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복고감성’ 속 각자 살 길 모색

일반입력 :2013/12/29 07:31    수정: 2013/12/30 09:41

이재운 기자

올 한 해 카메라 시장은 필름 카메라 시대의 감성 열풍 속에 업체 별로 제각기 살 길을 찾아 떠난 한 해였다. 니콘과 올림푸스는 필름카메라 시절의 감성을 담은 디자인에 집중했다. 캐논은 초소형 DSLR을, 소니는 풀프레임 미러리스로, 삼성전자는 타이젠과 안드로이드 등 다양한 운영체제(OS)를 결합한 융합형 제품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29일 카메라 업계에 따르면 올 한 해 카메라 시장은 스마트폰의 화소수 증가 위협 속에 새로운 대안 마련에 골몰한 시기를 보냈다.

니콘은 필름 카메라 시절 영광을 재현한 Df를 선보였다. 지난달 5일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된 Df는 필름카메라 방식의 기계식 조작 버튼 등 복고풍 디자인을 적용했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과거 필름 카메라용으로 출시된 구형 비AI렌즈도 장착할 수 있도록 가도식 노출계 연동 레버를 채용했다. 다소 부담스런 가격(330만원)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반색했던 이유다.

올림푸스는 필름카메라 스타일의 복고풍 디자인으로 유명한 펜(PEN) 시리즈 신제품인 펜 E-PL6를 출시했다. 또 필름카메라 시절 유명 브랜드였던 OM 브랜드를 되살린 전략(플래그십) 미러리스 제품 OM-D E-M1를 출시했다.

렌즈교환식 미러리스 제품이지만 DSLR 카메라에 적용되는 포서드렌즈와 미러리스용 마이크로포서드렌즈를 함께 사용할 수 있게 해 DSLR 대체도 가능하다.

이승원 올림푸스한국 영상사업본부장은 OM-D E-M1 출시 당시 DSLR과 미러리스의 장점을 모두 갖춘 제품이라며 “향후 DSLR과 미러리스 시장과 통합할 수 있는 핵심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후지필름과 파나소닉은 미러리스와 고급형 콤팩트카메라 시장에 집중했다. 후지필름이 출시한 렌즈교환식 카메라 X-A1은 1천630만화소에 와이파이 전송 기능 등을 갖췄다. 파나소닉은 기존 미러리스 라인업 대신 새로운 제품군 GM시리즈 제품 ‘루믹스 GM1’을 선보였다. 복고풍인 레트로 디자인을 적용했고 토마토 하나와 비슷한 수준의 작은 크기를 강조한다.

삼성전자는 ‘컨버전스’를 내세웠다. 지난 8월에는 안드로이드 기반 갤럭시NX를 180만원에 국내에 출시, 당시 국내 출시된 미러리스 카메라 중 최고가 제품에 등극했다. 모바일 기기와 미러리스 카메라를 결합한 컨버전스 제품인 동시에 DSLR에서 주로 사용되는 자동초점(AF) 기능을 제공하는 등 ‘값어치’를 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OS로 개발한 타이젠을 NX300에 적용한 사실도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앞서 신종균 삼성전자 IM부문 사장이 씨넷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타이젠에 대해 설명하며 “크로스 카테고리 컨버전스야말로 다양한 부품부터 제품까지 모둔 갖춘 삼성전자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라고 밝힌 바 있다. 이기종 융합(컨버전스)의 첫 단추를 끼웠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본지 10월 7일 ‘삼성전자, 타이젠카메라 이미 만들었다’ 참조)

소니는 풀프레임 미러리스 알파 A7과 A7R을 내놨다. A7 시리즈도 DSLR에 필적하는 구성을 갖추고 동시에 DSLR보다 가볍고 작아 휴대성 높은 미러리스의 장점은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호환되는 렌즈가 적다는 점이 다소 흠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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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은 미러리스 대신 초소형 DSLR인 EOS 100D로 재미를 봤다. 당초 미러리스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며 위기론이 일각에서 제기되기도 했으나 작은 크기와 370g의 가벼운 무게로 휴대성을 높이는 동시에 DSLR 특유의 촬영 성능을 확보해 인기를 끌었다. 겨울철을 맞아 하얀색을 적용한 ‘EOS 100D 화이트’를 출시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카메라 업계 관계자는 “DSLR 자체가 원래 필름카메라 느낌을 쫓아간 제품이고, 카메라라는 상품 자체가 갖고 있는 아날로그적 감성 코드에 업체들이 주목하고 있다”며 “갈갈이 논란 등 몇몇 이슈가 있었지만 올해 카메라 시장은 대체로 큰 변수가 없었던 한 해”라고 말했다.