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국 게임 오명 ‘애니팡2’

기자수첩입력 :2014/01/17 11:02    수정: 2014/01/17 14:10

‘애니팡2’ 표절 논란이 정초부터 게임업계의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해도 너무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게임계 내부 곳곳에서 지금도 계속 들려오고 있다.

일단 뜨고 보자는 한국 게임업계의 부끄러운 단편을 애니팡2가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선데이토즈(대표 이정웅)는 지난 14일 카카오 게임에 국민게임 ‘애니팡’의 후속작 애니팡2를 출시했다. 사전 예약자만 무려 70만 명. 많은 관심과 기대 가운데 애니팡2의 실체가 드러난 것.

하지만 애니팡2는 출시되자마자 영국 개발사 킹닷컴의 ‘캔디크러쉬사가’ 표절 논란과 의혹에 휩싸였다.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비판의 글이 우후죽순 쏟아졌다. 기업가 정신과 개발자 양심에 문제가 있다는 원색적인 비난도 거셌다. 킹닷컴 공식 입장을 묻고자 영문으로 메일을 영국 본사에 보내는 기자도 여럿 있었다. 한국 게임 역사에 수치스런 일이다.

기자는 이번 애니팡2 표절 논란을 지켜보면서 국내 온라인 게임 부흥기 때 중국을 손가락질 하던 시기가 떠올랐다. ‘짝퉁 뮤’, ‘짝퉁 오디션’ 등 중국 표절 게임에 분개하던 시절이 스쳐 지나갔다. 이제 그 화살이 우리를 겨누고 있었다.

또 애니팡2 표절 논란을 보며 입법 발의된 ‘게임중독법’도 생각났다. 게임이 4대 중독에 포함될 수 없다는 논거 중 하나로 개발자들의 예술가적인 창작 정신을 내세우지 않았던가. 게임을 마약, 알코올, 도박과 구분 짓기 위해 게임인들이 분개하던 게 바로 엊그제다.

나아가 “게임은 문화다”, “게임은 예술이다”를 외치던 게임 개발자들과 관련 학과 교수들의 외침도 공허한 메아리로 귓가에 맴돌았다. 이래도 과연 게임은 예술이 될 수 있을까, 다시 고민해볼 일이다.

이윤을 추구하고 주주의 가치를 극대화해야 하는 상장 기업으로서 선데이토즈는 창작이란 ‘고난의 길’이 두려웠던 것처럼 비춰진다. 창의력 넘치는 게임도 일단 더 안정된 수익 기반을 다지고 난 이후부터라는 눈앞의 현실에 타협했던 것처럼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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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웅 선데이토즈 대표는 중소게임사들을 지원하고 게임인들에게 긍지와 자부심을 불어넣고자 설립된 ‘게임인재단’의 이사로 등록돼 있다. 게임인들에게 롤모델과 멘토가 돼야할 그가 게임인들에게 비판 받는 건 분명 모순이다. 게임인재단에 출품된 차별성과 창의력을 앞세운 스타트업 기업 게임들을 만약 그가 심사한다면 어떻게 보고 평가할지 뻔하지 않은가.

선데이토즈와 소속 개발자들에게 묻고 싶다. 게임은 예술인가. 한국 게임의 글로벌 진출, 이대로 지속 가능한가. 한류의 주역이 게임인가. 애니팡2에 동물 캐릭터 대신 캔디를 넣으면 무슨 게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