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네이버 그리고 라인과 카카오:정보플랫폼 이야기-2

전문가 칼럼입력 :2013/12/30 10:18

최성호
최성호

정보시스템에 사람들이 모이면 모일수록 정보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정보 유통의 영향이 커진다. 따라서 정보플랫폼은 속성상 미디어다. 크고 작은 인터넷 사이트들이 배너 광고를 달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터넷 초창기에는 신문이나 방송도 아닌 인터넷 사이트들이 (배너)광고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에 모두 놀라와 했다. 그 이후로도 계속 검색광고(search ad)와 동영상 연계 광고 같은 것이 개발 되면서, CPM (Cost Per Mile)이나 CPC (Cost Per Click) 같은 광고 수익 모델을 이용해 방문자 수, 페이지 뷰, 검색 횟수와 같은 트래픽을 금전적 가치로 환산할 수 있는 근거를 갖게 되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어떤 정보플랫폼이든 일정 규모 이상의 사용자들로 하여금 플랫폼의 가치를 인정하고 반복해서 찾아 오게 만들 수만 있으면, 상품 거래 매출이 특별히 없더라도, 트래픽을 광고수익으로 환산해 수익 가치를 산정할 수 있고 따라서 다양한 서비스들이 트래픽만으로도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스마트폰은 스크린이 협소해 광고 노출이 쉽지 않고 광고 효과도 상대적으로 적어서 왠만한 트래픽으로는 규모 있는 광고 수익을 발생시키기 힘들다. 그래서 모바일에서는 아직 게임만한 수익성 있는 사업 모델이 드문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게임은 엔터테인먼트 성격이 강해 흥행 여부가 불투명하다. 트렌드 변화도 너무 빨라 전반적으로 사업 변동성이 너무 높다. 게다가 모바일 게임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가 되버렸다. 거기다 마케팅 자금력을 가진 대형 게임사들이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면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고착화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 매출 비중이 절대적인 카카오톡과 라인을 한번 생각해 보자.

두 서비스는 채팅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그렇게 모은 사용자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정보 유통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카카오톡과 라인은 실명 전화번호부 기반의 관계 네트워크 서비스이다. 오프라인 관계 네트워크(Social Network)를 온라인에서 이어나가는 서비스인 페이스북이나, 온라인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고(Social Networking) 그들의 말을 전파하는 미디어성 관계 네트워크 서비스인 트위터와는 성격이 확실히 다르다.

라인은 가입자 3억명, 카카오톡은 그 절반에 조금 모자라는 수준으로 아직까지는 2009년에 나온 모바일 무료 메시징 플랫폼의 원조인 왓츠앱(Whatsapp)의 5억명 수준에는 많이 못미치지만, 그래도 대단한 성장이 아닐 수 없다. 아마 두 회사는 모바일에서 제1의 글로벌 포털을 꿈꾸고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라인과 카카오이 모바일 정보 플랫폼으로써 풀어야 할 숙제가 결코 만만하지 않다.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콘텐트 사업자들이 몰릴 수밖에 없는데, 원하는 정보나 앱을 쉽게 찾을 수 있는 'Findability'가 부족한 문제가 모바일의 작은 화면에서는 구조적이기 때문이다.

이 구조적인 한계가 이미 앱들이 사용자들에게 노출되기가 쉽지 않게 만들고 있고 게임업체는 물론 카카오톡 성장의 발목을 계속 잡을 듯하다.

그런데 카카오톡과 라인의 성공 경험은 조금 다르다. 카카오톡은 문자 메시지를 무료로 보낼 수 있는 왓츠앱 모델을 한국에서 선점해서 성공을 거두었다. 즉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전략 성공 경험이 유일하다.

반면에 라인은 힌국에서 카카오의 턱을 넘지 못했지만 일본에서는 현지화로 차별화를 했고 조기에 과감한 TV광고로 승부를 걸어 일본에 먼저 진출했었던 카카오를 넘어선 경험이 있다.

이 경험의 차이가 두 회사의 글로벌 진출 전략을 다르게 만들고 있는 듯하다. 라인이 각 나라에서 훨씬 적극적이고 다양한 마케팅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점 효과가 중요하다는 것을 더 뼈저리게 느낀 쪽도 아마 라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라인의 글로벌 진출은 매우 공격적이다. 5천억원이 넘는 1년 수입을 모두 마케팅에 투입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선점 전략 외에 현지화라는 키워드는 두 회사 공히 관건이 될 수 있다.

동양의 젊은 층에 어울리는 정서가 서양에서 그대로 통할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또한 자금력의 차이도 두 회사의 글로벌 전략을 결정하는 큰 변수다.

이미 왓츠앱과 위챗 같은 서비스들이 선점하고 있는 나라들이 많고 한국이나 일본과는 모바일 사용자 환경과 문화가 달라 지금과 같은 모델로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그럴수록 일찍 승부를 거는 쪽이 나중에 더 크게 웃을 수 있다.

그런데 여러 사람들간에 동시 커뮤니케이션이 많은 메신저 플랫폼의 특성상 사용자 수에 비례한 운영 비용이 높은 특성이 있는데 진출 국가를 빠르게 확대 하면 할수록 비용이 그만큼 비례해서 급속도로 늘어날 수 있다.

이에 반해 수익 증가는 진출 국가마다의 승패에 따라 추가된다. 한국이나 일본만한 수익 모델이 동작하지 않는 국가들이 많을 경우 전체 수익성이 후행 할 수도 있다. 따라서 보급부대 역할을 하는 당장의 수익 기반 국가들을 강화하고 수익 모델을 더 확보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라인이 최근에 일본에서 모바일 기반 통신판매 사업으로까지 확대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해 보인다. 모바일 왕국 일본을 글로벌 진출을 위한 딥포켓(deep pocket) 전략으로 확실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상대적으로 전체 수익 규모가 작은 카카오는, 라인과 달리 전면전보다는, 예를 들어 젊은 층 인구가 많으면서 스마트폰 성장 국가처럼 성장 잠재력이 높은 국가에 선택적으로 확대해 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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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2회에 걸쳐 정보플랫폼의 다양한 측면을 살펴 보았다. 최근에는 패스(Path)나 인스타그램 (Instagram)처럼 모르는 사람끼리도 '관심사' 중심으로 연결 되는 플랫폼으로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예를들면 운동에 관심있는 사람들끼리 피트니스 밴드를 매개로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연결될 수 있다. 앞으로 거의 모든 기기들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새로운 컨버전스 시대가 오면 각양각색의 스마트 기기들의 다양한 정보를 매개하는 플랫폼들이 생겨 날 것이다. 인터넷 사물들이 플랫폼 사용자로 연결 되는 시대가 예상보다 빨리 올 수 있는 것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성호 LG전자 SBC센터장

2012년 7월에 LG전자에 입사하여 본사 조직인 스마트비즈니스센터(SBC) 센터장 역임 중. SBC는LG전자 스마트기기의 사용자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서비스와 컨텐츠 및 컨버전스를 사업부와 공동기획하고 이에 수반하는 서버 side 플랫폼의 기획 및 운영을 총괄하는 조직이다. 2006년부터 2012년에 걸쳐 네이버 부사장으로 재직하였고 기획관리본부장, 검색본부장, 네이버서비스본부장 직을 수행하면서 서비스와 제휴를 총괄하였다. 1989년 국내 1호 소프트벤처로 유명했던 휴먼컴퓨터 창업멤버로서 국내 최초의 윈도용 전자출판소프트웨어인 문방사우와 워드프로세서인 글사랑을 직접 개발한 장본인이다. 현재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 겸임 교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