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86 서버 시장 뒤흔드는 레노버의 야심

엔터프라이즈 시장서 신뢰 확보가 관건

일반입력 :2014/01/24 08:12    수정: 2014/02/19 08:57

레노버가 IBM으로부터 x86 서버 사업을 넘겨 받으면서 기업 시장에서 고객들의 눈높이를 맞춰줄수 있을지 주목된다. 2005년 IBM이 레노버에게 PC 사업을 팔았을 때처럼 서로에게 이득이 될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이번 계약으로 IBM이 레노버에 넘길 x86 부문은 시스템x, 블레이드센터와 플렉스시스템 블레이드 서버 및 스위치, x86기반 플렉스 통합시스템, 넥스트스케일과 아이데이터플렉스 서버 및 관련 소프트웨어, 블레이드 네트워크 장비와 메인터넌스 서비스가 포함돼 있다.

기존 시스템z 메인프레임, 파워시스템 유닉스, 스토리지시스템, 파워칩 기반 플렉스 서버, 퓨어애플리케이션 미들웨어 어플라이언스와 퓨어데이터 데이터베이스(DB)어플라이언스 사업은 유지된다.

IBM은 일단 레노버에 x86사업을 넘기면서 급한 불부터 끈 모양새다. IBM은 최근까지 하드웨어 사업 부진을 극복하지 못했다. 특히 마진이 적은 x86서버 사업에서 수익성 강화에 고전해왔다. HP와 델 등 타사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적도 없다. 따라서 이를 처분하고 메인프레임, 유닉스 기술과 제품 이익을 유지하는 동시에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에서 매출 강화에 나서는게 이득이라 본 듯하다.

다만 IBM은 x86 플랫폼용 윈도와 리눅스 소프트웨어 포트폴리오를 계속 개발하고 진화시킬 계획이라 밝혔다.

IBM과 레노버는 IBM의 저가형, 중고급형 스토와이즈 디스크스토리지 시스템, 테이프스토리지 시스템, 제너럴 패러렐 파일시스템 소프트웨어, 스마트클라우드 엔트리 제품, 기타 시스템디렉터와 플랫폼컴퓨팅 솔루션을 포함한 IBM 시스템소프트웨어 포트폴리오 구성요소 판매에 대한 글로벌 OEM 및 리셀러 계약을 아우르는 전략 관계를 가져갈 계획이다.

레노버는 계약 체결에 따라 x86 서버 사업과 관련된 서비스 및 메인터넌스 운영 조직도 넘겨받을 예정이다. 이에따라 미국 롤리, 중국 샹하이와 셴젠, 타이완 타이페이 등 주요 지역에 소재한 IBM 지사에서 일하던 직원 7천500명가량이 레노버에서 일하게 된다.

IBM은 공식적으로 연장되는 기간만큼 레노버를 대신해 IBM이 메인터넌스 제공을 지속할 것이므로 고객들은 그 메인터넌스 지원에 대해 거의 달라지는 점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레노버는 x86서버 자체의 시장성을 IBM과는 달리 보고 있다. IBM의 해당 사업 부문과 조직, 세계 제품 공급망과 파트너십을 이어받음으로써 큰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이는 성장 정체를 맞은 PC 시장 상황을 감안해 개인용에서 기업용 단말기 시장으로 전선을 넓혀간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양위안칭 레노버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인수는 우리의 'PC플러스' 전략을 확대하고 이익 신장에 촉매가 될 수 있는 사업에 대해 투자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며 세계 PC산업에서 그랬듯이 x86 산업에 대한 혁신과 분명한 헌신으로 우리는 이 분야에서 장기간 성공적인 사업을 키워갈 것이라 자신한다고 말했다.

그럴듯한 구상이지만, 각자의 생각대로 잘 될 것인지는 별개다. 레노버가 IBM에게서 사들인 PC 사업처럼 x86 서버 제품을 통해 시장 지분을 다질 수 있을지, 더불어 고객과 파트너들에 대한 인식이 변질되지 않고 여전히 생태계에 남을 지 관건이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의 컨설팅업체 설립자 댄 쿠즈네츠키는 미국 지디넷에 기고한 글을 통해 남은 의문이 크게 3가지라고 지적했다.

IBM 시스템 구매자들이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의 경력이 짧은 레노버를 그들의 비즈니스 핵심 애플리케이션용 시스템 공급사로 믿어 줄지, 레노버가 엔터프라이즈 수준으로 그 고객사들의 높은 기대치에 맞춰 안정된 지원을 약속할지, 미래의 시스템이 그간 IBM에서 보여준만큼 프로세서, 메모리, 스토리지, 네트워킹, 가상화 분야에 걸친 광범위한 전문기술과 동일한 수준에서 설계될지 여부다.

시장 흐름은 레노버에게 희망적이다. 이제 기업들은 점점 기존처럼 비즈니스 핵심 업무에서 신뢰성, 관리용이성, 보안성을 갖추고 더 높은 성능을 낸다든지 가상화 컴퓨팅 환경에서 돌아가는 수십년 된 기술을 특징으로 내걸기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해법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추세다. 하지만 이는 델과 HP같은 경쟁사에게도 마찬가지다.

쿠즈네츠키는 예상하기로는 당장 HP나 델 그리고 나머지 x86 기반 시스템 공급 업체들이 향후 IBM 시스템x 구매를 꺼려 할 고객들을 대상으로 'IBM을 버리고 우리에게 오라'는 캠페인을 벌일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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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 계약 소식은 당장 IBM이 지난 16일 미국 본사에서 그리고 지난 20일 국내서 소개한 'X6아키텍처' 기반 시스템의 실적에도 영향을 받게 됐다. 이는 앞서 회사가 x86 서버 사업을 팔지 않을 셈이거나, 매각하더라도 고급형 제품 개발과 투자를 지속할 것이란 관측을 낳았지만 결과는 달랐다.

당시 IBM은 시스템x3850 X6, 시스템x3950 X6, 시스템x880, 시스템x3650 M4 BD스토리지서버 등 x86서버 신제품을 출시하며 빅데이터, 가상화, 전사적자원관리(ERP)같은 업무에 맞춰 x86 서버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 X6아키텍처를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이 4종의 시스템을 구매하려는 조직에서는 향후 레노버가 책임지게 될 제품의 확장성이나 기술지원의 유연성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