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SW 세계화, 일본이 가장 확률높은 승부수"

오치영 지란지교소프트 대표 인터뷰

일반입력 :2014/01/27 17:28    수정: 2014/01/28 12:05

황치규 기자

해는 바뀌었지만 한국SW의 세계화에 대한 염원은 달라진게 없다. 해는 계속 바뀌어도 염원이 계속된다는건 한국SW의 세계화가 그만큼 어려웠고 솔직히 말해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예고한다.

그래도 이쪽저쪽에서 한국SW의 세계화를 시도때도 없이 외치는건 이길말고 다른 길이 없어서다. 지디넷코리아도 계속 한국SW의 세계화를 외칠 것이다.

물론 무턱대고 세계로 가야 한다고 외치지는 않을 것이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세계 무대에 도전했거나 하고있는 이들의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다. 현장 경험없이, 책상에서 나오는 지당하고 거룩한 얘기들과는 거리를 둘 것이다.

이번에 한국SW의 세계화에 대해 생각과 경험을 공유해줄 이는 오치영 지란지교소프트 대표다. 오 대표는 해외, 특히 일본 SW사업 경력만 벌써 10년째다. 공중전은 몰라도 산전에 수전까지는 겪은 케이스로 지금은 구체적인 성과를 뽑아내는 단계로 진입했다.

올해 일본 매출 목표만 우리돈으로 100억원이다. 전체 매출의 20% 수준이다. 주력 품목은 스팸메일 차단 솔루션에서부터 클라우드 스토리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오 대표는 지난해부터 1년에 반은 해외 법인에 나가 산다. 별일 없으면 매주 화수목에 그는 한국이 아니라 일본에 있다.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일본 사업 경력 10년차인 오치영 대표가 한국SW의 세계화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그래도 일본이 가장 확률높은 승부수'라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중국이나 미국보단 일본이 한국SW업체들에게 유망하다는 것이다.

미국은 그렇다 치고, 차라리 중국쪽이 우리나라 기업들이 파고들기에 만만하지(?) 않을까? 오 대표의 대답은 그대로다. '그래도 일본이 가장 확률높은 승부수'다.

일본에서 SW비즈니스 하는 것, 한국보다 3배 이상 어렵습니다. 그러나 시장은 5배 이상 커요. 그럼 해볼만한거 아닌가요? 미국은 일본보다 시장이 5배 또 크지만 진입장벽도 3배나 높거든요. 미국에 바로가는 것보다는 일본에 먼저 관심을 갖는것이 현실적이라고 봐요.

얼핏 미국 메이저리그에 바로 가는 것보다는 일본 프로야구를 먼저 거치 는게 낫다는 것과 비슷한 의미로도 들린다. 한국보다 만만치 않은건 사실이지만 미국보다는 상대적으로 진입이 쉽다는 얘기다.

일본은 장점이 많습니다. 우선 지리적으로 가깝잖아요. 문화적으로 비슷한 점들도 많고요. 그러나 만만하게 보면 큰코 다칩니다 일본 고객들은 꼼꼼해요. 도가 지나칠 만큼 품질에 까다롭습니다. 여기에 맞춰주려면 참을성이 많이 필요해요.

지란지교소프트는 지난 2005년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 적응은 결코 쉽지 않았다. 속된말로 처음 3년간 일본은 독먹는 하마였다. 매출은 제로였고 써야할 돈은 계속 늘었다.

회사 입장에서 3년간 한푼도 못벌고 까먹고만 있는 비즈니스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참다참다 못한 본사에서 3년이 가기전에 철수 명령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많은 SW회사들이 돈을 벌지 못하고 까먹기만 하는걸 견디지 못해 일본 사업을 접거나 대폭 축소했다. 오 대표가 중요하게 언급한 '참을성'은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행동으로 옮기기는 정말로 어려운 것이었다.

3년 지나니까, 조금씩 매출이 나오더라고요. 그때부터 매년 2배씩 늘었습니다. 해볼만 하다 싶어 2012년에 일본에 공식으로 지사를 세웠어요. 지난해 중반부터는 매주 일본에 가고 있습니다.

오 대표가 직접 뛰는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의사 결정 속도를 빨리 가져가고, 해외 고객들과의 관계도 강화하려면 대표가 현장 직접 가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는 것이다.

일본은 대표나 의사 결정권자가 있는 임원이 자주 가는 것이 좋습니다. 자주 가서 고객이나 파트너들 만나고 스킨십 많이 해야 합니다. 한국에서 사업해도 의사 결정이 복잡한데, 일본 지사 직원들한테 맡겨만 두면 의사 결정이 쉽지 않습니다. 사장이 직접 뛰는게 제일 좋다고 봐요.

일각에선 해외에 법인 세우고 파트너 만들고 하는 일반적인 비즈니스 방법론으로는 SW 세계화가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있다. 제대로 하려면 특단의 카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해도해도 잘되니까, 이런 얘기까지 나오는 것이지 싶다.

특단의 카드에 해당되는 사례는 NTT도코모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알서포트, 미국 회사를 인수해 미국 시장에 진출한 투비소프트 등이 해당된다. 이들 회사와 비교했을때 지란지교소프트의 해외 사업은 일반적인 방법론에 속한다. 오 대표는 일반적인 해외 SW방법론에도 '디테일'에 따른 차이는 있다는 입장이다.

지란지교는 정공법입니다. 특단의 카드를 쓴다고는 할 수 없죠. 그래도 경험에서 얻는 노하우는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우선 일본에서 SW 비즈니스 할 때는 자기가 직접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직접 뛰는 것보다는 현지 업체가 잘 뛸수 있게 해주는 것이 현실적이에요.

