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ERP 유지보수 재계약률 90%의 비밀

SW업계, 그래도 희망은 서비스다-2

일반입력 :2014/01/10 06:56    수정: 2014/01/10 10:25

어려운 상황에서도 국내 소프트웨어(SW) 업체들의 서비스 부문 경쟁력은 취약하다는 고정관념을 깨주는 회사들이 속속 등장했다.

전사적자원관리(ERP) 업체 영림원소프트랩도 그중 하나다. 라이선스 판매 가격의 15%를 매년 유지보수료로 받는다. 20%가 넘는 외국 업체들엔 못미치지만 10%도 못받는 회사들이 수두룩한 국내 업체들과 비교하면 두드러지는 성적표다.

영림원은 평소에는 라이선스의 15%를 유지보수료로 받지만 고객요청에 따른 추가개발 시에는 18%를 적용한다. 유지보수 계약이 만료된 후 재계약을 맺는 고객도 90%에 이른다. 이쯤되면 서비스 부문 경쟁력 강화가 필요한 국내 SW업계에 참고가 될만한 자격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영림원이 추구하는 SW서비스 전략의 핵심은 뭘까? 영림원 고객 서비스팀 방영일 팀장은 “서비스 품질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이 줄어 들어야 업체도 제값을 요구할 만한 협상의 여지가 생긴다“며 국내 업체들의 자구 노력을 강조했다. 고객중심·고객만족에 투자하는 것이 곧 국내SW 업체들이 서비스로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말이다.

지당하고 당연한 말씀같다. 그러나 이렇게 지당하고도 당연한 얘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이 국내 SW업계가 처한 냉정한 현실이다.

방영일 팀장에 따르면 프로젝트 구축이 끝난 후 서비스를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 회사가 아직도 많다. 기술지원 조직을 별도로 두고 있는 곳도 드물다. 개발과 영업에만 초점을 맞춘 회사가 여전히 많다는 얘기다. 이러다보니 여기저기서 문제가 터진다. 방영일 팀장은 “프로젝트에 투입된 개발 인력이 그대로 서비스 지원까지 하는 경우 당장 터진 문제를 해결하는데만 급급해 고객들이 무엇을 더 필요로 하는지 파악하려는 노력은 부족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영림원은 체계적인 서비스 조직을 갖추는데 공을 들였다. 고객들과 접점에서 기술지원을 담당하는 고객서비스팀에만 47명의 인원을 배치했다. 신기술 및 고객 인프라 맞춤 기술 지원을 위해 10여 명의 인력으로 꾸린 별도의 팀도 있다. 모두 합치면 고객 지원을 담당하는 직원이 전체의 20%가 넘는다.

방 팀장은 “계약하고 만들어 납품하는 것으로 프로젝트가 끝난 것이 아니라 이 때부터 시작이라고 봐야한다며 영림원이 기술지원 인력 확보에 힘쓰고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영림원 고객서비스팀은 고객들이 ERP를 비즈니스에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도 하지만 기능 개선 지원도 한다. ERP특성상 세법이나 정책이 변경되면 기능적으로 추가 지원이 필요한데 고객의 요청을 가장 먼저 듣고 이를 반영시킨다.

방 팀장은 “고객들과 자주 만나 애로사항을 듣고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없는지 고민하는 노력 때문에 높은 재계약율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고객과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객 서비스팀를 통해 영림원이 얻는 매출 이득도 크다. 순수 유지보수 계약을 통해 발생하는 매출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이보다 더 큰 효과는 제품과 서비스에 만족한 고객사가 법인을 새롭게 만들 때 역시 영림원 제품을 선택하고 주변에도 소개해 신규 고객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서비스에 만족한 기존 고객을 통해 새로운 고객을 얻고 또 유지보수 계약을 맺는 선순환의 중심에 고객서비스팀이 있다”고 방 팀장은 전했다.

영림원은 고객서비스팀의 역할을 제품 품질 관리까지 확장시켰다. 고객서비스팀은 프로젝트가 완료된 후 이관받기 전에 프로젝트가 개발 및 구축 가이드라인에 맞게 완성됐는지 검수하는 역할을 한다. 부적합 판단을 받으면 품질을 향상해 다시 검수받도록 하고 있다.

방 팀장은 “프로젝트 일정 맞추기에 급급해 하기보다 프로젝트와 서비스가 이어지는 연관관계를 유지하며 품질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수인계 기간이 한달 정도 인데 사실 6개월 이상 진행되는 프로젝트를 다 이해하기에 이 기간도 부족하다고 느낀다”고 덧붙였다.

영림원은 고객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시도를 준비하고 있다. 산업별로 특화된 전문 서비스 인력을 키우는 것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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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팀장은 “지금 서비스팀은 생산, 영업, 인사 등 업무를 기준으로 담당자가 나눠져 있는데 여기에 전기,전자, 제약, 화학, IT, 서비스 등 분야별로 한번 더 세분화할 계획”이라며 “예컨대 제약산업 인사업무 담당 서비스에 특화된 직원이 생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서비스를 산업별로 특화 시켜 지원하면 그 산업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더 잘 도출하고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국내SW회사들이 라이선스 판매에서 서비스로 매출 비중을 이동시키려면 유지보수요율을 높이는데 초점을 두기보다 고객이 서비스에 만족하고 필요성을 느낄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며 “고객들과 이런 공감대가 먼저 형성되면 서비스로 제값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