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스택 생태계, 레노버 변수 관심집중

일반입력 :2014/02/02 10:33

레노버가 IBM x86서버 사업 인수로 '오픈스택' 진영에서 존재감을 키울수 있을지가 관전포인트로 떠올랐다.

이제까지 오픈스택 진영에서 주요 서버 하드웨어 파트너로 거명된 곳은 x86시장을 주도하는 HP와 델 뿐이었다. 이런 가운데 오픈스택 지지자인 레노버가 IBM x86서버 사업을 인수한 것이다.

오픈스택은 여러 사업자가 참여해 클라우드 서비스형인프라(IaaS) 소프트웨어를 만들어가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다. 초기에는 커뮤니티판 리눅스 센트OS가 주로 쓰이다 최근에는 우분투를 만드는 캐노니컬과 레드햇엔터프라이즈리눅스(RHEL)를 만드는 레드햇 등 리눅스업체가 중심에 섰다. 이를 기반으로 최근 서비스형플랫폼(PaaS) 시장으로도 확장을 꾀하는 분위기다.

레노버는 지난해 6월 레드햇 서밋에서 레드햇 '오픈스택 클라우드 인프라 파트너네트워크'에 합류했다. 레드햇 오픈스택 기반 소프트웨어 제품에 맞춰 서버, 네트워크, 스토리지 등 하드웨어 협력사 기술을 제공하기 위한 자원을 지원해 주는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이 골자다. 해당 업체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오픈스택을 구축할 때다른 장비보다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당시 레노버는 레드햇과의 협력으로 기업들이 더 비용 효율적인 프라이빗클라우드 환경을 실현하고 유연하며 개방적인 플랫폼을 도입케 만들겠다고 예고했다. 이는 레노버의 '씽크서버'에 레드햇표 오픈스택 솔루션을 얹어 클라우드 시장 기회를 키우겠다는 의지로 비쳤다.

존 조열 레노버 NA제품마케팅 수석 매니저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성공적인 클라우드 인프라에서 필수 속성 2가지는 쉽게 관리될 수 있는 환경과 유연함을 갖춰야 한다는 점이라며 클라우드에 알맞게 준비한다는 기술 철학은 고객들이 자동화되고 규모가변적인 인프라를 쉽게 구축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강조했다.

씽크서버는 지난 2008년 10월 IBM x86 서버시스템 '시스템x' 기술을 적용해 처음 공개됐다. 타깃 시장은 중견중소기업(SMB) 시장이었다. 레드햇처럼 분산컴퓨팅과 가상화 인프라를 전제한 오픈스택 기술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업체와의 협력은 확장성있는 시스템을 필요로하는 엔터프라이즈 환경으로 갈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7월 중순에는 레노버가 또 다른 오픈스택 진영 참여업체인 익스트림네트웍스와 글로벌 리셀러 얼라이언스 계약을 맺었다. 당시 익스트림네트웍스는 오픈스택은 기업들의 클라우드 도입과 레노버 서버 제품을 보완해줄 도구라고 강조했다.

레노버는 IBM x86 사업을 인수해 향후 x86서버 시장 3위로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오픈스택 기반 클라우드 생태계에서 주도권 싸움이 심화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향후 오픈스택 진영에서 델, HP, IBM같은 주요 x86 서버 제조업체의 영향력은 그들이 취하는 접근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간 델은 오픈스택 기술을 직접 손보는 대신 그런 노하우를 갖춘 여러 소프트웨어 파트너를 확보하는 데 공을 들였다. HP는 오픈스택을 서버제품에 직접 설치할 경우 관리 효율성에 초점을 맞춰 최적화한 '클라우드OS'를 개발해 공급하는데 주력했다.

소프트웨어 분야에 노하우가 많았고 이전부터 프로젝트에 참여해 온 IBM은 직접 오픈스택을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쪽에 투자 중이다.

다만 오픈스택 진영에서 IBM의 움직임이 활발하다는 것만으로 레노버가 갖는 존재감이 저절로 커진다고 단정할 순 없다. 레노버가 IBM x86서버 사업과 조직, 그 파트너 체계를 넘겨받는 것과 별개로 IBM이 소프트웨어 역량을 갖고 레노버를 밀어줘야 가능한 일이다.

레드햇에겐 레노버보다 우선순위가 높은 클라우드 하드웨어 파트너가 따로 있는 듯하다. 지난해 12월 레드햇은 RHEL 기반 오픈스택 플랫폼을 적용한 프라이빗클라우드 구축 솔루션의 첫 OEM파트너로 델을 영입했다. x86시장에서 델의 위상을 HP와 IBM보다 높게 친 결과일 수 있다.

레노버가 IBM이나 레드햇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수 없다면 델처럼 자사 하드웨어에 돌아갈만한 다른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과 협력을 차분히 갖춰나가든지 HP처럼 가능성이 있는 분야에서 자체 소프트웨어 연구개발 활동에 투자해야 하는데, 당장은 쉽지 않아 보인다.

오픈스택 한국커뮤니티의 한 관계자는 레노버가 소프트웨어 파트너들과 협력하면서 오픈스택 기술에 투자할 방향을 고려중일 수는 있다면서도 델과 HP같은 경우 자체 하드웨어 인프라에 기반한 (소프트웨어) 솔루션 R&D 투자와 담당조직을 갖춘 반면 레노버의 R&D인력은 대부분 제품디자인 쪽에 치우친 것으로 안다고 언급했다.

레노버가 우선 기대할 부분은 IBM이 x86 서버 사업을 넘겨준 이후의 행보다. IBM은 그간 다소 외면했던 오픈스택 관련 활동을 x86서버 사업 매각 시기에 맞춰 활성화했다.

이를테면 약 2년전 레드햇이 오픈스택 프로젝트와의 연계에 초점을 맞춰 스토리지 기술업체 글러스터를 사들이고 페도라 배포판에 최신 업데이트를 통합하는 동안, IBM은 제품과의 접점을 딱히 내세우지 않는 등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당초 IBM이 레드햇과 함께 일찍부터 오픈스택 진영에 이름을 건 주요 업체중 하나로 알려졌지만, 지난해 초까지도 움직임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그러나 IBM은 지난해 3월부터 자사의 모든 클라우드 관련 제품을 오픈스택과 연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선언했고, 7월에는 퍼블릭클라우드 서비스업체 소프트레이어를 20억달러에 인수했다. 12월에 2012년 인수한 업체 '플랫폼컴퓨팅' 기술을 기반으로 오픈스택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스케줄러'를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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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이 갑자기 오픈스택 프로젝트 기술개발 등의 움직임을 활발히 하는 배경은 어쩌면 수익성이 떨어지는 x86 서버 하드웨어 사업은 파트너에게 맡기고 프라이빗,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을 소프트웨어 기술과 서비스 노하우로 접수해 부진했던 실적을 끌어올리려는 복안일 수 있다.

이 경우 양사가 서로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분야 협력을 추진할 수는 있지만 공생 관계를 다져갈지는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