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로라 매각 따른 구글-삼성-레노버 셈법은?

안드로이드 장악위한 견제와 협력에 음모론도

일반입력 :2014/02/03 14:54    수정: 2014/02/03 15:00

이재구 기자

“구글은 더 강력한 안드로이드(그리고 삼성)생태계 통제권을 확보하기 위해 모토로라를 팔 수 밖에 없었다.”

폰아레나는 30일 구글이 125억달러에 인수한 모토로라를 29억1천만달러(3조원)에 레노버에 매각키로 한 결정에 대해 이런 분석을 내놓았다.

보도는 이 거래가 한편으론 쇼킹하지만 또 한편으론 그리 놀라운 것도 아니라며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구글의 구상과 음모론도 함께 소개했다. 삼성으로선 구글이 경쟁관계인 모토로라를 떼버리면서 안드로이드 협력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됐다.

구글은 레노버로 넘기는 모토로라 자산 가운데 모토로라첨단기술프로젝트(Motorola Advanced Technology Projects)그룹을 제외시켰다. 또 프로젝트 아라(Project Ara)와 보안문식이나 바이오센서같은 알짜 문샷 아이디어를 구글에 그대로 남겨 놓았다.

구글의 모토로라 매각이 헐값매각이 아닌 나름대로의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폰아레나는 모토로라 매각 배경을 둘러싼 구글, 삼성의 속셈과 레노버의 셈법, 그리고 음모론을 함께 소개한다.

■구글, 큰 그림 그리면서 모토로라 매각

이성적으로 따져 볼 때 모토로라를 레노버에 매각하는 거래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125억달러에 인수한 순간부터 나온 지배적 관측과 분석은 이 거래의 배경이 특허확보였다는 점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동안 구글을 아는 많은 사람들은 SW회사인 구글이 HW사업을 내려놓을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이런 추정은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직후 셋톱박스사업부를 애리스에 23억5천만달러에 매각하면서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구글은 모토로라 스마트폰사업부를 인수할 당시 가격을 다소 올린 것으로 보인다. 모토로라의 가치는 셋톱박스사업부 매각대금,스마트폰사업부 가치를 합친 52억6천만달러에 특허 라이선싱비까지 포함시킨 금액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모토로라 특허비용 산정가치가 72억4천만달러 이하였음을 말해 준다. 이는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해 필요한 1만7천건 이상의 특허 확보 비용치고는 나쁘지 않은 가격이다.

놀라운 것은 이후 모토로라가 스마트폰사업무를 내려놓지 않고 구글방식대로 돌아가게 했다는 점이다. 구글은 모토로라를 별도회사처럼 운영했지만 자신들의 입김 아래에서 제품을 만들게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모토로라 자체 SW는 원본에 가까운(near-stock) 안드로이드SW로 대체되면서 사라졌다.

모토로라의 스마트폰용 커스텀SW는 약간의 향상만 있었을 뿐 안드로이드를 위해 사라졌고 구글플레이를 통한 훨씬 더 빠른 시스텝 업데이트를 통해 앱으로 덧붙여졌다.

모토로라는 항상 구글이 원하는 방식대로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모토로라는 모든 방식을 다 동원하면서도 지속적으로 구글에 재정적 손실을 입혀왔다. 구글은 지난 2011년 모토로라 인수 이후 거의 20억달러(2조2천억원)의 손실을 봤다.

지속적으로 꽤 괜찮은 수익을 내는 기업은 삼성과 애플뿐이다. 최근 모토X의 가격인하와 낮은 마진을 감안할 때 모토로라가 이익을 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사실 구글은 모토로라가 상승세를 보인다 하더라도 이를 유지해야 할 이유가 없다.

구글에겐 모토로라가 이익을 낸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하지만 신흥시장 정복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어쨌든 모토G의 품질은 저가폰 가운데에서도 향상된 제품이다.

하지만 구글은 이를 유지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래리 페이지는 자신의 블로그 포스트에서 “구글이 모토로라를 판 것은 스마트폰시장에서 성공시킬 유일한 길은 올인(전력투구)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하드웨어에 올인하는 것은 구글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모토로라가 전력투구(올인)하기까지의 길은 멀고도 험해 보이는 상황이었다.

■레노버, 모토로라와 결합후 가공할 파괴력 예고

모토로라는 미국시장에 초점을 맞췄고 최근에는 유럽과 남미까지 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아시아에서 성공한 레노버와 결합하게 될 때 엄청난 시너지효과와 함께 파워를 보여주게 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근거다.

특히 레노버가 모토로라로 하여금 지금까지 했던 나름대로의 방식을 유지하도록 놔 둘 경우 그렇게 될 가능성은 커 보인다.게다가 씨넷에 따르면 이번 거래에 따라 구글의 특허 가운데 약 2천개가 레노버에게 양도될 예정이다.

레노버가 모토로라 인수후 만만치 않은 파과력을 가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읽게 해주는 대목이다.