일본에서 이름있는 회사를 파트너로 잡는 것도 추천하고 싶지 않아요. 일본에서 힘있는 회사와 일하는 작은 업체를 파트너로 잡아야 합니다. 큰 회사와 손잡으면 일이 바로 풀릴 것 같지만의미있는 관계를 맺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요. 큰 회사랑 일하는 작은 회사를 잡고 잘해줘야 합니다. 밀어주고, 신뢰해주고 많이 양보하는 것이 좋아요. 그러면서 작은 회사를 통해 일본에 있는 큰 회사와 일할 수 있는 거리를 만들어 나가는 거죠. 작은 회사를 파트너로 잡는게 중요한데, 많은 국내 업체들이 큰 회사를 찾아갑니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오래 걸릴 수 밖에 없죠.

일본에 있는 작지만 강한 파트너들과의 협력이 쌓이고 쌓여 지란지교소프트는 이제 나름 의미있는 파트너 네트워크를 확보했다. OEM 방식으로 솔루션을 제공하는 파트너, 단순한 유통 파트너, 일본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시장을 개척하는 회사들과 협력중이다.

투자도 여전하다. 지금까지는 일본에서 벌어들인 돈은 모두 일본 사업에 쏟아붓는다. 사람도 늘리고 여력이 되는대로 연구개발도 강화하는 단계다. 현재 지란지교소프트 일본 법인 직원수는 10여명. 한국에서 일본 시장을 겨냥해 제품을 개발하는 직원이 15명 있으니 적지 않은 인원이 일본 사업에 투입된 셈이다.

일본에서 일단,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지금 오치영 대표가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비즈니스 플랜을 체계화하는 것이다. 채널 다양화, 일본 시장에 최적화된 제품 개발이 우선 목표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성과물이 나올 것이라고 한다.

일본이 가장 확률높은 승부수라고 해서 지란지교소프트가 일본 시장에 '올인'한 것은 아니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이다. 올해를 기점으로 동남아 시장 공략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는게 오 대표의 구상이다.

이쯤되면 미국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오 대표가 미국에 관심을 가진건 거의 15년전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보여줄만한 거리는 없다. 미국에서 두번의 큰 실패도 경험한 오 대표다.

그렇다면 미국은 지금 지란지교소프트에게 난공불락의 시장인가? 때가 좀더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가? 오 대표는 '예'나 '아니오'와는 다른 답을 내놓는다.

한국이 미국 옆에 있다면 달랐을 거에요. 지리적으로 먼게 미국 시장에 진입하기 힘든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니다. 지리적으로 멀다보니 문화적인 차이가 너무 커요. 캐나다 근처에 한국이 있었다면 지금보다는 미국 시장 공략 잘했을 겁니다. 이스라엘은 선배 기업들이라도 있지만 있지만 우리는 그런 케이스가 없잖아요.

20년 사업 경력의 오 대표도 깔끔하게 인정할건 인정하는걸 보니, 미국 SW시장은 진입 장벽이 꽤나 높은 것 같다. 그렇다면 당분간 깨끗하게 포기? 그건 아니다. 미국에서 SW사업 하고 싶은 오 대표의 생각은 15년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게 없다. 그럼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미국에서 성공하고 싶다는 마음은 변한게 없습니다. 그러나 현실도 인정해야죠. 올해부터 미국을 바라보는 시각을 좀 바꿨습니다. 지금까지 미국을 공략해야할 시장으로 바라봤다면 앞으로 당분간은 글로벌 비즈니스를 활성화히기 위한 도구로 활용할까 해요. 일본이나 싱가포르 비즈니스를 잘하기 위해 미국이라는 카드를 쓰는 겁니다.

예를 들면 신제품 발표회를 미국에서 열고, 아시아 고객이나 파트너들을 초청한다면 아시아에서 할때 보단 의미있게 다가오지 않을까요? 2월말 미국에서 열릴 RSA 보안 컨퍼런스에 참가하는데, 여기에 일본과 싱가포르에 있는 파트너들도 부른 것도 이 때문입니다. 미국은 SW종주국입니다. 배울점이 많아요. 뚫기 힘들다고 담을 쌓고 지내기 보다는 미국을 활용하는 현실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오 대표의 얘기를 들어보면 지란지교소프트는 당분간 일본 시장 공략에 주력하면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중심으로하는 동남아 시장에 대한 공략을 강화하는 전략을 펼 것 같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한 마케팅 전진 기지 성격으로 활용될 것이다. 미국 시장 공략은 아시아에서 자리잡고 난 다음의 일이다. 오 대표의 해외 사업론에 대해 다른 업체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적극적인 피드백 부탁드린다.

관련기사

한편 오 대표는 최근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 다녀왔다. 한동안 식상해서 안갔다고 하는 행사인데, 올해는 관심이 생겨 가게 됐단다. 그가 말한 올해 CES 키워드는 사물인터넷(IoT)이었다. CES 다녀와서 모바이 이후는 IoT시대임을 확신하게 됐다.

내부적으로 IoT 관련한 실험적인 프로젝트들도 시작했다. IoT 기사를 준비중인 기자는 몇번에 걸쳐 뭐냐고 물었는데, 오 대표는 아직 오픈할 단계는 아니라며 말을 아꼈다. IoT는 이미 SW와 보안 업체들에도 전략적 요충지로 급부상했다. 보안 업체의 신규 사업 차원에서 지란지교소프트가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