가 측면에서는 알뜰폰에 긍정적일 수 있겠지만, 시장 마케팅에서는 엄청난 영향이 있을 것 같아 우려된다”며 “이 경우 알뜰폰 업계 입장에서는 MNO만 하나 더 생기는 꼴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알뜰폰만으로는 요금인하 경쟁 촉발, 소비자 선택권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통사의 망을 임대하다보니 기존 이통사 요금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다가 단순히 저가 요금제, 피처폰 위주로 포지셔닝 됐다는 얘기다. 즉, LTE 스마트폰과 LTE 요금제에서는 여전히 선택권이 제한돼있다는 설명이다. (본지 칼럼니스트 박종일씨의 2014.02.04. 제4 이동통신사가 필요한 이유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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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최근에는 중소 알뜰폰 사업자보다는 대기업 계열사 위주로 보조금 경쟁이 일어나며 “알뜰폰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공 대표는 “시야를 넓게 해서 알뜰폰도 좋은 목적에서 정부가 도입한 제도로 제4이통사 역시 시대의 필요성, 정책의 필요성에 따라 출범할 시점이 됐다”며 “시장에서 큰 혼란 없이 조화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