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 상속 분쟁 항소심 다음달 6일 선고

이맹희씨 측 에버랜드 대상 소송은 취하키로

삼성그룹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이 남긴 차명재산을 놓고 장남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과 삼남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간 벌어진 상속분쟁의 항소심 선고가 내달 6일 이뤄진다.

이맹희씨는 항소심 마지막 공판에서 에버랜드에 대한 소송을 취하하는 등 청구 취지를 축소하면서 이건희 회장 측에 재차 조정을 제안했다.

하지만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차명주식에 대한 소송은 유지하기로 해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은 만큼 항소심 역시 판결로 결론이 날 전망이다.

14일 서울고등법원 민사14부(윤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삼성가 상속분쟁 항소심 결심 공판 최후 변론에서 양측은 기존의 주장을 반복하면서 공방을 이어갔다.

원고 측은 이병철 선대회장이 남긴 차명주식이 분배할 상속재산이라는 것을 증명하는데, 피고 측은 차명주식 단독 상속의 정당성을 피력하는데 주력했다.

이날 이맹희씨 측은 에버랜드와 관련된 부분에 소를 전격 취하했다. 이번 소송으로 인한 경영권을 노린다는 오해를 없애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차명주식에 대한 대한 청구는 유지했다.

이로써 원고측 항소심 청구금액은 총 9천400억원으로 확정됐다.

이맹희씨는 고 이병철 회장이 남긴 4조원대 차명재산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이맹희씨 측은 1심 패소 후 청구금액을 4조에서 96억원으로 대폭 줄인 바 있다.이와 함께 이날 변론 말미에서 이맹희씨는 대리인을 통해 전한 장문의 편지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편지에서 아버지가 아무런 유언을 남기지 않고 가족들로 구성된 승지회라는 모임을 만들어준 것은 가족간의 우애와 건설적인 견제를 통해 화목하게 공생하며 살라는 의도였다고 생각한다면서 얼마 전 건희의 절대 화해 불가라는 메시지를 받고 진정한 화해라는 것은 꿈이라는 것을 알게 됐지만 그럼에도 지금 제가 가야 하는 길은 건희와 화해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건희와 만나 손잡고 마음으로 응어리를 풀자는 것으로 10분 아니 5분만에 끝날 수도 있는 일이라면서 이제 해원상생의 마음으로 묵은 감정을 모두 털어내고 서로 화합하며 아버지 생전의 우애 깊었던 가족으로 돌아가는 것이 마지막 의무이고 바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피고 측은 9천400억원을 청구해놓고 화해 제의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이건희 회장에 대한 세간의 인식을 나쁘게 하려는 언론플레이에 불과하다며 진정성을 의심했다. 또 결국 법적 조정을 원하면서도 인간적인 화해를 말하는 것처럼 여론전을 펼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 그러나 조정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끝내 선고가 이뤄지게 돼 유감이라면서 판결 전이라도 양측에서 원한다면 따로 기일을 마련해 양측 모두에 득이 되는 방향으로 화해가 성사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