구글은 그동안 모든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모토로라를 계속해서 후원할 것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하지만 구글이 모토로라를 너무 자신의 방식대로 끌고 가려 하면서 허니문은 깨졌다. 모토X는 많은 고객들의 반응을 이끌어 내지 못했고 이에 다른 안드로이드폰 경쟁사들도 그리 걱정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모토G가 나왔다. 이는 경쟁사들의 심기를 건드린 제품인 것 같다. 그중 가장 중요한 상대는 삼성이다.

개도국시장은 삼성의 스마트폰사업부에게도 거대한 성장을 가져다 줄 미래 시장이기 때문이다.

음모론

최근 1년간 구글과 삼성 간에는 긴장된 관계가 조성되고 있었다. 삼성이 엄청난 파괴력으로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제어해 온 동시에 자체 콘텐츠 스토어 및 모바일 OS 타이젠을 만들며 구글을 배제시켜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주 구글과 삼성은 두회사의 특허를 크로스라이선싱키로 했으며 이 협력관계를 지속, 확대해 나간다고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이 새로운 태블릿에 자사의 안드로이드를 숨기는 매거진UX를 만들려다 없앴고, 자체 스토어를 만드는 대신 구글플레이콘텐츠를 적극 미는데 동의했을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오고 있다.

특허 크로스라이선싱 보도가 나왔을 때 이와관련해 구글측과 어떤 합의가 있었는지에 대한 내용이 없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삼성이 아무 대가없이 자체스토어에서 구글플레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데 동의했을 가능성은 거의없다.

구글이 구글 플레이스토어 라이선스비용을 안받기로 동의했거나 삼성의 협력을 얻어내기 위해 더 작은 규모의 특허거래를 받아들였을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다. 구글이 삼성에게 차기 넥서스단말기에 대한 통제권을 주기로 합의했을 수도 있다.

구글이 삼성과의 협약에서 자사의 안드로이드SW 가치를 낮추는 데 동의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아마도 삼성은 딱한가지, 즉 구글에게 완전히 스마트폰 HW사업에서 나올 것을 요구했을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구글이 레노버와 (아무 배경도 없이)그처럼 빨리 계약을 성사시킬 수는 없었을 것이란 점이다.

아마도 이전부터 구글은 아주 심각하게는 아니더라도 여러 회사와 모토로라 매각에 대한 사전협상을 해왔을 것이다. 삼성은 아마도 모토로라 매각의 낌새를 눈치채고 올 초 구글과 시작했던 협상의 고삐를 바짝 조였을 것이다.

삼성과 구글은 모토로라를 레노버로 매각함으로써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었다.

즉 구글은 훨씬 더 안드로이드 친화적인 삼성을 얻게 됐고, 삼성은 구글이 스마트폰사업에서 손떼게 만들었다.

■구글, 기존의 당근방식으로 안드로이드 지배

현재로선 수많은 가정 방식을 사용한 구글-레노버-삼성 관련 시나리오들 가운데 어떤 것도 정확하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삼성과 구글사이의 특허 크로스라이선싱 소식은 두회사 관계에 있어 상전벽해라 할 만한 엄청난 변화가 있음을 말해 준다. 또 추가 딜이 진행되면 그 이상의 더 자세한 내용이 뒤따를 것이다.

삼성과 구글은 여전히 새로운 특허 파트너십을 통해 협력은 물론, 서로 상대편에게 무엇을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얘기하는 것 같다.

구글은 모토로라 매각에 따라 삼성과 어떤 대화를 하든지 간에 직접적 경쟁상태를 피할 수 있게 됐다. 구글은 그 만큼 자신이 원하는 것, 그리고 안드로이드생태계가 원하는 것에 대해 흥정할 수 있는 훨씬 더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이는 모토로라매각이 구글에게 필요한 조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생각을 삼성 이외 스마트폰업체에게로도 확대시켜 볼 수 있다.

구글은 모토로라를 거느리는 한 어떤 스마트폰 HW업체와의 협력관계도 매끄럽지 못하리라는 점을 알게 된 것 같다. 분명 구글에게 모토로라는 강력한 팔을 제공하겠지만 구글은 항상 채찍보다는 당근을 사용해 이끌어온 회사였다.

그리고 이제 하드웨어업체들은 삼성의 타이젠에서 보듯 새로운 모바일 플랫폼들을 들고 나오면서 안드로이드OS를 버리겠다고 위협할 수도 있다.

구글은 MS가 아니다. 그리고 안드로이드는 윈도폰이 아니다. 윈도폰은 거의 노키아의 힘을 빌어 성공했다. 안드로이드는 구글이 직접 나서지 않고도 전세계에 있는 작은 하드웨어업체들이 이 OS단말기를 만들어 주면서 힘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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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구글에겐 모토로라를 끌고 가면서 막대한 손실을 입는 것보다 이를 버리고 안드로이드HW 파트너와의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유리한 셈법이다.

결국 사람들이 구글 모토로라를 얼마나 사랑하는지와 별개로 구글은 모토로라와 헤어져야만 하는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