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32억弗 쏜 온도조절기…대체 뭐지?

비싸도 북미에선 큰 인기…국내 환경에선 부적합

일반입력 :2014/01/17 07:53    수정: 2014/01/17 11:24

봉성창

겨울철 보일러 작동은 여간 신경쓰이는 일이 아니다. 온도를 무작정 높이면 난방비가 많이 나오고, 낮추면 너무 춥다. 난방과 온수를 선택하게 돼 있는 옛날 보일러는 더욱 그렇다. 그나마 요즘 보일러들은 온도를 맞춰 놓으면 알아서 실내 온도를 유지하는 똑똑한 기능을 갖췄지만, 이 역시 썩 정확하지 않아서 보일러가 지나치게 가동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여하간 겨울철 보일러 온도 조절은 샤워 꼭지로 적당한 물 온도를 찾아내는 것 만큼이나 미묘하고 복잡하다.

이러한 점에 착안해 지난 2011년 네스트랩스라는 회사가 자동 보일러 온도 조절 장치 ‘네스트 러닝 써모스탯(학습형 온도조절기)’를 세상에 내놨다. 네스트는 토니 파델 CEO를 비롯한 애플 출신 직원들이 만든 회사라는 점에서 처음부터 높은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불과 3년 만에 구글에 3조 4천억원이라는 거액에 인수됐다. 매출액에 거의 10배에 달하는 대박을 쳤다.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에서는 정식으로 판매되지도, 제대로 사용하기도 어려운 네스트 써모스탯이라는 제품에 전 세계 IT 종사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과연 네스트 써모스탯이 어떤 제품인지 살펴봤다.

네스트 써모스탯은 한마디로 집집마다 있는 일종의 보일러 온도 조절장치다. 그 조절장치에 스마트 개념을 더했다. 우리나라는 보일러를 켜면 온도가 올라가고 끄면 내려가는 난방 중심의 온도 조절이 일반적이지만, 미국에서는 난방과 냉방이 한꺼번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네스트 써모스탯은 난방과 냉방을 적절히 조절해 사람이 거주하기에 최적의 온도를 찾아준다. 뿐만 아니라 사람이 미처 신경을 쓰지 않아도 알아서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를 도와준다.

우선 네스트 써모스탯은 와이파이를 지원한다. 와이파이의 용도는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스마트폰을 통해 외부에서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날씨 정보를 받아와 이를 온도 조절에 적용시키기 위함이다. 마지막은 마치 스마트폰OS 처럼 내장된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 하는데 쓰인다.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기존의 보일러 온도조절 장치를 떼고 네스트 써모스탯을 장착한다. 제품 가격은 249달러이며, 미국 현지에서는 자가 설치가 어려운 사람에게 100달러 가량의 비용을 받고 설치를 대신 해주기도 한다. 만약 집이 크고 방마다 온도 조절장치가 별도로 있는 경우 그 숫자만큼 제품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격이 결코 저렴한 편은 아니다. 일단 제품이 설치가 되면 언어나 자신이 위치한 지역 등 간단한 정보를 입력하고 집안의 무선 공유기를 통해 와이파이 연결이 되도록 설정해야 한다. 컬러 액정 정보 표시창을 비롯한 전반적인 디자인이 일단 기존 보일러 조절 장치보다 훨씬 뛰어나 심미적인 만족감을 준다. 한국어는 아직 지원하지 않는다.

‘네스트 써모스탯’이 대단한 이유는 패턴을 스스로 학습하는데 있다. 학습 기간은 일주일이다. 일주일간 사용자가 시시각각 원하는 온도를 설정하면 그 패턴을 학습해나간다. 그 후에는 그 패턴에 맞게 알아서 작동하는 형태다. 여기에 동작인식 센서로 움직임이 없으면 외출한 것으로 판단하고 온도를 알아서 낮춘다. 또한 아침 기상 시간이나 혹은 집에 귀가하는 시간 등을 설정해 두면 거기에 맞춰 다시 온도를 높이는 기능도 갖췄다.

보일러나 에어컨 마다 목표 온도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다르다. 게다가 집안에 복사열이 얼마나 들어오는지, 습도는 얼마인지, 외부 날씨는 어떤지도 다 제각각이다. 네스트 써모스탯은 이러한 모든 정보를 감안해 최대한 효율적인 지시를 내린다. 이 역시 처음보다 학습이 진행될 수록 더욱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자동 조절을 통해 절약한 에너지는 녹색 나뭇잎으로 표시되며 iOS 및 안드로이드OS가 설치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및 노트북, 태블릿 등에 차곡차곡 쌓여 얼마나 많은 비용을 절약했는지 한 눈에 보여준다. 이쯤되면 와이파이를 통해 원격으로 온도를 조절할 필요가 거의 없어진다. 말 그대로 살아 숨쉬는 실내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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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스트 써모스탯은 2세대 제품이 출시되면서 제품 크기가 20% 줄었을 뿐 아니라 더욱 똑똑해졌다. 가족들의 움직임을 정확히 파악할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좀 더 효율적인 온도 조절을 한다. 또한 1세대 제품은 알래스카나 플로리다와 같이 지나치게 춥거나 더운 지역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2세대 부터는 이러한 약점도 극복했다는 평가다. 네스트 써모스탯은 우리가 귀찮지만 그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삶의 일부분을 바꿔 놓았다는 점에서 스마트폰이 가져다 준 혁신과 비견될 만 하다. 구글이 거액을 투자한 것도 바로 이 지점으로 보인다.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사물 인터넷 혹은 만물 인터넷 세상의 단초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 서려있다.

‘네스트 써모스탯’은 아직 우리나라 주거 환경에는 적합하지 않다. 바닥을 데우는 온돌 형태의 보일러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각종 규격도 맞지 않아 해외에서 사와도 곧바로 쓰기 어렵다. 다시 말해 국내 벤처기업에게도 기회가 열려있는 셈이다. 네스트와 유사하면서 좀 더 국내 실정에 맞는 자동 온도조절 장치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