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구글대신 야후에 팔렸다면 무슨일이…

일반입력 :2013/12/30 16:56    수정: 2013/12/30 17:05

황치규 기자

유튜브 공동 창업자중 한명인 스티브 첸이 쓴 '유튜브 이야기'에는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가정을 하고 싶게끔 만드는 대목이 있다.

유튜브가 매각을 추진하면서 구글과 야후를 거의 동시에 접촉했고 스티브 첸은 야후에 대해 상당한 호감을 갖고 있었다는 부분이다.

책에 따르면 유튜브는 야후와 먼저 매각을 논의했다.

좀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당시 야후 최고경영자(CEO)이던 테리 시멜과 야후 공동 창업자인 제리 양을 만난 다음날 에릭 슈미트 구글 CEO와 미팅을 가졌다. 야후와의 협상이 잘 풀리지 않았냐고?

그건 아닌 것 같다. 스티브 첸과 마찬가지로 제리 양 역시 타이완 출신이었던 만큼 유튜브와 야후는 궁합이 나름 괜찮은 편이었다. 스티브 첸 스스로가 야후에 대한 호감을 공개적으로 표현했을 정도. 책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야후에 호감이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아주 많았다. 야후는 미디어 회사였고 유튜브도 그 범주에 들었다.

스티브 첸은 제리 양을 만나고 난 뒤 야후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만난 당실 저녁 공개적인 구애의 메시지를 담은 메일까지 보냈다.

제리, 나는 야후가 정말 마음에 듭니다. 야후와 유튜브가 협력하게 되면 더 큰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겁니다. 제리 양도 며칠 후 협력할 수 있길 희망합니다는 답변으로 화답했다. 유튜브와 야후의 통합이 그럴듯한 시나리오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특별한 일이 없는한 계약은 성사될 듯 보였다.

그러나 하루만에 상황은 급반전된다. 야후와 접촉한 다음날 유튜브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첸과 채드 헐리는 당시 구글 CEO로 있던 에릭 슈미트를 만났고, 구글에 유튜브를 넘기기로 마음을 굳혔다. 스티브 첸의 표현을 빌리면 구글에 마음을 빼앗겨서였다.

무엇이 스티브 첸으로 하여금 구글에 푹 빠지게 만들었을까?

왜 구글을 선택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그곳의 엔지니어 문화였다. 그때 유튜브 직원중 80%가 엔지니어였다. 엔지니어는 구글에서 가장 환영받는 존재이며, 그 다음이 상품팀, 그리고 마케팅 관련 부서 사람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또한 구글에는 천재들이 즐비했다. 당시 구글에 대한 유튜브의 태도는 숭배가 가까웠다.

결국 끼리끼리 놀았다는 뜻이다. 당시 야후를 이끌던 테리 시멜은 엔지니어가 아니라 전형적인 비즈니스 맨이었다. 스티브 첸의 눈에 테리 시멜은 야후가 15억달러를 들여 유튜브를 인수한다면 언제쯤 그것이 이윤으로 돌아올지 궁금해 하는 인물이었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는 달랐다. 돈버는 얘기보단 유튜브가 가진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고, 인수한 후에도 독립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구글도 기업인데, 유튜브로 돈버는데 관심이 없었을리 없다. 상대방이 그것을 잘 느낄 수 없게 표정관리를 잘했다고 보는게 맞을 듯 싶다.

야후 지휘봉을 창업자인 제리 양이 계속 잡고 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 있다. 스티브 첸 스스로가 그럴 가능성을 제기했다.

후에 누군가에 내게 이렇게 물은적이 있다. 만약 그때 야후의 CEO가 제리 양이었다면, 모든 것이 그 사람의 콘트롤하에 있었다면 야후를 최종 파트너로 선택하지 않았겠느냐고. 나는 그럴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대답했다.

이미 지나간 일에 가정은 없다지만, 구글이 아니라 야후가 유튜브를 손에 넣었다라면 글로벌 인터넷 서비스 업계 판세가 어떻게 달라졌을까? 야후의 존재감은 지금과는 많이 달라졌을까? 그랬을 것이란게 스티브 첸의 생각이다.

지금으로서는 상상에 불과하지만 나는 만약 유튜브가 야후에 매각되었다면 동영상 부문에서 구글을 제압하고 콘텐츠 거물로 거듭났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랬다면 인터넷 거물들 간의 경쟁이 색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을 것이다.

'유튜브 이야기'는 유튜브 창업과 구글로의 매각 그리고 구글을 떠나 다시 창업의 길로 들어서는 스티브 첸의 경험과 생각을 솔직하게 담았다. 첫 직장인 페이팔에서의 경험, '페이팔 마피아'로 불리는 이들의 유대 관계 그리고 구글코리아에 근무하던 한국 여성에 반해 결혼까지하게 되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책에서 비친 스티브 첸은 뼛속까지 창업 마니아다. 큰 조직에 있으면 몸이 근질근질해지는 스타일이다. 엔지니어로서 동경했던 구글에서 나와 무명의 스타트업을 다시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8월 외신을 통해 유튜브 창업자들인 채드 헐리와 스티브 첸이 준비해온 영상 공유 프로젝트인 ‘믹스비트’(MixBit)가 마침내 베일을 벗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인스타그램이나 바인과 유사한듯 하면서도 편집 기능이 강화된 서비스인데, 이후 별다른 뉴스를 접하지 못한 것 같다.

스티브 첸과 유튜브에 이어 믹스비트로 연타석 홈런을 칠수도 있고, 이번에는 삼진으로 아웃될 수도 있다. 분명한 건 그가 앞으로도 새로운 도전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성공을 강하게 열망하는 전형적인 스티콘밸리 창업 마인드를 공유하고 싶은 이들에게 '유튜브 이야기'는 와닿는 얘기들이 꽤 많다는 생각이 든다.

관련기사

'유튜브 이야기'에는 초등학교 코딩 교육에 의미있는 메시지가 될 수 있는 스티브 첸의 발언도 있는데, 그대로 인용한다.

점수에 연연하지 않고 창의력에 더 중점을 둔 미국의 교육 시스템 덕분이었다. 그 덕을 보지 않았다면 나는 컴퓨터를 좋아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초등학교때부터 프로그램을 짜지도 않았을 것이다. 타이완 어린이들은 성적도 우수하고, 성격도 온순했지만 창의력은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이는 어쩌면 타이완의 교육 시스템이 낳은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아이들에게 더 많이 외우라고 강요만 할뿐 스스로 생각하고 개선할 기회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도 내가 계속 타이완에서 살았다면 유튜브를 창립하는 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