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하다…CES서 눈길끈 韓 중기들

3D 프린터·최첨단 리모콘 등 해외 바이어 사로잡아

일반입력 :2014/01/09 07:32    수정: 2014/01/09 10:02

송주영 기자

<라스베이거스(미국)=송주영>청각장애인 엄마의 아기 돌보기 고민을 덜어준 착한 제품부터 최신 3D 프린터와 지문인식 최첨단 리모콘까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가전쇼 CES2014에는 삼성, LG전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중견, 중소기업도 전 세계를 대상으로 신기술을 과시했다.

모뉴엘부터 블랙베리 터치로 유명한 크루셜텍, 3D 프린팅 제품을 들고 나와 주목받은 30년 전통의 광학기기 전문회사 캐리마까지 다양한 업체가 앞선 기술을 선보였다. 매출규모는 대기업 수준은 아니지만 기술력으로는 결코 작지 않은 기업들이 CES에서 해외 IT업계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착한기업 모뉴엘 청각장애 엄마용 ‘베블’

중견 가전 기업의 대표 주자인 모뉴엘은 지난해 장애인용 소리 감지기를 출시한 데 이어 올해도 ‘착한 제품’을 내놨다.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청각 장애 엄마들이 진동으로 아기의 울음소리를 느끼며 교감할 수 있는 제품이다. 아기 옆에 가까이 있어야 하는 제품답게 친환경 실리콘 재질에 아기 정서를 고려한 조명까지 신경 쓴 흔적이 묻어났다. 베블은 아기의 울음소리 패턴을 인식해 내는 기기와 엄마의 팔목에 부착해 아기 상태를 알려주는 손목시계형 웨어러블 제품으로 구성됐다.

소리가 들리는 비장애 엄마들은 통상 아기의 울음소리를 통해 상태를 짐작하는 반면 소리를 듣고 교감할 수 없는 청각장애인 엄마를 위한 제품이다.

비장애 엄마들에게는 일상적인 상황이 청각장애 엄마들에게는 어려움이다. 통상 엄마들은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고 배가 고픈지, 기저귀가 불편한지, 졸린 것인지 등을 판단해 적절한 대응을 한다. 반면 청각 장애 엄마들은 하루 종일 아이를 바라보며 상태를 확인할 수도 없다. 듣지 못해 대응하기 어려우니 아이에 대해 미안한 마음만 더 커진다.

베블은 청각장애 엄마 대신 아이 곁에 놓인 오뚜기 모양의 실리콘 기기로 교감한다. 아이의 울음소리를 진동 형태로 감지해 엄마 팔목의 손목시계형 기기, 스마트폰을 통해 아이의 상태를 알려준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축적된 DBMS 분석을 통해 기기는 “아이가 배고파요”, 기저귀가 젖었어요”, “화가 났어요.” 라고 문자로 알린다. 엄마는 이를 눈으로 확인하고 적절한 대응을 하면 된다.

아이 옆에 놓이는 기기는 오뚜기 모양에 실리콘 재질이다. 빨기도 하고 만지기도 할 수 있는 아이를 고려한 친환경 소재다. 오뚜기 모양은 아이가 넘어져도 다치지 않으면서 한 자리에 고정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채택했다.

아이의 정서를 안정시킬 수 있는 LED 조명 기능도 탑재했다. 베블은 엄마 대신 아기 옆에서 아기를 지켜주는 제품이다. 베블은 아이의 울음소리만으로는 구분이 가지 않는 비장애 엄마들에게도 필요한 기기다.

모뉴엘은 이 제품을 원가 이하로 팔 계획이다. 출시 시기는 올해 안으로 구체적인 날짜는 미정이다. 원덕연 모뉴엘 부사장은 “돈 벌려고 만든 제품이 아니다”라며 “소득 수준이 낮은 청각 장애우들도 구매할 수 있는 수준에서 가격을 책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뉴엘은 베블 외에도 올해 CES에서 작가들과의 콜레보레이션을 통해 만든 올인원PC, 로봇스팀 청소기, 물걸레 로봇청소기 등을 전시했다. 전시 규모는 한국업체로는 삼성, LG전자 다음으로 크다.

