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인치 LED 벤더블TV 삼성의 고육지책?

LG보다 크고 많이 휘었지만…OLED 기술 한계 노출

일반입력 :2014/01/15 18:08    수정: 2014/01/17 11:25

정현정 기자

삼성전자가 올해 CES에서 선보인 85인치 벤더블TV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대한 삼성의 고민이 녹아있는 제품으로 해석된다. 크기와 곡률(휘어지는 정도)에서는 경쟁사인 LG전자 제품을 능가했지만 정작 차세대 OLED 기술에 대한 한계를 스스로 노출한 셈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TV 시장 라이벌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4에서 가변형 TV로 맞붙었다. 휘어진 채로 고정된 커브드 TV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사용자가 리모컨으로 시청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제품으로 전 세계 관람객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양사 모두 가변형 TV를 내세우기는 했지만 이를 구현하는 기반 기술과 작동 원리는 사뭇 달라 눈길을 끌었다. 이중 삼성전자가 선보인 85인치 가변형 TV는 발광다이오드(LED) 방식으로 이뤄졌다.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에 LED 백라이트를 덧붙인 형태다.

지금까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구현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OLED는 스스로 빛을 내는 특성으로 별도의 백라이트가 필요하지 않지만 LCD에는 별도의 LED 백라이트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LCD 패널이 OLED 보다 휘기 힘든 까닭이다.

이에 대해 성일경 삼성전자 VD사업부 상무는 “LCD 패널은 뒷면에 부착하는 백라이트유닛 때문에 가변형으로 구현하기 어렵지만 삼성전자는 기술력으로 이를 실현했다”며 자사의 가변형 TV가 기술적으로 더 우수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굳이 LCD로 가변형 TV를 구현한데 대해 OLED 기술 한계를 노출할 것이 아니냐는 의문섞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삼성전자의 벤더블 TV 제품은 LG전자 제품 보다 뛰어난 특성을 보인다. 우선 삼성전자의 벤더블 TV는 85인치로 LG전자의 OLED 기반 77인치 가변형 TV 대비 크기가 크다. 휘어지는 정도를 뜻하는 곡률 역시 삼성 제품이 우수하다. 삼성전자 벤더블 TV의 최대 곡률은 4200R 수준이다. 반지름이 4.2m인 원이 휘어진 정도를 생각하면 된다. LG전자의 77인치 가변형 OLED TV는 최대 곡률이 4600R이다.

삼성, LG전자의 벤더블, 가변형 TV는 완전 평면부터 각각 최대 4200R, 4600R 휘어짐 정도까지 화면곡률을 사용자가 원하는 만큼 휘어진 정도를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삼성전자가 벤더블 TV의 화면 크기를 85인치로 택한 것 역시 LG전자와 정면 승부를 위한 고육지책이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전자에 패널을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8세대 원판을 55인치 크기로 6분할한 후 미세마스크를 이용해 RGB 소자를 각각의 픽셀에 수평으로 증착시키는 스몰마스크스캐닝(SMS) 증착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때문에 현재 방식으로는 TV 크기를 55인치 이상으로 키우기 힘들다. 지금까지 삼성전자가 선보인 OLED TV는 55인치가 최대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2분할 오픈마스크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최대 80인치까지 크기를 키우는 것이 가능하다. 실제로 LG디스플레이는 이미 55인치와 65인치, 77인치까지 다양한 OLED 제품을 내놨다.

관련기사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LG전자 OLED TV의 최개 크기인 77인치 제품보다 큰 크기의 제품을 내놓기 위해 85인치 UHD LED에 벤더블 TV 기술을 적용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CES에서 삼성전자는 55인치 OLED 벤더블 TV를 함께 선보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CES에서 LG전자는 다양한 OLED 제품을 선보이면서 차세대 대형 OLED 사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준 반면 삼성전자는 UHD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면서 “다양한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흐름이 된 상황에서 55인치 이상 OLED 패널이 부재한 삼성으로서는 85인치 LED 벤더블 TV를 포인트 제품으로 제시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