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헬스케어, 춤출 시간이 왔다

시장-정책-기술 트렌드 3박자 맞아 떨어져

전문가 칼럼입력 :2014/01/07 17:29

박종일
박종일

박근혜 대통령이 1월 6일 취임 후 첫 신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준비해 온 원고를 읽었다’며 불통이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 ‘경제’라는 단어를 51번 언급했다며 경제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의견 모두 이번 칼럼에서 논할 사항은 아니다. 

이번 칼럼은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사 중 IT 업계가 주목해야 할 내용을 담고 그 생각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데 목적이 있다.

박대통령이 지목한 5대 유망 서비스 산업은 보건의료, 교육, 관광, 금융, 소프트웨어이다. 이 중 필자가 주목하는 분야는 보건의료 분야다. 이는 고령화라는 사회적 트렌드와 현 정부의 정책 방향 그리고 IT 산업의 기술적 발전과 합치되는 부분이다. 즉 사회적인 변화와 정부 정책, 기술의 진화가 맞물리며 커다란 성장 가능성이 전망된다는 의미이다.

■고령화는 이제부터가 시작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 인구 비중은 2013년 14.3%로 본격적인 고령화 시대로 진입했다. 향후 노인 인구 비중은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2022년에는 20.6%를 거쳐 2060년에는 무려 전체 인구의 절반 수준인 49.4%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경제 발전과 의료 서비스의 질적 성장에 기인하여 한국인의 수명이 연장되었기 때문이다. 1970년 한국인의 기대 수명은 58.8세에 그쳤으나 2050년에는 기대 수명이 88.4년으로 약 30년이 늘어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인류의 수명이 늘어난다는 것은 당연히 반길 일이다. 그러나 수명이 늘어난 만큼 경제활동수명이 함께 연장되는 것은 아니며 의료비 증가라는 경제적인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어느새 한국인의 노인 의료비 비중은 2003년 21.2%에서 2010년에는 32.2%까지 상승했을 정도로 노인의 의료비 비중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여기에 있다. 노인의 의료비 상승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생애주기에 따른 1인당 의료비는 남성 9천589만원, 여성 1억 1천430만원이다. 항상 비싸다고 구박(?)을 받는 통신비와 비교해보면, 한 명이 월 평균 5만원의 통신비를 80년 동안 사용한다고 해도 4천800만원 수준인데 반해 의료비는 통신비보다 2~3배 높은 수준이다. 그 만큼의 시장이 이미 형성되어 있다.

보건의료 규제 변화와 스마트 헬스케어

시장 크기가 크다고 아무나 이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의료 산업은 병원, 의약업, 의료장비업 등 제한된 사업자들만이 참여하는 폐쇄적인 시장으로 인식된다. 특히 IT 강국 한국에서조차 IT와 의료 산업과의 융합은 좀처럼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공상과학영화에서 흔히 보는 장면 중 하나는 환자와 의사간 원격 진료 장면이다. 이를 통해 소외지역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편리하게 검진과 처방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지만 현실과는 동 떨어진 ‘공상’ 수준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의료 산업의 규제 완화 방편에 속해있는 원격의료가 시행된다면 이는 ‘현실’이 될 수 있다.

기존의 의료 서비스가 ‘치료’에 목적을 두었다면 현재와 미래는 ‘예방’과 ‘관리’의 목적으로 의료 서비스가 확대될 것이다. 고령화에 따른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등이 대표적인 질환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이러한 질환은 꾸준한 관리를 통해 회복될 수 있는 분야이다. 특히 IT와의 접목한 ‘스마트 헬스케어’라는 새로운 시장을 열어 나가고 있다.

미국의 벤처기업 코벤티스가 개발한 픽스(Piix)는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새로운 필수품이다. 마치 일회용 밴드처럼 무선센서가 내장된 이 제품을 심장 주변에 붙이고 있으면 실시간으로 심박수나 체온등이 체크되고 만약에 이상이 발견될 경우 코벤티스 중앙관제센터로 검사 결과가 보내진다. 픽스의 검사 결과는 임상보고서 형태로 작성되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합한 의료진을 연결해 준다.

미국의 바이털리티가 개발한 스마트 약병 글로우캡(GlowCap)은 IoE 기술을 이용해 환자들이 제때 약을 복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품이다. 글로우캡은 환자들이 약을 먹을 시간이 되면 알람이 울리는 제품으로 알람이 울릴 때와 약병을 열었을 때 신호가 AT&T 무선망을 통해 바이털리티 서버로 전송된다.

복용 시간이 지났는데도 약병의 뚜껑이 열리지 않으면 바이털리티에서 사용자에게 전화나 SMS를 통해 연락을 취한다.

바이털리티의 발표에 따르면 글로우캡을 사용한 경우 이용자의 98% 이상이 제때 약을 복용했다고 한다. AT&T 통신료를 포함해 월 이용료 15달러가 들지만, 건강에 대한 요즘 사람들의 관심을 생각해 봤을 때 일정 규모 이상의 사용자를 모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비단 해외에서만의 일은 아니다. 한국의 많은 벤처기업들이 이미 시장에 참전해 있다. 바이오스페이스는 전문가용 체성분 분석기 뿐만 아니라 가정용 프로그램과 혈압계, 신장계 등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씨유메디칼시스템은 응급의료장비인 심장 충격기를 판매하고 있으며 일반인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해 전세계 7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인 아이센스는 자가혈당측정시스템으로 당뇨병환자와 정상인 누구나 혼자서 혈액내 포도당의 양을 측정할 수 있는 장치를 제공하고 있다. 대기업의 참가도 이어지고 있다. 이미 삼성은 의료장비기업인 메디슨을 인수한 데 이어 최근에는 바이오의약품 제조를 위해 그룹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통해 수천억원의 투자를 발표한 바 있다.

한국은 전세계적으로 IT와 모바일 강국으로 부상하였다. 촘촘한 유무선 네트워크를 보유한 통신사와 압도적인 수준의 하드웨어 제조업,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드 등의 부품소재업 등 전세계의 IT 산업을 리드하고 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다소 열위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분단국가로 인한 각종 규제와 함께 ‘4대 악’으로 선정(?)된 게임, 비영어권 국가라는 언어의 제약까지 어려운 환경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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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러한 어려움 속에 한국은 아시아의 문화 중심으로 부상하며 ‘한류 문화’를 선도하고 있으며, 한국의 높은 의료 서비스는 중국과 일본 환자까지 찾아오고 있을 정도로 성장하였다. 의료산업과 IT산업의 조화는 새로운 ‘한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차세대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시장과 정부정책, 기술트렌드라는 삼박자가 맞아 떨어지고 있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종일 IT컬럼니스트

커넥팅랩 대표.
통신사와 증권사를 거치며 이동통신 요금기획, 컨버전스 사업기획 등을 담당했다. 국내 주요 기업의 IT 실무진들과 함께 모바일 포럼 커넥팅랩(www.connectinglab.net)을 구성하여 정기적인 세미나와 지식 전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 '모바일 트렌드 2014'를 출간하였으며 저서로는 'LTE 신세계', '스마트패드 생존전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