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佛의 '네오 러다이트'가 IT에 주는 교훈

기술 진보 과실 독점할 때 파괴적 소동 불러와

일반입력 :2014/01/15 18:15    수정: 2014/01/15 18:21

세상은 다 같이 살아야 한다. 독점은 생태계를 파괴한다. 당연히 사회 구성원의 분노로 이어진다. 진보가 조심해야 할 것은 혁신하면서도 생태계까지 고려해야 하는 점이다.

사회 분야에서 가장 진보적인 IT 영역도 마찬가지다. 주변을 소외시켜서는 안 된다.

최근 미국과 프랑스에서 발생한 유력 IT 기업들에 대한 지역민의 분노와 그에 따른 폭력 사태는 특정 기업만의 개별적인 진보가 불러온 '네오 러다이트'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주지하듯 러다이트(Luddite)는 18세기 산업혁명 때 영국에서 벌어진 기계 파괴 운동이다. 진보의 대열에 동참하지 못 한 자들의 극단적 행동이다. 급변하는 정보통신 시대에도 이와 같은 일은 얼마든지 벌어진다.

결과적으로 네오 러다이트는 정보통신 시대에 독점이 불러온 역사의 반동이라 할 수 있다.

가장 좋은 사례는 실리콘밸리의 대표 IT 업체인 구글에 대한 지역민의 폭력행사다.

지난해 12월 20일 실리콘밸리 사무실에서 오클랜드로 향하는 구글 통근버스 2대가 주민으로 구성된 시위대에 가로막혔다. 시위대는 극단적으로 화가 나 있었다. 구글 때문에 생존의 위협에 내몰렸다고 본 것이다. 이들은 구글 직원들이 탄 통근버스의 창문을 깨고 타이어를 파손시켰다.

시위대의 주장은 구글이 샌프란시코 지역의 산업 환경을 바쁘고 기술 진보의 혜택을 누림에 따라 지역민들이 어려움에 처했다는 것이다. 기존 생활 기반이었던 서비스업의 수입을 고갈시켰다는 주장이다. 특히 특정 지역에 중상위 계층을 밀집시켜 주거지 월세와 매매가를 치솟게 했다.

이들은 오랜 토박이들이 '강제 퇴거'로 내몰렸다는 주장을 담은 선전물을 나눠줬다.

현지 주민들이 구글버스에 공공연히 반감을 드러낸 시점은 지난해 5월이다. 당시 이들은 구글 통근버스를 본따 만든 피냐타((Piñata, 스페인축제서 공중에 매달고 방망이로 두드리는 사탕꾸러미)를 때리면서 '주택 고급화(Gentrification) 반대'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이후 12월 9일 샌프란시스코, 같은달 20일 오클랜드서 사무실로 향하는 진짜 구글버스를 막아섰다. 그날 샌프란시스코의 애플 통근버스도 시위대에 가로막혔다.

앞서 지난해 2월 미국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현지 거주 중인 미국 작가 레베카 솔니트의 말을 인용해 구글, 애플, 페이스북같은 IT 대기업이 임직원들에게 지원하는 통근버스가 해당 지역 주택 고급화, 집단 (강제) 퇴거, 주거비 상승에 대한 책임이 얼마간 있다며 샌프란시스코 근교 여러 지역의 주택 임대료가 1년새 10~135%까지 상승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구글은 이후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지역 분열의 상징이 되고 만 통근버스를 대체할 '통근요트'를 운영하기로 했다. 연초 회사는 지역 사설업체와 손잡고 자사 직원들을 최대 149명이 탑승 가능한 고속 페리선으로 아침저녁 2번씩 하루 4번에 걸쳐 요트를 운영하는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시민들의 IT 업체에 대한 차량 '습격'은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13일 프랑스 파리에서는 주문형 배차 서비스 '우버'의 리무진 차량이 택시 기사들의 공격을 받았다. 우버도 실리콘밸리에 기반을 둔 회사로, 2010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첫 서비스를 시작한 벤처다.

파리 택시 운전사 수백명은 이날 파리 교외 샤를 드골 공항 근처에 모여 시위를 벌였다. 자신들이 택시 면허를 따기 위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반면 우버, 르캡, 스냅카, 알로캡 등 '유사 택시서비스'는 일반 운전면허로 서비스차량 운행이 가능한 상황에서 '불공정 경쟁'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택시업계가 이를 문제삼자 유사 택시가 승객을 태우기 전 최소 대기시간 15분을 부과하는 규칙을 제정했지만 기사들은 이를 최소 30분으로 늘리라고 요구 중이다. 기사들은 현장에서 우버 차량의 유리창을 부수고 타이어를 터뜨렸다. 그 과정에 한 우버 승객은 경상을 입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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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구글은 이미 오래전부터 '합법적인' 조세회피로 주정부나 나라에서 거둬들여 복지정책에 쓰일 수 있는 돈을 자사 금고에 쌓아올린 이기적인 모습으로 지탄받기도 했다.

이들 사례는 대형 IT 기업의 경우 주주와 임직원 그리고 소비자 외에 지역민에 대한 사회적 배려를 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게 기업의 영속성을 위한 조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