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시장 '봄날' 왔다

치킨 게임 끝내고 승자 중심 과점 체제 정립

일반입력 :2013/12/31 13:42    수정: 2013/12/31 16:04

정현정 기자

올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는 봄날이 찾아왔다. 그동안 진행된 치킨게임에서 승리한 업체들을 중심으로 독과점 체제가 완성됐다.

특히 SK하이닉스 중국 공장 화재로 공급난이 심화되면서 가격 상승에 촉매제가 됐다.

또 두 차례 불산 누출 사고로 홍역을 치른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3D 적층구조를 적용한 낸드플래시 양산에 성공하면서 차세대 신기술 경쟁에서는 경쟁사들을 압도했다.

치킨게임을 끝낸 메모리 반도체 업계는 올해 큰 호황을 누렸다. 일본 엘피다와 합병을 완료한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SK하이닉스가 큰 수혜를 받았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올해 업계에서 가장 높은 109.2%의 매출 성장률을 달성하면서 점유율 순위가 10위에서 4위로 단숨에 뛰어올랐다. SK하이닉스 역시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48.7% 증가하며 순위가 7위에서 5위로 상승했다.

시장이 공급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업체들이 수급조절의 키를 쥘 수 있게 되면서 국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도 큰 폭으로 개선됐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01.9%나 늘어났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 공장 화재가 새옹지마가 되면서 지난 3분기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게 했다.

신기술 분야에서도 업계에 한 획을 긋는 굵직한 경쟁이 벌어졌다. 삼성전자는 처음으로 3D 반도체 개발에 성공하면서 공정 미세화에 따른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게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세계 최초로 3D 수직구조를 적용한 128Gb 낸드플래시 양산에 돌입했다. 다른 업체들과 달리 16나노 미세공정을 건너뛰고 기존 19나노에서 경쟁사보다 한 발 앞서 바로 3D 수직구조를 적용한 이른바 'V낸드'로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시스템 반도체 업계는 부진한 한 해 였다. 지난해 엑시노스 시리즈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렸던 삼성전자는 올해 초 내놓은 빅리틀(big.LITTLE) 기반 ‘엑시노스5 옥타’의 안정화 문제와 LTE 통합칩 스냅드래곤을 앞세운 퀄컴의 독주 영향으로 점유율이 하락했다. 미디어텍은 중국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을 중심으로 점유율이 10% 안팎으로 급상승하며 내년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한편, 반도체 시장의 굳건한 1위인 인텔은 주력인 PC 시장 침체 영향으로 매출 규모가 1% 감소하며 2년 연속 역성장을 예꼬했다.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약진으로 올해 반도체 시장에는 인텔, 삼성전자, 퀄컴, 마이크론, 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새로운 빅5 체제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관련기사

한편, 올 한 해 반도체 업계는 유해 화학물질 안전사고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지난 1월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공장에서 불산 누출 사고로 작업 중이던 협력업체 직원 1명이 사망하고 5월 같은 공장에서 또 불산 누출 사고로 부상자가 발생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지난 3월에는 SK하이닉스 충북 청주 공장에서 염소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잇따른 화학물질 누출 사고는 올해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개·제정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에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