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베트남 모바일 메신저 시장 승자는?

[기고]라인-카카오-바이버-잘로 등 경쟁

일반입력 :2014/01/06 13:07    수정: 2014/01/06 13:29

이동훈 칼럼니스트

[하노이(베트남)=이동훈 칼럼니스트]베트남에서 모바일 메신저가 등장한 것은 지난 2012년말이었다. 전세계 3억명을 돌파한 네이버의 '라인'과 우리나라에서 국민 메신저라고 불리우는 '카카오톡', 그리고 미국의 바이버미디어가 개발한 '바이버(Viber)'와 베트남의 유명 게임사인 VNG(ViNaGame)가 개발 및 서비스하는 베트남 토종 메신저 '잘로(Zalo)'가 현재 시장에서 시장을 분할하고 있다.

2012년에 모바일 메신저가 출현했다면, 2013년은 메신저 앱들이 시장을 달구던 한해였다. 초기 시장을 선도했던 바이버를 필두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베트남 스마트폰 시장에 선두주자가 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2013년 초반에는 바이버가 강세였지만 날이 갈 수록 라인과 카카오톡이 경쟁자로 떠올랐다.

먼저 승부수를 던진 것은 카카오톡이다. 카카오는 베트남 한류의 중심인 '빅뱅'과 현지 하이틴 스타인 '미우(Midu)'등과 광고 모델 계약을 맺는 스타 마케팅을 선보였다. 이들 스타를 앞세워 TV광고와 옥외광고는 물론, 영화관 앞에서 카카오톡 다운로드를 받으면 추첨을 통해 경품을 지급하는 오프라인 행사와 인터넷 배너광고에 소위 도배를 하는 등 노란색이 보이면 연상시킬 수 있도록 마케팅력을 집중했다.

그 결과 '노란색은 곧 카카오톡'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베트남 최초의 '상업화된 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라인의 경우에는 오프라인을 이용한 브랜드 마케팅 보다는 온라인 배너 및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젊은 층이 반할만한 자체적인 기능을 통해 시장을 넓혀갔다. 유머 소재가 담긴 아기자기한 스티커나 및 디자인이 훌륭한 캐릭터, 사진을 찍어서 바로 전송하는 기능 등이 주를 이뤘다.

이와 더불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1일부터 한 달간 진행된 '베스파 이벤트'가 그것이다. 이 이벤트는 스마트폰에서 라인을 다운받아 설치한 후 친구맺기를 한 유저들에게 하루에 한 명씩 추첨을 통해 베트남에서는 '명품'급 이탈리아산 스쿠터인 베스파를 한 대씩 선물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참고로 베트남 유저들은 첫 번째 재산목록 1호가 오토바이, 2호가 스마트폰일 정도로 이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또한 라인과 카카오톡은 자신들이 보유한 게임을 하나둘씩 선보이며, 자연스럽게 메신저와 게임이 공존하는 방향으로 시장을 넓혀갔다.

이렇게 두 모바일 메신저가 시장장악력을 넓여가고 있는 동안 베트남 토종 메신저 잘로는 상대적으로 적은 마케팅 비용과 숙성되지 않은 서비스로 초기 시장에서 사장 당할 위기가 찾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스티커 추가나 좀더 빠른 메시지 전송, 그리고 게임이 결합되지 않은 순수한 메신저로서의 기능을 강화하면서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이런 결과로 2013년 5월 바이버는 450만명, 카카오톡은 약 170만명, 그리고 라인은 약 16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 때만 하더라도 잘로는 언급이 되지도 않을 정도로 시장 점유율이 미미했다. 그 후에도 카카오톡은 월 60~70만명, 라인은 월 45~60만명씩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이어왔다.

■ 라인-카카오톡, 메시지 전송 문제...현지 통신사의 '음모?'

우리나라 메신저가 승승장구를 하면서 회원을 모으고 있던 중에 갑자기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6월 경부터 라인 및 카카오톡의 메시지 전송기능이 느려져서 메시지를 보내도 하루 후에나 받는 등 서비스가 제대로 구현되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메시징 서비스 시장이 커짐에 따라 SMS 매출이 적어진 통신사에서 막았다는 확인되지 않은 풍문도 있으나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두 모바일 메신저가 실시간으로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자, 화가난 유저들은 대안을 찾기 시작했고 통신 기능 구현에만 전념했던 토종 메신저인 잘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잘로는 베트남 토종 메신저라는 장점을 십분 활용해 바이버 수준의 통화기능, 그리고 베트남 젊은 유저를 겨냥한 채팅, 사진, 글쓰기, 일기장에 그림 그리기 등 다양한 기능을 구현해 놓고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 후 라인과 카카오톡의 메시지 전송 속도가 이전처럼 복구되었지만 잘로를 선택했던 유저들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한 번 돌아선 유저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을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다. 현재 잘로는 구글플레이 샵에서 500만 정도의 다운로드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잘로의 서비스 사인 VNG는 현재까지 약 700만 명의 유저가 자사의 모바일 메신저를 사용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라인과 카카오톡 보다 많은 수치이며, 아직까지도 별다른 수익모델을 삽입하지 않은 채 성능개선을 통해 보다 많은 유저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카카오톡은 베트남 시장에서 다소 밀려난 것으로 보인다. 초기에 '노란색이 곧 카카오톡'일 정도로 홀연히 등장한 다크호스였지만,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유저들이 많은 라인과의 패권을 두고 현지 서비스에 중점을 두기 보다는 각종 마케팅으로 출혈경쟁을 감수했던 것이 악수였다.

라인은 스티커나 캐릭터, 그리고 라인팝과 같은 게임을 좋아하는 십대 유저 사이에서는 아직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 그들을 위주로 생태계를 확장시켜 나가고 있다. 마치 예전 온라인 메신저 시장에서 네이트온과 MSN이 격돌을 할 때 10~20대를 위주로 살아남았던 버디버디와 같은 모습이다.

■ 마케팅 보다 탄탄한 기본기로 재도전 하라

베트남 시장 진출의 해법은 바이버에서 찾을 수 있다. 바이버미디어는 별다른 마케팅 활동을 벌이지는 않았지만 지난 11월 베트남에서 이용자 수가 약 800만명을 상회한다고 발표했다. 바이버의 강점은 캐릭터나 스티커, 게임 등과 같은 소위 블링블링(?)한 콘텐츠는 없지만, 빠른 기본 메시징 서비스를 기본으로 해외 통화료가 싸다는데 있다.

이를 토대로 지난 12월 바이버미디어는 바이버 앱을 이용하면 휴대전화와 유선전화를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바이버 아웃(Viber Out)' 서비스를 출시했다. 비용은 약 400동/분(20원/분)으로 경쟁 앱인 스카이프 보다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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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타이어 회사인 미슐랭(미국어 미쉐린)에서 레스토랑의 등급을 매기는 식당지침서인 미슐랭가이드라는 잡지가 있다. 등급은 음식맛ㆍ가격ㆍ분위기ㆍ서비스 등을 바탕으로 이뤄지며, 최고의 등급(별 3개)은 요리를 맛보기 위해 식당이 있는 곳을 향해 여행을 떠나도 아깝지 않은 집이라는 의미다.

특정 시장을 겨냥해서 섣부르게 진출하기 보다는 언어가 포함된 현지화 서비스, 시장에 맞는 유료화 정책, 네트워크 안정화 등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바이버의 경우처럼 유저들이 다운받기 위해 찾아올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