■크루셜텍, 스마트TV용 리모컨 소니도 관심

터치모듈업체 크루셜텍은 올해 중국업체 TV업체 하이얼과 손을 잡고 공동으로 스마트TV용 터치패드 형태의 초박형 광학키(OTP)를 적용한 OSD 콘트롤러 탑재 리모콘을 선보였다.

조작이 많이 필요한 스마트TV용 제품인만큼 사람의 손길을 인식해 좀 더 편리하게 스마트TV를 조작할 수 있도록 한 리모콘이다. TV만큼 리모콘도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제품이다.

기존 스마트TV용 리모콘은 구슬 형태의 볼을 움직이거나 동작인식으로 TV를 조작하도록 했다. 각각의 제품이 장단점이 있지만 터치패드를 활용하면 손가락의 근육 움직임은 줄이면서 기능을 섬세하게 활용할 수 있다.

아직까지도 TV는 거실 쇼파에 누워 느긋하게 본다는 인식이 강한데 손가락의 미세한 움직임이라도 운동량이 많아지면 사용자들이 불편해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크루셜텍은 동작인식, 터치패드 기능을 탑재해 스마트TV에서의 복잡한 게임도 가능하도록 했다. 가령 사람, 총을 동시에 제어해야 하는 3D 게임을 스마트TV로 즐긴다면 사람의 방향은 동작감지 기능으로, 총의 방향은 터치패드로 각각 별도로 제어할 수 있다. 크루셜텍의 리모콘은 하이얼 UHD TV 제품군과 함께 공급된다.

크루셜텍은 향후 리모콘에 지문인식 기능도 넣을 계획이다. 개인마다 갖고 있는 고유의 지문을 인식해 인증이 필요한 스마트TV 결제기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여기에 개인화 채널까지 구현해 리모콘을 잡은 손의 주인에 따라 원하는 채널만을 모아 제공하게 된다.

최근 수백개로 채널이 늘어나 하루종일 채널만 돌리며 보고 싶은 콘텐츠를 찾아야 하는 불편함을 없앴다. 현재 스마트TV의 인증 기능은 인증번호 등이 활용된다. 개인화 채널을 위해 번호를 기억하고 입력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크루셜텍의 리모콘에는 스마트TV 제조업체, 케이블 업체 등이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김태곤 크루셜텍 세트그룹 부장은 “이번 CES에서 일본, 중국, 미국업체 등과의 회의가 예약됐다”며 “소니, 파나소닉, 도시바, 컴캐스트 등과 만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3D프린팅, 한국에는 캐리마가 있다

3D 프린팅 분야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온 작은 기업 캐리마가 눈에 띈다. 캐리마는 지난 1983년 창립 이래 사진현상기, 광학엔진 제품 등을 거쳐 지난 2009년부터 3D 프린팅 사업을 시작했다.

캐리마는 평면 형태로 적층하는 3D 프린팅 기술을 올해 CES 시장에서 선보였다. 캐리마 3D 프린팅은 시간당 2.8cm의 3D 프린팅을 제작할 수 있다. 치아 모형의 경우는 3~4시간이면 제작해 구현할 수 있다.

통상 3D 프린팅은 선 단위로 제품을 굳힌다. 가는 선 하나하나가 모여 면이 되고 입체가 되기 때문에 작은 모형 하나를 만드는 데도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캐리마의 3D 프린터는 면 단위로 쌓아간다. 아래쪽에 시트를 두고 그 위에 재료를 굳히는 방식을 적용해 차별화했다.

캐리마의 기술은 우리나라보다는 외국에서 더 인정받는다. 매출의 절반 이상이 해외에서 나온다. 최근에는 외국 치과기공소도 제품을 공급했다. 이 업체는 임플란트 등 개인에게 맞는 치아 보정물을 제작하는 데 3D 프린팅을 이용한다.

3D 프린터를 주로 사용하는 업종은 치과기공소를 비롯해 연구소, 캐릭터 디자인센터 등이다. 이병극 캐리마 대표는 “앞으로 3D 프린터의 활용 영역은 더욱 넓어질 것”이라며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라면 시제품 제작에 3D 프린터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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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마의 3D 프린터 가격은 유통업체 공급 기준으로 대당 2만달러 정도다. 보급형으로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가격경쟁력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크기를 줄인 신제품도 개발했다. 기존 1m 높이의 3D 프린터를 절반인 50cm로 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