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법’ 논란, 어떻게 커지고 번졌나

일반입력 :2013/12/30 11:38    수정: 2013/12/31 09:30

올해 약 10만 명의 국내 게임 종사자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 가장 큰 사건은 바로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 즉 ‘게임중독법’이다.

지난 4월 새누리당 비례대표 출신 신의진 의원이 입법 발의한 게임중독법은 연말까지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그 파장이 문화·예술계로까지 번졌다.

게임중독법을 지지하는 단체가 생겨나고 조속한 입법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는가 하면, 이를 반대하는 대규모 서명운동과 문화·예술인들의 기자회견이 번갈아 열렸다.

이에 올해 국내 게임업계를 달군 게임중독법 관련 말들과 주요 사건 및 이슈들을 정리해봤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신의진 의원이 발의한 게임중독법은 10월7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나온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의 말 한마디 때문에 뜨거운 감자가 됐다.

당시 그는 “이 나라에 만연된 이른바 4대 중독, 즉 알콜, 마약 그리고 도박, 게임중독에서 괴로워 몸부림치는 개인과 가정의 고통을 이해, 치유하고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이 사회를 악에서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게임 때문에 ‘묻지마 호기심 살인’이 일어난다면서 이를 가리켜 ”게임중독의 비극“이라고 표현했다.

이에 게임개발자연대는 황우여 대표의 사과를 요구했지만, 게임중독법 논란은 10월31일 신의진 의원실이 주최한 ‘4대 중독법’ 공청회를 통해 더욱 커졌다. 다양한 입장을 들어보고 조율해야할 공청회가 편파성 논란에 휩싸인 것. 참가 패널 자체부터가 게임중독법을 찬성하고 지지하는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당시 지정토론 사회자인 기선완 인천성모병원 정신과 교수는 반대편의 목소리에 “말꼬리 잡지 마라”, “주제에서 벗어난다”, “근거가 부족하다”는 말로 편파적 진행을 해 업계의 질타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당시 보건복지부 측과 신의진 의원은 “4대 중독법에 게임이 들어간다고 해서 새로운 규제가 만들어지거나 추가적인 기금을 걷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지만 실상이 달라 의구심을 갖게 했다.

게임중독법안에 ‘중독물질 등의 생산, 유통 및 판매를 관리하기 위한 시책 강구’, ‘중독물질 등에 대한 광고 및 판촉을 제한하는 시책 강구’ 등 규제를 뜻하는 내용이 명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또 신의진 의원은 “게임중독 예방 및 치료 비용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게임사 매출 1%를 강제 징수하는 ‘손인춘법’에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사실이 알려져 진정성에 의심을 받았다.

게임중독법 논란이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퍼지면서 신의진 의원 홈페이지와 블로그가 넘쳐나는 방문자들로 마비되는 사건도 화제가 됐다. 게시판에는 게임중독법을 비판하는 글들이 홍수를 이뤘으며 원색적인 비난과 욕설이 쏟아졌다.

이에 신의진 의원실은 게시판 글을 무더기로 삭제하고, 일부 누리꾼들과 언론사를 제소하기 위한 내용증명을 발송해 비판 여론에 휩싸였다. 국민과 언론을 상대로 한 과도한 조치였다는 것이 비판의 논거였다.

이후 게임중독법은 온라인 서명과 지스타 오프라인 서명을 통해 30만 명 이상이 참여하면서 강력한 여론의 힘에 제동이 걸렸다. 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 사회단체들이 모여 게임중독법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면서 추진력을 잃어갔다.

이에 맞서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가 게임중독법을 조속히 통과시켜 달라는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종교계 갈등에 불씨만 지폈을 뿐 이렇다 할 성과를 보진 못했다. 또 종교계의 정치 개입으로까지 문제가 확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만 키웠다.

나아가 게임중독법은 지난 11일 열린 ‘게임 마약법 반대 대토론회’에서 각계 전문가들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됐다. 여기에서 진중권 동양대학교 교수는 “강박적으로 법안을 발의하는 법안 중독 역시 사회적으로 치료해야 하는 것 아니겠냐”는 말로 과도한 법안 발의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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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과 20일 게임중독법은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됐음에도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보류됐다. 여당 내에서도 이견이 있고, 논란이 되는 만큼 공청회 등 더 많은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중독법 논란은 내년에도 또 앞으로도 게임관련 부정적인 사고와 이슈가 터질 때마다 다시 고개를 내밀 것”이라며 “게임중독법으로 학부모라는 든든한 후원군을 등에 업은 신의진 의원이 게임중독법을 쉽게 포기하거나 타협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